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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를 더하다
65년 전 외침을 오늘에 잇는 마산여고 학생들



65년 전 봄, 부정선거에 맞서 거리로 나섰던 마산여고 학생들의 떨리는 목소리가 다시 교정에 메아리쳤다. 아이들 손끝에서 태어난 조형물은 단순한 철 구조물이 아니다. 과거 희생과 용기, 오늘의 배움과 다짐, 그리고 미래의 약속이 겹겹이 쌓인 시간의 기록이다. 그 작품 속에서 아이들은 현세대 민주주의를 표현했다.
수업을 넘어 조형물은 민주주의를 잇는 세대 간 대화의 언어가 됐다. 마산여고 아이들을 만나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들어 보았다.
아이들 손끝에서 시작된 작은 민주주의
1960년 3월 15일, 마산의 거리는 뜨거운 분노와 함성으로 가득했다. 부정선거에 항의하며 교실을 뛰쳐나온 마산여고 학생들은 민주주의를 갈망했다. 김주열 열사의 희생과 함께 전국을 흔드는 불씨가 됐다. 그날 이야기는 교과서 몇 줄로 남아 학생들에게 전해졌지만, 살아 있는 역사로 느끼기에는 부족하다.
마산여고 학생들은 책 속에서만 접하던 3·15 의거를 몸으로 체감하는 길을 택했다. 국립3·15민주묘지, 김주열 열사 인양지 등 현장을 직접 찾아 걸으며 자신들과 또래였던 청소년들이 지녔던 용기와 두려움을 상상했다. 교과서 속 ‘사건’이 아니라 지금 자신들이 살아가는 이 땅 위에서 벌어진 역사로 다가온 순간이었다.
그 체험은 곧 새로운 질문으로 이어졌다. “내가 그 시대에 있었다면 어떻게 했을까.” 학생들은 답을 찾는 과정에서 민주주의를 단순한 권리로 보지 않았다. 민주주의는 책임이자 실천이며, 누군가의 희생 위에서 이어온 현재의 삶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그들은 배우는 데서 멈추지 않고,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나누며 하나의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실험에 나섰다. 그것이 바로 이번 조형물 프로젝트의 출발점이었다.
하현미 담당 교사 - 단순 조형물이 아닌 민주주의를 배우고 지역사를 알아가는 소중한 과정입니다. 민주주의는 거창한 담론이 아니라 학생들이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합의에 도달하는 과정입니다. 아이들은 조형물을 통해 민주주의는 생활 속에서 구현된다는 살아 있는 학습으로 남을 것입니다.

열린 투표함에 담은 세대의 약속
2학년 이보성 학생 - 이번 활동을 통해 선배들의 용기를 새삼 배웠어요. 당시 최루탄과 총알이 날아오던 상황에서 저는 용기를 내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더욱 그 시대 선배님들의 용기가 대단하다고 느꼈습니다.
홍수현 학생 - 조형물 제작 과정을 통해 다름을 존중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서로 다른 생각을 존중하며 합의점을 찾는 과정 자체가 민주주의라는 걸 깨달았죠.
여기에 신건수 경남대 교수의 멘토링이 더해지며 학생들의 구상은 한층 단단해졌다. 국외 기념 조형물 사례를 살펴보며 빛과 그림자, 공간의 쓰임을 배우고, 재료와 안전성 문제까지 꼼꼼히 점검했다. 추상적이던 아이디어는 점차 구체적인 형태로 다듬어졌다.
최종적으로 학생들이 선택한 작품은 열린 투표함을 형상화한 구조였다. 닫힌 틀을 깨고 민주주의가 열리는 모습을 담았으며, 내부에는 손을 높이 치켜든 소녀가 서 있었다. 단순히 서 있거나 걷는 모습이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는 강인한 형상이었다. 이는 과거 시위에 참여했던 선배들의 정신을 잇는 상징이자, 현재와 미래 세대가 이어가야 할 민주주의의 메시지를 품고 있었다. 작품 전체는 김주열 열사의 얼굴과 당시를 상징하는 최루탄을 연상시키는 비스듬한 선으로 마무리되어, 역사와 기억을 동시에 담아냈다.

교정에서 이어지는 세대의 대화
학생들은 과거의 희생을 배우고 현재의 민주주의를 체험했다. 이를 통해 앞으로 지켜가야 할 미래의 과제를 스스로 발견했다. “민주주의는 나에게 책임이다.”, “서로를 지켜주는 안전망이다.”라는 학생들의 정의는 각기 달랐지만, 모두가 공동체 속에서 민주주의를 이어가겠다는 다짐으로 모였다.
조형물 「껍질만 남은 자유는 필요치 않다」는 교정 한편에 놓였지만, 그 의미는 공간을 넘어선다. 과거 마산여고 선배들이 거리에서 외쳤던 용기가 오늘의 학생들 손끝에서 다시 빛을 얻었듯, 이 작품은 미래 세대에게도 민주주의를 지켜내야 할 과제를 일깨운다.
민주주의는 거대한 담론이 아니라 일상의 선택과 실천에서 살아 숨 쉰다. 친구와의 대화 속 경청, 공동체를 위한 작은 행동 하나가 민주주의를 단단하게 만든다. 이번 경험을 통해 학생들은 민주주의가 특별한 누군가의 몫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삶 속에서 지켜지고 키워 가는 가치임을 배웠다.
교정에 세워진 작은 구조물은 그래서 거대한 상징이다. 과거의 희생과 현재의 배움, 그리고 미래의 약속이 겹겹이 새겨진 이 조형물은 아이들이 살아가는 삶 속 민주주의의 이정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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