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꿈꾸다
115년 성지여고, 전통 위에 미래 교육을 그리다

115년 성지여고, 전통 위에 미래 교육을 그리다
115년의 시간을 품은 성지여고. 이 학교의 공간혁신은 다른 학교와 좀 다르다. 낡은 건물을 고쳐 쓰는 대신, 미래의 교육을 기준으로 학교를 처음부터 다시 설계했다. 또한 전통을 지우지 않았다. 115년의 역사 위에, 학생의 배움과 생활이 중심이 되는 미래형 공간을 쌓아 올렸다.
리모델링이 아닌, ‘처음부터 다시’
성지여고 공간혁신의 가장 큰 특징은 ‘리모델링’이 아니라 ‘재건축’을 선택했다는 점이다. 결정은 쉽지 않았지만, 학교는 분명한 결론에 도달했다.
“조금 고쳐 쓰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1952년 본관 준공 이후 학생 수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필요에 따라 학교 건물을 여러 차례 개·증축해 왔다. 그 결과 동선은 복잡해졌고, 안전과 수업 환경을 동시에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 특히, 고교학점제를 앞두고 학생 이동이 잦아지고, 토의·토론·프로젝트 수업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기존 틀 위에 교육을 얹는 방식은 분명한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학교는 방향을 바꿨다. 예전 공간 위에 새 교육을 얹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교육을 기준으로 공간을 다시 설계하는 것. 이 선택이 성지여고 공간혁신의 출발점이 됐다.

전통을 지우지 않고, 미래를 얹다
성지여고는 1910년 프랑스인 신부 제르만무세(Germain Mousset, 1876~1957, 문제만)가 설립한 학교다. 115년이라는 시간 동안 쌓아온 역사와 이야기가 있는 학교다. 그래서 모든 것을 새 것으로 바꾸지는 않는다는 원칙을 세웠다. 근대문화유산인 본관과 성요셉성당은 학교 정체성의 중심으로 존중하고, 그 주변 공간은 미래 교육을 담아낼 수 있도록 새롭게 재구성했다. 과거의 의미를 지우기보다,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그 가치를 느끼며 현재의 배움과 연결될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다.
“이 공간이 지금 아이들의 배움에 도움이 되는가?”
“10년, 20년 뒤에도 교육적으로 살아 있을 수 있는가?”
성지여고의 공간혁신 비전은 거창하지 않다. 역사를 품은 채, 미래 교육을 가능하게 하는 학교. 전통과 미래가 한 공간 안에서 공존하는 학교다

미래 학교를 ‘함께’ 설계하다
이번 공간혁신은 단순한 건축 사업이 아니었다. 학교의 미래를 함께 그리는 과정이었다. 2021년 1월부터 교사, 학생, 학부모, 교직원이 함께 참여하는 워크숍이 여러 차례 이어졌다. 논의는 아주 솔직한 이야기에서 출발했다. 어디가 불편한지, 무엇이 가장 먼저 바뀌어야 하는지. 교사들은 수업과 교육과정의 변화를 이야기했고, 학생들은 학교생활 속에서 체감하는 불편과 바람을 가감 없이 전했다.
“우리 학교에 맞는 미래형 공간을 만들자!”
그 과정에서 ‘우리 학교에 맞는 공간의 원칙’이 하나씩 만들어졌다. 교과교실, 학생 쉼터 공간(홈베이스), 학습공간, 휴게공간, 동선과 안전까지. 이 모든 논의는 사전기획보고서로 정리됐고, 그 위에 설계와 공사가 더해졌다. 지금의 성지여고 공간은 누군가가 대신 만들어준 결과물이 아니다. 학교 구성원 모두의 고민과 선택이 차곡차곡 쌓여 완성된 공간이다.


우리에게 너무나 절실했던 화장실
학교에서 가장 먼저 바꾸고 싶었던 장면은 화장실이었다. 1·2학년 본관과 3학년 별관 모두 실내 화장실이 없어, 학생들은 쉬는 시간마다 2층짜리 단독 화장실 건물로 뛰어가야 했다. 전국에서도 드문 풍경이라 SBS 「세상에 이런 일이」 섭외까지 받았을 정도다. 비 오는 날, 추운 날에도 밖으로 나가야 하는 아이들을 보며 이것은 시설의 문제가 아니라 아이들 일상의 존엄과 안전의 문제라고 느꼈다. 그래서 공간혁신의 시작은 화려한 교실이 아니라, 학생들이 아무 걱정 없이 사용할 수 있는 평범한 일상을 되돌려주는 것이었다.
학교가 ‘머물고 싶은 공간’이 되다
공간혁신 이후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학생들의 표정이다. 학교를 ‘공부하러 오는 곳’이 아니라, ‘머물고 싶은 공간’으로 이야기한다. 실내 화장실을 비롯해 학년별 홈베이스, 서향제 도서관, 학습카페, 휴게 계단까지. 아이들은 쉬는 시간과 자투리 시간에 자연스럽게 머물며 이야기하고, 공부하고, 생각을 정리한다.
“학교가 수업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생활의 중심이 되었어요.”
수업 환경 역시 달라졌다. 토의·토론실, 세미나실, 스마트교실, 열린 제작실(메이커스페이스) 등 다양한 공간이 마련되면서 교사는 수업에 맞는 공간을 선택하고,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미래형 수업을 경험한다. 성지여고는 지금, 시설이 좋아진 학교를 넘어 학생의 삶과 배움이 함께 중심이 되는 학교로 한 단계 도약하고 있다. 그리고 그 학교는 여전히, 미래를 향해 달리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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