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미래를 꿈꾸다

무대 뒤에는 항상 가족이 있었다

ㅈㅔㅁㅗㄱ ㅇㅓㅄㅇㅡㅁ-1 ㅂㅗㄱㅅㅏ.jpg




지난해 11월 방송된 경남 고성군 편. 작은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로 관객을 단번에 사로잡은 초등학생이 있었다. 고성군 꼬마 제니의 등장이었다. 격렬한 춤으로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보아의 〈아틀란티스 소녀〉를 안정감 있게 소화했다. 장차 제니 같은 아이돌이 되고 싶다는 소녀의 이름은 정가온. 고성에서 소문난 여섯 남매 중 다섯째였다.




특히 이날, 가온 양이 부모님을 위해 준비한 깜짝 리마인드 웨딩 이벤트는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을 미소 짓게 했다. 다시 면사포를 쓴 엄마와 수줍은 듯 웃는 아빠. 그리고 무대에서 함께 남긴 가족사진은 tv프로그램의 한 컷을 넘어 이 가족의 분위기를 보여주는 장면처럼 남았다. 그래서 만났다. 화면 밖에서 이 가족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그 무대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듣기 위해.


 


 


ㅈㅔㅁㅗㄱ ㅇㅓㅄㅇㅡㅁ-3 ㅂㅗㄱㅅㅏ.jpg



 


고성군 소문난 여섯 남매 


아빠 정순신 씨와 엄마 조미정 씨, 그리고 첫째 정수연(22), 둘째 정주환(21), 셋째 정예림(19), 넷째 정건희(17), 다섯째 정가온(12), 여섯째 정다은(8). 나이 차도 크고, 아이들마다 성향도, 관심사도 다르다. 누군가는 대학에서 자신의 길을 모색하고 있고, 누군가는 진로를 고민하는 시기를 지나고 있다. 막내는 아직 한창 자라는 중이다. 서로 다른 속도로 달리고 있지만, 부모가 아이들을 바라보는 기준은 같다.




“좋아하는 일이라면, 자신을 믿고 끝까지 노력하는 마음이죠.”




정순신 씨와 조미정 씨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교육 원칙이다. 결과를 먼저 묻기보다, 스스로 좋아하는 일을 찾고 그 과정을 성실히 이어가는지를 본다. 경쟁에서 앞서기보다,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게 해냈는지를 더 크게 본다. 그래서 조미정 씨는 가온 양을 보며 늘 대견함을 느낀다고 말한다.


 


ㅈㅔㅁㅗㄱ ㅇㅓㅄㅇㅡㅁ-2 ㅂㅗㄱㅅㅏ.jpg


 


12살 가온 양의 꿈을 향한 시간


방송 이후 가온 양에게는 ‘고성 꼬마 제니’라는 별명이 붙었다. 고성에서는 제법 알아보는 얼굴이 됐다. 그러나 엄마 조미정 씨는 알고 있다. 무대는 결과였고, 가온 양의 시간은 훨씬 이전부터 쌓여왔다는 것을.




가온 양은 2년째 댄스학원을 다니고 있다. 일주일에 세 번, 집과 학원을 오가며 연습을 이어간다. 대회가 있는 시기에는 주말에도 2시간 이상 연습을 더한다. 특별한 재능을 강조하기보다 반복과 루틴을 지키는 힘이 실력을 만든다고 믿는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참가한 전국 K-POP 댄스 경연대회에서는 300여 명이 넘는 참가자 중 본선 15개 팀에 선발됐고, 그중 가장 어린 나이로 최우수상을 받았다. 어린 나이였지만 떨지 않고 무대를 완성해낸 경험은 가온 양에게 큰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이후 전국 무용 경연대회 실용무용 부문에서도 특상과 최고 점수를 받으며 실력을 증명해왔다.




그러나 엄마가 가장 또렷하게 기억하는 장면은 상장 수여식이 아니다. 연습을 마치고 돌아온 가온 양이 땀에 젖은 채 “오늘 진짜 재밌었어”라고 말하던 순간. 힘든 시간을 견디고도 즐거움을 잃지 않는 태도. 그 표정이 사라지지 않는 한, 이 길은 괜찮다고 엄마는 말한다.


