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를 만나다
복싱으로 세계 정상 도전하는 이건희·준희 형제
복싱으로 세계 정상 도전하는 이건희·준희 형제
복싱은 상대와의 싸움이 아닌
나 자신과의 싸움

오로지 나와 상대만이 오를 수 있는 무대, 사각의 링 위에 선 이상 싸워 이기는 수밖에 없다.
링 위에서 상대와 싸우기 위해 링 아래에서 쉴 새 없이 땀을 흘리며 자신과 싸워야 했던 형제는, 이제 국내를 넘어 세계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가슴에 나란히 태극마크를 달고 당당히 링 위에 선 이건희·준희 형제는 벨이 울릴 때까지 경기를 멈추지 않는다.
사각의 링 위, 태극마크를 단 두 형제의 꿈
지난해 충남 청양군민체육관에서 열린 2025 U19 및 U17 국가대표 선수 선발대회에서 형 이건희(경남체고 3), 동생 이준희(창원 안골포중 3) 형제가 나란히 우승을 차지하며 유스 국가대표로 발탁됐다. 동료이자 라이벌로 함께 운동을 해왔던 형제는 이제 국가대표가 되어 같은 미래를 꿈꾸게 됐다.
형제가 같은 길을 가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아버지 이상준 씨가 복싱 체육관을 운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친구들이 운동장에서 뛰어놀 때, 복싱장이 놀이터였고 글러브가 장난감이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복싱의 길을 걸었고, 어느새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선수로 성장했다.
아버지 이상준 씨 “처음엔 취미로 운동을 시켰는데, 어느 날 스파링을 시켜보니 형들을 가볍게 이기더라고요. ‘이 길을 가도 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죠. 복싱은 정말 힘든 운동인데 묵묵히 따라와 주고 열심히 해줘서 늘 고맙습니다.”
복싱은 우리의 운명
형제에게 복싱은 운명이었고, 지금은 인생이 되었다. 아직 어린 나이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복싱과 함께했으니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복싱이 인생이라면, 이건희 학생은 ‘인생 역전’을 몸소 보여주고 있다. 중학생 때까지만 해도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선수였지만, 경남체고 입학 후 전국체전 금메달을 차지하며 주목받는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경남체고 김무성 감독 “건희는 정말 누구보다 열심히 하는 선수이자 ‘변수가 없는 선수’라고 할 수 있어요. 덕분에 너무 많은 기대를 받고 있어서 부담스러워하는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지만, 작전을 완벽하게 수행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대견합니다.”
건희를 ‘인생 역전’이라 부르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아킬레스건 수술과 X자 다리 교정을 비롯해 많은 아픔을 겪었기 때문이다. 수술 후 처음으로 점프를 할 수 있게 되었을 때, 체력에 자신감을 갖기 시작하면서 지금의 단단한 몸을 만들 수 있었다.
형 이건희 학생 “고등학교 1학년 때 나간 대회에서 정말 이기고 싶은 경기에서 졌는데, 그때 지고 나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한번은 대통령배 대회 90㎏급에서 계속 1등을 하던 선수랑 싸워서 손도 못 내밀고 진 적이 있었거든요. 경기 후 코치님과 같이 열심히 연습해서 전국체전 때는 그 선수를 이겼어요. 열심히 하면 된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링 위에서 즐길 줄 아는 선수
경남체고 김무성 감독 “준희는 중학생 수준을 이미 뛰어넘었습니다. 경기를 즐길 줄 아는, 말 그대로 타고난 선수라고 할 수 있어요. 여기에 기술과 체력이 더해지면 세계적인 선수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동생 이준희 학생은 타고난 체력과 경기 감각으로 누구보다 복싱을 즐길 줄 아는 선수다. 빠른 스피드와 경기 운영을 바탕으로 처음 나간 대회부터 지금까지 승승장구하며 꾸준히 성장해 왔다.
특히 상대 공격을 빠르게 피하고 바로 카운터로 응수하는 일명 ‘쓱빡 기술’은 국내 최고를 자랑한다. 덕분에 지난해 전국소년체전에서 2학년의 나이로 상급생들을 모두 제치고 노련한 경기 운영과 강한 펀치력으로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동생 이준희 학생 “초등학교 때 중학생 형이랑 스파링을 했는데, 경기가 끝나고 엄청나게 숨이 차는데도 뿌듯하고 기분이 좋았어요. 지금도 제 기술이 상대에게 통할 때 정말 기분이 좋고, 링 위에서 신나게 노는 기분이 들 때가 있어요.”

지는 경기에서도 배우는 선수로
형제가 복싱에 전념하면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것은 선수들의 노력에 더해 학교와 부모의 마음이 잘 맞았기 때문이다. 감독과 코치, 아버지가 바라보는 방향이 같았고, 서로 맡은 역할을 확실하게 수행하면서 선수들의 성장을 돕고 있다.
아버지 이상준 씨 “저는 기본기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기본기를 중심으로 복싱을 가르쳤어요. 중심을 잘 잡고 정확한 동작을 계속 연습하면서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기본기에 더해 코치진 선생님들께서 잘 지도해 주신 덕분에 아이들이 많이 성장한 것 같습니다.”
주변에서 아무리 도와준다고 해도 선수 자신의 노력 없이는 결코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없다. 두 형제는 말 그대로 취미도 특기도 모두 복싱인 아이들이다. 오로지 복싱만을 바라보는 형제들이기에 김무성 감독은 아이들이 더 단단해지길 바란다. 앞으로 오랫동안 선수 생활을 하다 보면 분명히 한 번은 넘어지는 순간이 올 것이기 때문이다.
경남체고 김무성 감독 “언젠가는 지는 순간도 오고, 눈물 흘리는 순간도 올 거예요. 하지만 그럴 때조차도 배움을 얻는 단단한 선수로 성장하길 바랍니다. 지금까지 운동해 온 시간을 믿고, 어떤 경우에도 흔들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형제의 꿈은 2028년 LA 올림픽에서
서로에게 가장 부러운 것이 무엇인지 물었다. 형은 동생의 스피드를 부러워했고, 동생은 형의 체력을 부러워했다.
그러나 그것이 단순한 선물이 아닌 땀의 결과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동생 이준희 학생 “저는 한 번씩 너무 힘들면 쉬고 멈췄다 가는데, 형은 천천히 끝까지 가는 스타일이에요. 그래서 형은 저를 더 운동하게 만들고, 좋은 스승이 되어주는 것 같아요.”
형 이건희 학생 “동생이 실력이 좋아서 늘 금메달을 따는데, 제가 메달을 못 따면 안 될 것 같아서 더 열심히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앞으로 ‘누구보다 열심히 연습한 선수’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이제 내년이면 형은 한국체대로 진학하고, 동생은 형이 다녔던 경남체고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훈련 장소도, 무대도 달라지지만 두 형제가 바라보는 종착지는 같다. 바로 2028년 LA 올림픽 경기장이다. 훗날 같은 무대에서 세계 정상에 도전하는 그날을 위해 형제는 오늘도 링 아래에서 묵묵히 땀을 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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