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를 만나다
다시 한번 로봇으로 세계 무대 도전을 꿈꾸며


지난해 열린 2023-2024 VEX IQ 로보틱스코리아챔피언십 중등부 대회에서 김연호·연준 형제팀이 우승을 차지하면서 세계로봇대회 국가대표 자격을 얻었다.
로봇을 시작한 지 몇 년 되지 않아 얻은 큰 성과에 형제는 부둥켜안고 기쁨을 나눴다. 이후 미국 텍사스에서 열린 세계로봇대회에서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고 세계 각국 대표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그로부터 1년 후, 형제는 다시 한번 로봇으로 세계 무대에 도전하겠다며 남은 열정을 쏟고 있다.
벡스로보틱스대회(VEX Robotics World Championship)
미국 텍사스에서 개최되는 세계 최고 권위의 로봇 대회로 미국항공우주국(NASA), 구글, 테슬라 등 세계적인 기업에서 후원하고 있다. 매년 세계 40여 개국에서 4만여 명의 학생들이 각국 대표로 참가해 실력을 겨룬다.

“결승전에서 처음으로 동점이 나와서 재경기가 열렸거든요. 경기 종료 벨이 울리면서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동생을 얼싸안고 펄쩍펄쩍 뛰었어요. 하늘을 날 것만 같은 기분이었어요.” ●김연호, 김해 삼계중학교 3학년
“마지막 경기에서 조이스틱을 내려놓자마자 형이 뛰어오더라고요. 사실 그때는 ‘내가 국가대표가 됐다고?’라며 부정했어요. 우승한 것이 믿기지 않더라고요.” ●김연준, 화정초등학교 6학년
연호·연준 형제의 ‘10432G팀 시나브로’가 2023-2024 VEX-IQ 로보틱스코리아챔피언십 중등부 대회 결승전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대회 준비를 위해 수백 번 넘게 로봇을 만들었다가 다시 해체하고, 서로 의견을 조율해 가며 연구를 거듭한 덕분이었다.
이 팀의 우승을 누구보다 기뻐한 이는 곁에서 응원과 지지를 아끼지 않았던 어머니 김민주 씨였다.
“2023년 선발전에서는 경기가 마음먹은 대로 풀리지 않아 파이널에 진출하지 못했거든요. 과천과학관 벽을 붙잡고 대성통곡하는 아이들을 보고 얼마나 마음 아팠는지 몰라요. 이후 아이들이 마음을 다잡고 얼마나 열심히 준비했는지 몰라요. 다행히 좋은 성과가 나와서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머니 김민주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고 찾은 미국 텍사스 대회장 안에는 형제를 위한 작은 부스가 마련되어 있었다. 태권도와 태극기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것들로 부스를 꾸미고, 친구들에게 나눠 줄 작은 기념품도 준비했다. 특히 믹스커피와 태극 문양의 사진 소품이 큰 인기를 끌었다. 다른 부스에 찾아가 방명록을 남기며 로봇으로 하나 되는 기쁨도 누렸다. 적어도 대회장 안에서는 서로 말이 통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친구가 될 수 있었다.
태극마크를 달고 처음 출전한 큰 대회였지만, 형제는 늘 그렇듯 서로를 보완해 가며 무결점 로봇을 만들고자 노력했다. 대회 전날까지도 ‘잠은 돌아가는 비행기에서 자자’라는 생각으로 밤을 지새웠고, 그 어느 때보다 단단히 준비를 마쳤다.
벡스로보틱스대회는 서로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두 팀이 동맹을 맺고 하나의 미션을 수행해 나간다. ‘10432G팀 시나브로’는 멀리 미국에서 손짓과 발짓, 번역 앱을 써가며 다른 나라 팀과 동맹을 맺고 로봇 미션을 차근차근 풀어나갔다. 그 결과 전체 420개 팀 중에서 27위로 우수한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