 


 


ㅈㅔㅁㅗㄱ ㅇㅓㅄㅇㅡㅁ-5 ㅂㅗㄱㅅㅏ.jpg


 


춤과 아쟁, 다른 무대 같은 태도


가온 양은 학교 국악오케스트라에서 아쟁을 연주한다. 화려한 조명 아래 펼쳐지는 아이돌 무대와는 다른 결의 세계다. 소리를 내기까지 시간이 필요하고, 집중력과 끈기가 요구된다. 하지만 이 두 활동을 따로 보지 않는다. 무대 위에서의 완성도는 결국 태도에서 나온다고 믿기 때문이다. 아쟁을 켤 때의 집중력, 춤을 출 때의 표현력, 관객을 바라보는 눈빛. 그 모든 순간에서 아이가 ‘즐기고 있는지’를 먼저 본다.




“잘했는지 보다, 진심이었는지가 더 중요해요.”


 


 


여섯 남매를 키우는 집의 하루


지금은 첫째와 둘째가 독립했지만 여섯 남매가 함께 자라던 집의 하루는 늘 분주했다. 학업 일정, 연습 시간, 대회 준비와 이동까지 겹치면 체력적으로도 쉽지 않았다. 특히 가온 양이 대회에 참가하는 시기에는 장거리 이동과 준비가 이어지며 부모의 역할도 더욱 바빠졌다. 그럼에도 이 가족은 “함께 해결한다”는 방식을 택해왔다. 누군가는 동생을 챙기고, 누군가는 집안일을 돕는다. 서로의 시간을 나누고 조율하면서 자연스럽게 협력하는 법을 배웠다.




힘든 날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다시 중심으로 돌아오는 방법이 있다. 저녁이면 식탁에 모여 서로의 하루를 나눈다. 각자의 이야기를 꺼내고, 웃고, 때로는 고민을 털어놓는다. 그 대화의 시간이 이 가족에게는 가장 큰 회복의 힘이다. 




형제자매가 많다는 건 경쟁자가 많다는 뜻이 아니라, 응원단이 많다는 뜻이라고 부모는 말한다. 가온 양 역시 언니와 오빠, 동생의 응원 속에서 자라고 있다. 집에서 가온 양은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한다. 가족 모임이 열리면 자연스럽게 나서서 춤을 추고 분위기를 띄운다. 재능은 무대 위에서만 쓰이지 않는다. 가족을 웃게 하는 순간에도 같은 에너지가 흐른다.


 


ㅈㅔㅁㅗㄱ ㅇㅓㅄㅇㅡㅁ-6 ㅂㅗㄱㅅㅏ.jpg


 


가온 양이 꿈꾸는 미래 그리고 가족 


가온 양은 장차 제니 같은 아이돌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전 세계에 K-POP을 알리고, 무대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희망을 전하고 싶단다. 




“무대로 누군가에게 힘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단순히 유명해지는 것보다 더 또렷한 목표다. 자신이 받은 응원을 다시 돌려주고 싶다는 뜻이기도 하다. 엄마 조미정 씨는 아이의 꿈을 구체적으로 설계해주지 않는다. 대신 묻는다. “지금도 즐겁니?” 그리고 아이가 고개를 끄덕이면, 그 길을 함께 걸어준다.




전국노래자랑 무대는 잠깐이었다. 그러나 오랫동안 서로를 지지해 온 가족의 단단한 힘이 녹아있었다. 아이의 재능이 아니라, 재능을 바라보는 태도. 결과가 아니라 과정을 함께 견디는 방식. 무대는 혼자 오르는 자리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누군가의 응원 위에 세워진다. 정가온 양의 무대 뒤에는 늘 가족이 있었다. 그래서 이 가족을 만났다. 한 아이의 꿈이 어떻게 지지받으며 자라는지, 그 과정을 들여다보기 위해. 좋아하는 일을 끝까지 해보는 경험, 그 곁에서 먼저 박수 쳐주는 가족. 그 장면이야말로, 정말 즐겁지 아니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