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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기고] 플라타너스의 눈물

  • 기관명(부서) 개운중
  • 등록일시 2026-01-02
[기고] 플라타너스의 눈물 - 관련이미지1 [기고] 플라타너스의 눈물 - 관련이미지2

3분 늦었다. 나무에 물을 주느라 약속을 잊었다.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오 교장 선생님은 정년퇴직인가요?"

"예, 그렇습니다."

장학 증서를 받는다. 학교발전기금 통장 계좌를 전하고, 기부금 기탁서를 작성한다.

느리지만 또박또박 써지는 글씨에서 명료한 정신을 본다. 동래여중에서 음악 교사로 재직하시다 퇴직하셨단다. 음악을 좋아하고 지역 학교의 교가도 작곡하셨다니 역량이 예사롭지는 않을 것이라 짐작한다. 이탈리아에서 음악 공부도 하셨다고도 하신다. 음악을 좋아하는 마음이 시골 마당에서 작은 음악회로 이어졌다고. 그 말을 하는 입가에 미소가 인다. 마음 가는 곳을 헤아릴 만하다.

개운중학교 19회라 하시니 나보다 10년은 선배다. 그분의 살림 형세를 모르나, 연금으로 살면서 장학금을 내어주시는 마음은 크다. 장학금을 받는 이가 올해로 144명째라고 한다. '얼마 안 되지만 받는 아이는 좋아할 수 있습니다. 이 장학금을 받아서 힘을 내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이 말씀을 평가할 수식어는 없다. 자랑삼지도 않고 조용히 다녀가신다. 감히 따르지 못할 바다. 나오지 말라고 만류하신다. 현관 앞에서 배웅하고 들어오려는데 플라타너스 아래 차가 보인다.

"운전해 오셨습니까?"

"예."

"그럼, 차 있는 데까지 모시겠습니다."

지팡이를 짚으며 걸으시는데도 어디가 불편하시냐고 묻는 일이 민망할 만큼 자세가 바르시다. 그런데 조수석에 누군가 앉아 있다. '사모님이신가' 하는데 서둘러 내리신다.

"아이고, 교장 선생님이십니까? 처음 뵙습니다."

"예, 제가 교장입니다. 같이 오시지 않고 여기 계셨습니까?"

하는데, 맑은 목소리에 눈물이 묻어난다. 우는 듯 웃는 듯한 낯빛으로 하시는 말씀이 "이 나무만 남았네요. 다 없어지고."

"예?"

"이 나무가 우리가 중학교 때부터 있었어요. 그래도 이렇게 반가울 수가 없네요. 울면서 인사해서 죄송해요."

이종률 선생을 아시냐고, 예, 책에서 보았습니다. 동래에서 민숙례 여사님은 뵈었습니다. 짧은 시간 몇 가지를 묻고 답하다가 헤어진다. 졸업한 지 50여 년이 지난 때에 찾은 중학교, 그 학교에서 반겨 줄 이가 나무 밖에 또 무엇이 있을까. 50여 년 만에 모교 교정에 선 칠십 노부의 마음을 헤아릴 수 없다. 울음에는 서운함과 반가움이 교차했을 것이라 짐작해 본다.

차가 빠져나가는 것을 보며 절하고 돌아선다. 산수 이종률 선생도 보았을 플라타너스, 그 아래서 뛰어놀았을 수많은 열여섯의 소년 소녀를 생각한다. 학교의 주인은 누구일까. 잠시 위탁받은 권한뿐인, 학교장이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은 무엇일까. 우리가 함부로 베어버린 것은 없을까. 우리가 지켜서 남길 것은 무엇일까?

출처 : 양산신문(http://www.yangsa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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