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꿈꾸다
학생이 주도하는 경남 역사교육


교실에서 역사를 움직이는 주인공은 학생이다. 주제 선정부터 자료 조사, 창작·발표, 시민과의 나눔까지 아이들은 역사를 온몸으로 배우고 있다. 아이들은 스스로 질문을 만들고 자료를 비교하며 역사와 독도를 기억한다. 직접 참여를 통해 역사를 배우고 민주 사회의 인재로 성장하겠다는 것이 경남교육청 정책의 핵심이다.
올해는 광복 80주년을 맞은 해이다. 하지만 아이들의 역사 인식 부족 문제 는 매년 제기되고 있다. 경험 중심의 역사교육을 촘촘히 제공하지 않으면 무관심이 곧 왜곡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경남교육청은 역사 교육의 축을 ‘학생 중심·학생 참여’로 두고 다양한 현장을 통해 광복의 의 미를 되새기고 있다.

광복 80주년을 맞은 올해, 경남교육청은 “경남학생, 과거를 기억하고 미래를 기약하다”를 주제로 학생 중심, 체험·참여 위주의 역사 교육 프로그램을 설계했다.
학생이 역사적 사실을 찾아보고 스스로 해석·기념하며 올바른 가치관을 키우는 것이 목표다.
일본의 역사 왜곡과 독도 영유권 주장,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분명하게 대응하겠다는 취지도 담고 있다.
서명문 태극기 전시는 학생 참여의 상징적 장면이다. 한국광복 군 서명문 태극기에서 착안해 학생·교원·직원 900여 명이 각자 의 다짐을 한 장의 태극기에 남겼다. 전시는 8월 5일부터 17일까 지 본청 1층 복도 갤러리에서 진행됐다. 앞서 5월에는 31개교가 학교별 서명문 태극기를 제작했고, 6월에는 교사들이 천안 독립 기념관에서 실물을 확인하는 탐방 연수를 거쳤다. 이어 7월에는 교육감·정책관리자·직원의 서명을 더해 35개 태극기를 연결했다. 복도라는 일상 동선에 ‘평범한 우리가 역사의 주인공’이라는 메시지를 배치한 연출도 눈길을 끌었다.

31개 학교가 참여해 만든 태극기

8월 13일 열린 학생역사문화 동아리 온라인 발표회에는 도내 10개교가 참여해 다큐멘터리·인터뷰·연극·뮤직비디오 등 저마다의 형식으로 역사를 재해석했다. 삼현여중은 자작곡 ‘나의 나라, 나의 조국’을 뮤직비디오로 제작했고, 호암중은 안중근·유관순·김학순을 한 장면에 담은 창작뮤지컬 ‘그날의 외침’을 선보였다. 해당 작품들은 경남교육청 유튜브와 중등교육과 자료실에서 누구나 볼 수 있다.
기억은 거리에서 커졌다. 경남교육청은 대관·버스 지원 등을 운영해 학생들의 자발적이고 창의적인 참여가 발표와 전시, 시민과의 만남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했다. 8월 14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에 학생들이 만든 역사신문, 캐릭터 부채·볼펜·키링, 영자신문 ‘herstory’ 등 결과물이 시민에게 직접 전해졌다. 교육청은 일제 잔재 청산 사업의 취지와 성과를 담은 리플릿을 함께 배포해, 학교에서 시작된 배움이 가정과 지역사회로 확산되도록 했다.

호암중 창작뮤지컬- 그날의 외침

반송중 동아리 '은가비' 제작 역사신문

한일여고 제작 영자신문- herstory

독도교육은 메타버스 독도체험관을 축으로 진행된다. 메타버스 기반 독도체험관 관람은 텍스트 중심의 학습을 체험형으로 전환하는 도구가 됐다. 학생들이 지형·생태·역사 자료를 가상으로 탐사하며 주권 감수성을 키우는 방식이다. 학기 후반에는 일본의 역사 왜곡과 독도 영유권 주장에 대응해 ‘독도는 대한민국의 국토’임을 알리는 10월 선언 행사로 학습의 호흡을 연말까지 이어간다.
준비 단계부터 깃발·다국어 결의문·티셔츠·기록 영상 등 산출물을 학생 스스 로 기획·제작하도록 했다. 태봉고 학생들은 독도의 모습을 한글로 형상화한 깃발을 제작했고, 김해외고 학생들은 4개 국어로 독도 수호 결의문을 작성했다. 사천여고는 경남교육청의 ‘아이좋아’ 로고를 활용해 ‘독도좋아’ 티셔츠를 디자인했고, 창원봉림고 학생들은 활동 전 과정을 영상으로 기록할 예정이다.
역사는 과거의 사실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재와 연결되어야 한다. 그래서 역사 교육은 학생들이 연표와 사건을 외우는 것보다, 교과서에서 배운 역사 이야기를 지금의 나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를 스스로 깨우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경남의 역사교육은 더 이상 ‘행사 목록’이 아니라, 학생이 만들어 가는 경험의 축적이다. 그리고 그 경험은 내일의 시민성을 미리 보여주는 가장 설득력 있는 증거가 되고 있다.

