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꿈꾸다
정답을 찾는 수업이 아닌 호기심을 기다려주는 수업

정답을 찾는 수업이 아닌
호기심을 기다려주는 수업
* 김해 관동초등학교 구은복 교사 *
과학은 종종 ‘어려운 과목’으로 불린다. 하지만 어떤 교사는 과학을 “아이들의 자신감을 키워 주는 가장 따뜻한 도구”라고 말한다. 2025년 과학 교사상을 받은 김해 관동초등학교 구은복 교사가 그 주인공이다. 구은복 교사의 수업에는 실험도 있고, 마술도 있고, 그림책도 있다. 무엇보다 즐거움이 있다. 아이들이 무언가에 몰입해 있을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는 구은복 교사.
과학은 ‘보물찾기’처럼 시작된다.
구은복 교사는 18년 전 함안 이령분교에서 교직 생활을 시작했다. 학생 수가 많지 않은 작은 학교였기에 아이 한 명 한 명을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었다. 그때부터 아이들에게 더 많은 경험을 선물하고 싶었다. 스스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느끼게 해 주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그래서 교실 안에만 머무르는 수업 대신 학교 안팎을 오가는 수업을 시작했다. 아이들이 직접 보고, 만지고, 생각하는 탐구 활동을 이어 갔다. 그 과정에서 깨달았다. 과학은 아이들의 호기심을 일깨우고, 실패해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길러 준다는 사실을.
“작은 발견 하나에 눈을 반짝이는 아이들을 보며, 과학이 아이들의 자신감을 키워 주는 따뜻한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구은복 교사는 과학 수업을 ‘보물찾기’에 비유한다. 찾아내는 기쁨이 크기 때문이다. 비슷한 점과 다른 점을 스스로 발견하고 ‘왜 그런지’를 이야기하다 보면 아이들 입에서 새로운 개념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그녀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시간은 아이들이 배운 내용을 그대로 따라 말하지 않고, 자기만의 언어로 생각을 꺼내는 순간이다.
“제가 생각하는 좋은 과학 수업은 정답을 빨리 찾는 수업이 아닙니다. 아이들의 호기심을 기다려주는 수업이에요.”

나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찾는 시간
구은복 교사는 주말이나 방학 때 ‘찾아가는 과학교육’으로 아이들을 직접 만난다. 이유는 단순하다. 배움에 대한 호기심은 넘치지만 돌봄 환경 때문에 기회를 얻지 못하는 아이들이 생각보다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방학과 주말마다 틈틈이 영재 키움 학생들과 함께 과학 마술과 그림책 읽기를 시작했다. 마술 속에 숨은 과학 원리를 함께 찾아가며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고 싶었다. 따뜻한 성장 그림책을 통해 아이들 각자의 가능성을 발견하도록 돕고 싶었다.
“찾아가는 과학교육은 특별한 무언가를 더해 주기보다는, 환경 때문에 미뤄졌던 경험을 아이들 곁으로 직접 가져다주는 것에 의미가 있습니다.”
구은복 교사는 아이들이 눈동자를 반짝이며 탐구에 빠져 있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 결과보다 과정에 끝까지 매달리는 아이들의 탐구력과 끈기를 볼 때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어느 날, 과학 마술 도구를 활용해 원심력을 이용해 자석의 양 끝에 공을 올리는 활동을 했다. 생각처럼 잘되지 않자, 대부분 아이들은 도전을 멈췄다. 하지만 한 아이만은 달랐다. 방법을 바꿔 가며 끝까지 실험을 이어갔다. 집에 가자는 말이 나올 때까지 그 아이는 손을 놓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자석의 양 끝으로 공을 들어 올렸다. 그 순간 아이의 얼굴에 번진 표정을 구은복 교사는 또렷하게 기억한다. 그것은 성취의 환호가 아니라 발견의 기쁨이었다.
“더 인상 깊었던 건, 다음 봉사활동에서 그 아이가 새로 온 친구들에게 그 원리를 설명해 주는 모습이었습니다. 마치 꼬마 선생님처럼 차분하게 시범을 보이며 알려 주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며 과학은 단지 배우는 것이 아니라 나누는 순간, 비로소 자기 것이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답보다 호기심을 믿는 수업
구은복 교사의 수업에는 늘 즐거움이 있다. 과학 마술, 체험, 이야기. 출발점은 단순하다. “왜 그럴까?”라는 질문 하나면 충분하다. 즐거움 속에서 아이들은 관찰하고, 연결하고, 생각을 꺼낸다. 과학은 이렇게 말해 준다. 실패해도 괜찮다. 한 번에 되지 않으면 다시 해 보면 된다.
그래서 과학은 재미있는 과목을 넘어, 아이들이 자기 자신과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힘이 된다. 정답보다 호기심을 믿는 수업. 그 교실에서 아이들은 오늘도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제가 꿈꾸는 교실은 조용한 집중과 질문이 공존하는 공간입니다. 집중 속에서 질문이 자라고, 질문 속에서 생각이 깊어진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구은복 교사는 지난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는 2025년 ‘올해 과학교사상’을 받았다. 상을 받은 소감을 묻자 고맙지만 조심스럽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혼자 받은 상이 아니라, 교실에서 함께 웃고 실험하며 실패를 견뎌낸 아이들과의 시간에 대한 격려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 상은 얼마나 지금까지 잘해왔느냐” 보다는, “앞으로 어떤 마음으로 아이들과 함께 할 것인가”라는 질문이었습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보다 아이들과 함께 배우는 교사가 되고 싶은 구은복 교사. 어쩌면 구은복 교사의 교실에서 아이들이 배우는 건 과학 공식이 아니라 배움에 대한 태도일지 모른다. 정답을 빨리 찾는 법이 아니라 끝까지 질문을 놓지 않는 마음. 상을 받은 교사가 아니라, 여전히 배우고 있는 교사. 구은복 교사의 수업은 오늘도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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