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꿈꾸다
두 언어로 사람을 잇는 아이

두 언어로 사람을 잇는 아이
양산 보광중 1학년 이선빈 학생 가족 이야기
“쭘리업쑤어.”
캄보디아어로 “안녕하세요”라는 뜻이다. 또렷한 발음으로 인사를 건네던 이선빈 학생은 작년 전국이중언어말하기대회에서 동상을 수상했다. 발표 주제는 ‘두 언어로 꿈꾸는 내일’. 캄보디아어와 한국어를 오가며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던 무대 위의 모습은 또래 학생들 사이에서도 단연 돋보였다. 하지만 그 당당한 발표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낯선 나라에서 새로운 언어를 배우며 자란 시간, 그리고 그 곁에서 함께 걸어온 가족의 시간이 있었다.

캄보디아에서 온 아이,
한국에서 자라는 꿈
선빈이는 한국인 아버지와 캄보디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초등학교 5학년까지는 캄보디아에서 생활했고, 한국에 온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낯선 교실, 빠른 말투, 다른 문화. 적응은 쉽지 않았지만 그는 물러서지 않았다. 학교의 이중언어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스스로 두 문화를 균형 있게 이해하려 애썼다. 그 노력은 결과로 이어졌다. 지난해 경남대표로 출전한 전국이중언어말하기대회에서 동상을 수상한 것이다. 그는 캄보디아어와 한국어를 오가며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냈고, 단순히 언어를 잘하는 학생이 아니라 두 문화의 감수성을 이해하고 진정성 있게 전달하는 발표라는 평가를 받았다.
“두 언어를 바탕으로 서로 다른 사람들을 잇는 다리가 되고 싶어요. 언어를 통해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따뜻한 역할을 해 나가고 싶습니다.”
선빈이가 힘주어 말한 그 문장은 당시 초등학생 아이의 말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단단했다.

“우리 가족은 에너지입니다”
가족을 소개해달라는 말에 선빈이는 망설임 없이 답했다. 함께 있으면 힘이 나고, 웃음이 나는 존재. 선빈이에게 가족은 그런 사람들이다. 무역업에 종사하는 한국인 아버지 이원웅 씨, 요즘 한국어 공부에 열심인 캄보디아인 어머니 던나리 씨, 그리고 첫째 선빈이와 초등학교 5학년 동생 재윤, 유치원생 도후까지. 다섯 식구는 서로의 가장 든든한 응원단이다. 그리고 이선빈 학생의 성장 뒤에는 부모의 일관된 태도가 있었다.
“틀리는 걸 무서워하지 않도록 가르쳤습니다.”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는 걸늘 이야기합니다.”
부모가 가장 자주 건네는 말도 단순하다.
“오늘 할 일은 오늘 하자.”
“나는 할 수 있다.”
특별한 사교육보다 일상의 문장이 먼저였다. 틀려도 다시 말해보고, 모르면 물어보고, 자신 있게 표현해보는 연습. 두 언어를 자연스럽게 익히는 과정에서도 ‘완벽함’보다 ‘자신감’을 먼저 가르쳤다. 그 중에서도 어머니는 항상 옆에서 묵묵하게 선빈이를 지지해주는 가장 큰 응원자다. 작년 대회 발표를 준비할 때도 캄보디아 전통 의상을 구해주고, 연습을 지켜보며 끝까지 힘을 보탰다. 아버지도 함께 공부하며 언어를 다듬어주었다. 이 가족의 방식은 늘 같았다. 혼자 세우지 않고, 함께 걷는다. 부모가 가장 뿌듯했던 순간도 성적표가 아니다. 선빈이가 두 나라 친구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모습, 문화가 다른 친구와도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며 웃는 장면. 그 장면 속에서 아이가 두 세계를 편안히 품고 있다는 걸 확인할 때 무엇보다 고맙고 자랑스럽다고 말한다.

한 상에 담긴 두 문화
선빈이네 식탁에는 두 나라의 시간이 함께 오른다. 설날 아침, 떡국 대신 어머니가 만든 캄보디아 쌀국수를 나눠 먹었던 날처럼. 누군가의 문화를 밀어내지 않고, 서로의 것을 그대로 놓는다. 집에서는 한국어로 말하려 노력하지만, 뜻이 막히면 언제든 캄보디아어가 이어진다. 중요한 것은 들리는 언어가 아니라, 내 가족을 이해하려는 태도. 그래서 대화의 속도는 조금 느리지만, 대신 더 끈끈하다. 가족끼리 지켜온 약속도 있다. 생일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함께 보내기. 작은 케이크라도 꼭 나누기. 바쁜 날이어도 서로의 하루를 묻기. 그런 반복이 다섯 가족을 더 단단하게 묶어준다.
“두 나라를 잇는 다리가 되고 싶어요”
선빈이의 목표는 앞으로 두 언어를 더 깊이 공부하는 것이다. 거기에 부모의 바람은 조금 더 구체적이다. “두 언어를 유창하게 하는 장점을 살려 훌륭한 외교관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런 부모의 마음을 알고 있는 걸까. 선빈이는 이미 작은 외교관처럼 보인다. 다른 문화로 살아온 상대방을 이해하고, 마음을 전하려는 태도. 그것이야말로 14살 선빈이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힘일지도 모른다.

가족은 나의 가장 큰 에너지입니다.
선빈이의 말처럼 그의 도전은 늘 가족과 함께였다. 틀려도 다시 해보라고 말해주는 부모와 변함없는 응원을 보내는 형제들 덕분에 ‘잘 말하는 법’보다 ‘끝까지 듣는 법’, ‘다름을 설명하는 법’, ‘다른 생각을 존중하는 법’을 배웠다. 그렇게 가족의 단단한 지지 안에서 꿈도 조금씩 자라고 있다. 두 언어로 사람의 마음을 잇는 일. 그 길을 향해 선빈이는 오늘도 자신의 속도로 걸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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