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꿈꾸다
방학에도 가고 싶은 학교


“방학인데도 학교에 가고 싶어요.”
학생들에게 좀처럼 듣기 힘든 말을 화정초등학교에서는 심심찮게 듣는다. 화정초등학교 아이들에게 학교는 ‘다녀야 하는 곳’이 아니라, ‘가고 싶은 곳’이다. 학생과 교직원의 1대1 맞춤형 수업이 가능한 학교, 학년의 경계를 넘어 모두가 어울리는 학교, 학교 옆에 주거 공간이 있는 학교. 여기는 아이와 마을이 함께 자라는 화정초등학교다.

화정초는 2025년 말 기준 7학급, 전교생 22명이 다니는 작은 학교다.그래서 교사들은 학생 한 명 한 명의 얼굴과 이름은 물론, 성향과 표정의 작은 변화까지 자연스럽게 읽어낸다. 학생 수가 적기에 아이 중심의 1대1 맞춤형 수업이 가능하다. 아이들이 수업 중 던지는 한마디도 흘려보내지 않고, 다음 수업의 방향이 된다. 그 어느 곳보다 따뜻하고 친밀한 공간. 화정초등학교의 교실 풍경이다.
“방학에 집에 있는 것보다 학교에 오는 게 더 좋아요. 선생님이 제 생각을 먼저 알아봐 주시고, 수업 방법도 다양해서 수업 시간이 금방 지나가요.”
화정초를 한 단어로 표현해 달라는 질문에 ‘어울림’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화정초의 교육은 혼자 앞서가는 방식이 아니다. 학년의 경계를 허물고, 아이와 아이가 어울리며, 학교와 마을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이름도 정겹다. 바로 ‘칠남매 어울림 교육’이다. 칠남매가 다니는 학교라서 칠남매 어울림 교육이 아니다. 유치원부터 초등학교 6학년까지, 7학급이 가족의 칠남매처럼 한데 어울리는 화정초만의 교육 방식이다. 학년을 나누는 대신 형 동생처럼 함께 배우고, 함께 활동하며 어울린다. 이 속에서 아이들은 경쟁보다 협력의 힘이 더 강하다는 것을 느낀다.


큰 학교와 비교했을 때 작은 학교의 강점은 분명하다. 화정초에서는 모든 학생이 주인공이다. 소외되는 아이도, ‘문제아’로 불리는 아이도 없다. 속도와 방식이 다를 뿐, 각자의 성장 과정은 존중받는다. 화정초등학교에서는 아이를 점수나 순위로 바라보지 않는다. 생각과 감정, 이야기를 가진 한 사람의 존재로 바라본다. 이러한 화정초만의 특별한 교육의 가치는 교실의 공기를 바꾼다. 비교와 경쟁 대신, 서로를 인정하고 응원하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는다.
“누가 더 잘했는지를 묻기보다, 어제보다 얼마나 나아졌는지를 함께 봅니다. 성장 과정을 존중하는 수업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대인관계의 어려움으로 전학을 온 한 아이가 있었다. 처음에는 친구들과 눈을 잘 맞추지 못했고, 쉬는 시간에도 혼자 멀리서 바라보기만 했다. 하지만 학년군 합동 수업과 칠남매 어울림 활동, 중간놀이 시간을 거치며 아이는 조금씩 변해 갔다.
“어느 날, 그 아이가 친구들에게 손을 내밀며 뛰어노는 모습을 보면서 뭉클해졌어요. 학교는 단순히 공부만 하는 곳이 아니라 아이의 마음까지 품어 줘야 하는 공간이라는 사실이 더 분명해졌어요.”


학생들이 달력을 보며 손꼽아 기다리는 날이 있다. 분기마다 찾아오는 ‘계절 체험데이’다. 그날만큼은 교실을 벗어난다. 숲으로, 마을로, 때로는 인근 도시로 나간다. 책 속에서 보던 것을 직접 보고, 듣고, 만지며 배운다. 아이들은 이 시간을 한 달에 한 번, 추억이 생기는 날이라고 부른다. 학부모들의 만족도도 높다. 교과서로는 채울 수 없는 경험을 아이들이 배우기 때문이다. 특히 ‘두레오케스트라’의 반응이 좋다. ‘두레오케스트라’는 의령군 내 5개 학교 학생들이 함께 만드는 연합 오케스트라다. 매해 10월 열리는 의령군 사랑나눔 음악회에서 합동 공연을 펼친다. 8월부터 10월까지, 아이들은 각 학교에서 묵묵히 연습한다. 서로 다른 학교, 다른 학년의 아이들이 한 무대에 서기 위해 호흡을 맞춘다. 그 시간 속에서 아이들은 협력을 배우고, 맡은 자리의 책임을 깨닫는다.
“아이들이 자신의 관심과 재능을 발견해 가는 모습을 보며, 학교가 아이의 미래를 함께 고민해 준다는 신뢰가 생겼어요.”


인구 감소 속에서도 화정초가 다시 살아날 수 있었던 이유는 분명하다. 학교만 살아남으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화정초는 학교와 마을이 함께 사는 길을 선택했다. ‘작은 학교’라는 한계를 ‘상생하는 학교’라는 강점으로 바꾼 선택이다. 학교의 변화는 마을로 이어졌다. 교사들은 수업을 다시 고민했고, 마을과 연결되는 교육과정을 직접 설계했다. 학부모는 학교를 믿고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마을은 아이들의 배움터가 되어 기꺼이 손을 내밀었다.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마을 어른들과 관계를 맺고, 마을의 역사와 이야기를 배운다. 마을 어르신들은 등·하교를 돕는 승하차 도우미이자 학교 지킴이가 되었다.
“화정초의 배움은 학교 울타리 안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학교를 넘어 마을에서 아이들의 배움이 더 깊어지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학교 옆에 공공임대주택이 들어서면서 변화는 더욱 분명해졌다. 한동안 잦아들었던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다시 교정에 울려 퍼졌다. 2025학년도부터 경기도 시흥시, 경북 안동시, 충북 괴산군 등 타지역에서 4가구가 전입했고, 5명의 아이들이 늘었다. 교육과 주거를 함께 고민한 선택은 사람들을 다시 불러오고, 공동체를 다시 움직이게 한 ‘살아 있는 정책’이었다. 학교가 아이를 키우고 아이가 다시 마을을 살린다는 말을 증명했다.
“학교가 아이를 키우고, 그 아이가 다시 마을을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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