지금이야 코딩을 하고 로봇 만들기를 즐기는 로봇영재로 불리고 있지만, 형제의 영재성은 머리가 좋아서도, 일찍 사교육을 시작해서도 아니었다. 오히려 양육자는 맞벌이를 하고 있어서 아이들에게 신경을 많이 써주지 못해 늘 미안해했다고.
“그래도 짧은 시간이라도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했어요. 퇴근 후 저녁을 준비하는 동안 미술놀이를 구성해서, 아이들이 자유롭게 놀 수 있도록 미션을 주기도 했어요. 그게 로봇 미션 수행 능력과 문제해결력을 키우는 밑거름이 된 것 같아요.” ●어머니 김민주
연호가 움직이는 물체의 작동 원리에 대해 관심이 많다는 것을 발견한 것도 어머니였다. 언젠가 경복궁 고궁박물관에서 자격루를 한 시간 넘게 탐색하는 것을 보고 ‘이 아이는 기계를 보는 것이 하나의 놀이구나!’라고 생각했다. 미술놀이를 할 때도 머릿속에서 상상한 것을 거침없이 표현할 줄 아는 아이였다. 반면 연준이는 손재주가 좋고 형이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세심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고 완성해 내는 아이다. 이렇게 다른 면을 지닌 형제는 로봇을 만들 때는 누구보다 환상의 호흡을 자랑한다.
“연호는 미션 수행을 위한 로봇의 프레임, 구동계, 기어 결합 등을 담당해요. 연준이는 실제 로봇 가동 시의 문제점을 예견하고 세밀한 오류를 찾아가며 코딩 수정을 담당합니다. 둘의 장점을 잘 살린 덕분에 무결함 로봇을 완성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어머니 김민주


연호·연준 형제가 처음 로봇을 시작한 것은 학교 방과후 수업에서 코딩의 기초를 배우면서부터였다. 이후 김해교육지원청 발명교육센터에서 초등 발명반을 수료하고, 인공지능 개념 특강, 아두이노, 3D 모델링 틴커캐드, 골드버그 장치 수업도 수강했다. 경남교육청에서 열린 ‘미래와 만나는 인공지능 교육체험 한마당’에 참석하기도 했고, 창원로봇랜드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제작 과정 및 체험 과정도 수료했다. 현재 영재원 과학반 심화 과정을 수료하고 인공지능 3단계 교육을 진행 중이다.
“아이의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점점 더 수준 높은 교육을 원하게 됐는데, 찾아보니 교육청에서도 수준별 다양한 교육이 마련되어 있더라고요. 학교 수업과 경남교육청, 김해교육청, 영재원 등 여러 곳에서 열리는 무료 프로그램을 통해 로봇과 코딩에 관련된 다양한 지식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어머니 김민주
발명의 매력에 빠진 아이들은 숙제로 쓰던 일기장을 발명 일기장으로 탈바꿈시켰고, 우리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잡동사니로도 새로운 발명품을 만들어낸다. 오랜 노력 끝에 원하는 방식으로 로봇을 움직일 수 있게 됐고, 지금은 다시 한번 더 태극마크를 달고 세계 무대에 서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고 있다. 열정이 있기에 포기하지 않고 앞서 달리는 아이들과, 그 옆에서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주는 양육자. 로봇영재 가족의 도전 덕분에 우리는 로봇이 바꿔놓을 새로운 미래를 꿈꿀 수 있게 됐다.


“로봇 코딩을 하면서 제가 원하는 방식으로 로봇이 만들어지고, 또 제가 의도한 대로 작동하는 게 정말 신기하고 재미있어요. 그래서 앞으로도 계속 로봇을 만들 것 같아요.” ●김연준
“지금 로봇 관련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데, 채널을 통해 공통 관심사를 가진 해외 친구들과도 인연을 맺고 있어요. 앞으로도 로봇을 사랑하는 친구들과 함께 소통하면서, 내년 벡스로봇대회도 잘 준비해 보려고 합니다.” ●김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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