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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를 더하다
사과 향기로 물드는 산골 학교, 거창 고제초


오전 10시, 등교하자마자 아이들은 분주히 모자와 팔토시를 착용하고 사과밭으로 향한다. 더운 날씨 속에서 땀을 흘리며 사과 잎을 따지만, 아이들의 얼굴에는 해맑은 웃음이 번진다. 직접 사과를 키워 판매한 수익을 지역사회에 기부하며 나눔을 실천한다. 거창 고제초등학교 아이들의 사과밭에서 따뜻한 순간을 함께했다.

2020년, 고제초에 ‘해따지 사과나무’라는 동아리가 만들어졌다. 이 동아리는 마을의 특산물을 기르며 경제를 배우고, 얻은 소득을 도움이 필요한 이웃과 나누며 지역과 공존하고 있다. 김성택담당 선생님은 단순히 사과나무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마을과 공존을 위한 교육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아이들과 함께 땀 흘리며 일을 돕는다.
“거창 고제면은 고도가 높아 사과 특산물로 유명해요. 사과나무를 가꾸는 일은 단지 수확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마을을 지탱하는 자연과 조화롭게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는 소중한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8월 초, 아이들의 사과 농사에 동행했다. 아이들은 사과농장 주인인 마을 선생님께 인사를 하고, 오늘의 과제를 설명 들었다. 이날의 과제는 ‘잎 따기’. 작은 손에는 가위와 장갑이 들려 있었고, 가지 사이에 숨은 사과를 찾자마자 주변 잎을 조심스레 잘라냈다. “햇빛이 골고루 들어가야 사과가 예쁘게 빨개져요!”라는 한 아이의 말처럼, 학생 농부 눈빛에는 자신이 키우는 사과를 더 맛있고 예쁘게 만들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다. 잎이 하나둘 사라질수록 붉은빛을 드러내는 사과는 점점 탐스럽게 변해갔다. 땀방울 속에서도 아이들은 수확의 기쁨을 미리 느꼈다.


올해로 세 번째 사과나무를 키운다는 4학년 정강수 학생은 능숙하게 잎을 따고, 병든 곳이 없는지 살핀다. 사과 농장을 운영하는 부모님을 도우며, 농사의 어려움을 새삼 느낀다. 무더위 속 농사는 쉽지 않지만, 수확 후 복지기관에 판매금을 기부했을 때의 뿌듯함을 알기에 열심히 한다. “게을리하면 사과 열매를 볼 수 없어요. 사과를 키우면서 앞으로 부지런한 사람이 돼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기부를 하면서, 나도 내 노력으로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다는 걸 느꼈어요.”
“절대 포기하지 말자.” 6학년 유재인 학생은 처음 사과 농사를 시작했을 때 무척 어려웠다고 했다. 농사는 힘들었고, 나무도 생각만큼 잘 자라지 않았다. 그러나 해마다 사과를 키우다 보니 노하우가 생겨, 지금은 혼자서도 나무를 가꿀 수 있다. 그는 평생 잊지 못할 추억도 생겼다고 했다. “친구들과 팔고 남은 사과로 케이크를 만들어 먹었어요. 그날 정말 많이 웃고 즐거웠어요. 평생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아이들이 1년간 키운 사과는 직접 수확해 판매한다.
거창군청 앞에 마련한 부스는 학생들이 직접 꾸몄다. 봄부터 정성껏 가꾼 사과를 곱게 포장해 손님을 맞았고, 홍보·가격 안내·포장·계산까지 전 과정을 스스로 해냈다. 한 손님은 “사과가 정말 맛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상상플리마켓’에도 참여해 더 많은 시민을 만났다. 아이들은 사과를 선별하고 닦아 포장했으며, 부스 꾸미기와 홍보 문구 제작까지 손수 준비했다. 준비한 사과는 행사 내내 성황리에 판매됐고, 수익금 전액은 거창군 장학회와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등에 기부됐다.
고제초 학생들의 작은 장터는 단순한 판매를 넘어, 배우고 나누는 경제 교육의 장이자 지역사회에 온기를 전하는 특별한 하루로 남았다.
재인 학생은 기부의 뿌듯함을 알고, 졸업 후에도 이웃을 돕겠다고 결심했다. “처음에는 기부의 보람을 몰랐는데, 이제 알게 됐어요. 앞으로도 다른 방식으로 계속 남을 도울 거예요.”
이 동아리는 단순히 사과를 키우는 모임이 아니라, 작은 손길이 모여 지역과 함께하며 도움을 전하는 곳이다. 고제초 아이들은 사과밭에서 공존과 나눔을 배운다. 9월 사과 수확을 위해 농부로 변신해 나무를 가꾸는 아이들에게 응원을 보낸다. 그 사과가 앞으로도 지역사회에 따뜻한 손길로 남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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