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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꿈꾸다

한문으로 세상 가르치는 거제중앙고 이종형 교사

한문으로 세상 가르치는 거제중앙고 이종형 교사




한문으로 배우는 인문학


인문학으로 넓혀가는 세계


 


이종형 교사




영어와 인공지능이 난무하는 시대에 웬 고리타분한 글자냐고 할지 모른다. 하지만 한자는 글자 하나만 있어도 인공지능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풀어내고, 영어보다 더 많은 사람을 이해시킬 수도 있다. 세계 유일의 뜻글자인 한자의 매력이자 여전히 학교에서 한문 수업을 중요하게 여겨야 하는 이유다. 


거제중앙고 이종형 교사는 한문 수업을 통해 글자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가치를 가르친다. 오래된 글자를 넘어, 옛 지혜를 품고 지금까지 살아 있는 언어로서 충분한 의미가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언어를 넘어 인문학의 세계로


 


지금 앉아 있는 자리에서 한자어 열 개를 찾아보자. 한문을 어려워하는 사람도 한자어 열 개 정도는 거뜬히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책상, 의자, 칠판, 게시판…. 늘 쓰지만 무심코 지나쳤던 단어들이 한자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그때부터 한문이 조금씩 재미있어진다. 


거제중앙고 한문 수업이 특별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뜻과 음을 외우고, 부수와 획순을 외우는 것보다 ‘한문의 가치’를 먼저 깨치게 하기 때문이다. 이종형 교사는 첫 시간에 한자의 역사와 시작에 대해 먼저 이야기한다. 한자의 생성 과정과 당시 시대 상황을 풀어내다 보면 어느새 한문에 푹 빠지게 된다. 




“한문에는 선현들의 지혜와 기록될 당시의 역사, 배경, 지리적 여건 등 다양한 인문학적 요소가 담겨 있어요. 인문학은 사람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를 배우는 거잖아요. 한문을 둘러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수업을 넘어 자연스럽게 인문학을 깨치게 되는 것 같아요.”




한문 수업을 단순히 ‘한자’를 배우는 수업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고전은 단순한 옛 기록이 아니라 인간의 본성과 사회 질서, 정치와 윤리 등 여러 철학적 논의를 담고 있다. 때문에 한문은 인간과 사회를 깊이 이해하는 기회를 갖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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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는 문해력을 키우는 열쇠


 


요즘의 교육은 입시나 취업 실용성 중심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한문 수업을 등한시하는 것이 사실이다. 가시적인 성과가 눈에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자는 우리 언어의 기초 어휘 체계이자 동아시아 문화권의 핵심 매개체다. 한자를 등한시하면 어휘에 대한 이해력이 떨어지고, 역사와 철학적 전통에 관한 이해가 얕아질 것이다.




“최근 ‘금일’, ‘중식’ 같은 단어를 잘못 해석해서 생기는 일들이 매체에 등장하곤 하잖아요. 해가 갈수록 교육열은 높아지고 공부하는 시간은 늘어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문해력은 점점 떨어지는 것이 무척 안타깝습니다.”




문해력과 어휘력을 말할 때 중요한 것 역시 한자다. 한자를 제대로 알지 못하면 국어도 완성하기 어렵다. 일상 언어의 80% 이상이 한자로 구성되어 있을 정도로 한자어가 국어 어휘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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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한문도 재밌게 풀어내는 수업


 


한문의 고전은 인간과 사회, 삶의 본질을 묻는 훌륭한 텍스트다. 텍스트 내용을 이해하며 현상의 본질을 탐구하고 사유하는 힘을 기를 수 있다. 과거의 언어지만 그 속에 담긴 지혜는 시대가 변해도 여전히 빛을 발한다. 


찾아간 날에는 중국 당나라를 대표하는 명시인 두보(杜甫)의 한시를 풀이하고 있었다. 시성(詩聖)이라 불리는 작가의 작품을 읽으며 당시의 배경과 시를 짓게 된 이유를 이야기하다 보니, 학생들의 눈빛이 반짝거렸다. 두보의 시를 풀이할 때도 ‘누군가의 정답’을 외우는 대신 ‘자신만의 해석’을 찾아가고 있었다.




“작품을 공부할 때 뜻 해석만 알려주시는 게 아니라 일화나 배경, 사회의 이야기를 같이 해주시거든요. 수업 방식이 흥미로워서 자연스럽게 한문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다른 과목을 공부할 때도 뜻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 2학년 박효빈




“중학교 때는 외우기만 해서 별로였는데, 이종형 선생님을 만나고 나서는 한문 수업이 즐거운 수업으로 바뀌었어요. 수업 분위기도 좋고 학생들에게 친근하게 대해주셔서 더욱 좋습니다.” - 2학년 황유찬




한번은 거제의 역사와 문화유산을 찾아 한자로 풀어보면서 ‘거제 역사 지도 만들기’ 프로젝트도 진행했다. 글자에 담긴 뜻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지역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고, 한자에도 재미를 붙일 수 있었다. 이처럼 거제중앙고에서는 무조건 외우는 것이 아니라, 직접 뜻을 찾아보는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끼며 한문과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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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문’ 선생님 이전에 ‘좋은’ 선생님




이종형 교사의 한문 수업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좋은 ‘한문’ 선생님이기 이전에 ‘좋은’ 선생님이기 때문이다. 한문의 재미를 알게 해준 것뿐 아니라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관심을 가지고 진심으로 대해준다. 수업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면서도 공부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니 수업을 좋아할 수밖에 없다. 




학교생활을 어려워하는 학생에게 “자장면 한 그릇 먹을래?”라며 다가가 학생의 이야기를 귀담아들어주기도 했다. 그렇게 맺어진 인연으로 그 학생은 적어도 한문 수업만큼은 착실하게 참여하며 학교생활에 정을 붙였다. 안타깝게 전학을 가긴 했지만, 교사로서 한문을 가르치는 것 이상으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깨달은 순간이었다.




카이스트에 진학한 한 학생(거제중앙고 53회 졸업생)은 인문학과 자연과학, 공학을 연결해 자신의 생각을 논리정연하게 피력하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평소 한문 수업을 열심히 들으며 인문학적 소양을 쌓은 덕분이었다.




“그 학생이 인문학의 본질을 상기하게 해 줘서 고맙다고 말해줄 때 정말 뿌듯했어요. 그리고 아이들의 변화를 눈앞에서 지켜볼 때, 교사는 참 좋은 직업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도 아이들에게 한문의 가치를 전하며, 누구보다 좋은 스승으로 남고 싶습니다.”




 


미니 인터뷰




한자는 ‘타임캡슐’이라고 생각해요. 과거의 작품을 지금, 미래에 꺼내보는 거죠. 선현의 생각이나 감정을 지금 꺼내보면서 배우고 공감하는 게 무척 즐겁습니다. 이 글자에는 어떤 이야기가 있을까 궁금해하며 수업을 기다립니다.   2학년 박효빈




선생님께 한문 수업을 들은 후부터 책을 읽을 때나 다른 과목을 공부할 때 어휘의 뜻을 더 잘 유추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교과 공부에도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나중에 좋은 어른이 되어서 꼭 다시 선생님을 찾아뵙겠습니다!   2학년 황유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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