독도 깃발

태봉고 학생들이 제작한 '독도 한글 형상 깃발'

김해외국어고등학교 태극기 결의문
INTERVIEW
경남교육청은 학생 중심·참여형 수업을 강화하고, 지역사와 현장을 담은 체험 활동을 통해 역사교육을 하고 있다. 중등교육과 중등장학 김향숙 장학관에게 역사교육의 비전과 미래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경남교육청 역사교육(독도교육)의 핵심 목표와 비전은?
2025년 경남교육청 역사교육의 지향점은 ‘경남 학생, 과거를 기억하고 미래를 기약하다’입니다. 이는 역사를 단순한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오늘의 우리를 비추는 거울이자 더 나은 내일로 향하는 나침반으로 인식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출발했습니다. 나아가 학생들이 역사의 흐름 속에서 성공과 실패의 물결을 직접 체감하며, 비판적 성찰이라는 단단한 닻을 내릴 수 있도록 돕고자 합니다.
궁극적으로는 ‘나는 어떤 세상에서 살고 싶은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짐으로써, 더 나은 공동체를 만들겠다는 건강한 민주시민의 책임감을 가슴에 품도록 이끌고자 합니다. 역사를 통해 스스로 길을 찾고, 더 큰 미래를 설계하는 힘을 길러주는 것, 이것이 바로 경남교육이 지향하는 역사교육의 목표입니다.
‘학생 중심·학생 참여’라는 원칙을 구체적으로 적용할 수업이나 프로그램이 있는지?
경남교육청은 아이들과 함께 역사를 기억하고 미래를 기약하는 역동적인 활동을 펼쳤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경상남도교육청 학생·교직원 서명문 태극기’와 ‘2025 학생 역사문화동아리 발표회’가 있습니다. 광복 80주년을 기념해 도내 31개 학교 학생들이 한 글자 한 글자 정성스럽게 염원을 새긴 서명문 태극기는 우리 교육청 본관에 전시되어 많은 이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습니다. 이는 전시물로서의 의미뿐 아니라, 조국을 지킨 선열의 정신을 기리고자 하는 아이들의 진심을 담아냈습니다. 10개 중·고등학교 동아리에서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기 위해 연극, 뮤지컬, 뮤직비디오 등 다채로운 영상을 제작해 온라인으로 발표했습니다.
아울러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에는 학생들이 직접 만든 부채와 신문을 시민들에게 전달하며 역사를 기억하는 뜻깊은 시간을 가졌습니다. 우리 학생들은 이러한 활동을 통해 공동체 의식을 내면화하고, 시민으로서의 책임감을 가슴에 품었습니다.
메타버스 독도체험관, 자체 교재 제작, 독립유적지 탐방 등에서 학생들이 보인 의미 있는 변화나 성과는?
가장 큰 성과는 우리 아이들이 역사를 더 이상 교과서 속 위인들의 이야기가 아닌, 바로 ‘나의 이야기’로 받아들이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아이들이 직접 참여하고 행동하는 과정에서 역사는 살아있는 배움이 됩니다. 서명문 태극기에 마음을 새기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기리는 작품을 직접 만드는 과정에서 평범한 사람들의 작은 행동이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고,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역사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오늘을 성실하고 의미 있게 살아가는 것이 바로 밝은 미래를 만드는 길이라는 소중한 자각을 얻었고, 건강한 민주시민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 믿습니다.
앞으로 학생들이 역사를 배우고 지키는 주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어떤 정책을 지원할 계획인지?
광복 80주년을 맞아 우리 교육청은 아이들이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가는 주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입니다. 경남은 고대 가야 시대부터 현대의 민주화 운동에 이르기까지 풍부한 역사 문화유산을 품고 있습니다. 이 귀한 유산을 살아있는 교육 현장으로 만들어 우리 아이들이 역사를 박제된 과거가 아닌 현재의 나와 연결하도록 이끌겠습니다.
학생 중심 체험형 교육을 강화하겠습니다. 현장 탐방을 통해 역사의 생동감을 느끼게 하고, 학생 역사 동아리 지원을 확대해 자발적이고 깊이 있는 탐구 활동을 격려하겠습니다. 또한 맞춤형 도움 자료 개발 및 보급을 통해 역사에 한 발 더 다가가도록 돕겠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역사 속에서 삶의 의미와 가치를 발견하고 미래를 향한 책임감을 키워 나가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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