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꿈꾸다
합천 봉산초 늘봄학교 ‘드론축구’

마음대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고 느껴질 때, 두 손으로 조종기를 잡고 원하는 방향으로 드론을 날려 보자. 마음이 시키는 대로 움직이는 드론을 보면서, 그래도 노력하다 보면 어떤 것도 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솟아난다. 합천 봉산초등학교에 가면 아이들이 이끄는 대로 경기장을 누비며 골대를 향해 돌진하는 드론을 만날 수 있다.
이곳에서 늘봄학교 드론축구 수업으로 자신감과 꿈을 키워나가는 아이들을 만났다. 하늘 높이 날아오르는 드론보다 더 높은 꿈을 꾸는 아이들이었다.

전교생 열두 명, 작은 학교의 반란
합천호가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자리 잡은 봉산초등학교는 전교생 열두 명이 다니는 작은 학교다. 겉으로 보기에는 고요하지만, 운동장 옆 체육관에 가면 여느 학교 못지않게 활기찬 아이들을 만날 수 있다. 특히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 오후에 열리는 드론축구 수업은 전교생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이다.
바로 이 작은 학교가 지난 5월 17일에 열린 ‘제2회 거창군수배 전국드론축구대회’에서 반란을 일으켰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18개 팀 가운데 3위에 입상하며 봉산초 드론축구팀 ‘썬더볼트’ 이름을 전국에 알렸다. 드론축구를 시작한 지 일 년도 되지 않았고, 전교생이 모두 선수로 등록되어 있는 작은 학교가 보여준 놀라운 결과였다.

봉산초만의 특별한 늘봄학교 ‘드론축구’
봉산초는 지난 2024년 8월부터 늘봄학교 사업의 일환으로 드론축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드론축구는 드론 조종 기술과 축구 경기를 결합한 스포츠다. 팀당 다섯 명이 공격 드론 두 대, 수비 드론 세 대 조종을 맡아 상대 팀과 겨루는데, 경기 규칙에 따라 더 많이 득점하는 팀이 승리한다. 드론 조종 기술에 더해 전략과 전술, 문제 해결 능력과 팀워크까지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다.
처음 드론축구 수업을 기획할 때 합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어서 반대에 부딪히기도 했다. 하지만 다른 지역에서 봉산초로 유학을 오게 만들고 또 학교 아이들을 계속 머물게 하려면 드론축구처럼 특별한 것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상봉 지도교사 - 저희가 아무리 유익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해도 아이들이 좋아하지 않으면 소용없잖아요. 드론축구는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프로그램이라 생각했고, 실제로 아이들도 정말 좋아하더라고요. 조종기 하나만 있으면 아이들 마음먹은 대로 되니까 누구나 빠져들게 되더라고요.
수업을 위해 체육관에 드론축구 정식 경기장을 세우고, 대한드론축구협회 경남지회장이자 드론축구 청소년팀 국가대표 이진성 감독에게 수업을 부탁했다. 아이들에게 최고의 강사와 최고의 프로그램으로 큰 세상을 보여주고 싶어서다.
● 썬더볼트 이진성 감독 - 정말 반가웠어요. 도시에서는 드론축구를 쉽게 접할 수 있지만 합천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스포츠거든요. 그런데 아이들에게 좋은 기회를 준다고 해서 기쁜 마음으로 달려왔습니다. 와서 가르쳐 보니 아이들도 잘 따르고 두각을 나타내는 아이도 있어요. 작은 학교에 있지만 국가대표를 꿈꿀 수 있도록 열심히 가르치고 있습니다.

‘썬더볼트’라는 작은 사회에서 세상을 배우다
드론축구를 통해 아이들은 가장 먼저 드론 조종 기술을 익힌다. 기술을 익히고 나면 드론축구 경기를 위한 전략적 사고를 배우게 된다.
함께 연습하고 노력하면서 팀워크와 창의력, 문제해결 능력까지 배울 수 있다. 기술과 인성을 고루 배우면서 즐거움까지 얻을 수 있으니, 그야말로 일거양득이다.
썬더볼트 팀은 전교생이 한 팀에 소속되어 있다 보니 장단점이 명확하다. 단점은 늘 같은 사람들과 만나야 한다는 것, 장점은 그래서 서로 눈빛만 봐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함께하는 시간이 많다 보니 뜻이 잘 맞을 때도 있지만 가끔은 서로 마음이 맞지 않아 다툴 때도 있다. 하지만 아이들은 서로 소통하고 배려하는 법을 익히면서 더 큰 세상을 배워나간다.
●이상봉 지도교사 - 같이 대회도 나가고 경기 전략 이야기도 하면서 아이들끼리 대화가 굉장히 풍성해졌어요. 물론 갈등도 있지만, 서로 다독이면서 함께하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찾아나가더라고요.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지듯 아이들 관계가 더 단단해진 것 같아요.
● 썬더볼트 이진성 감독 - 드론축구는 드론을 잘 조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단합이 가장 중요하거든요. 소통하는 법을 배우게 되고 목표가 생기니까 더 노력하게 돼요. 사회성도 좋아지고 판단력과 문제해결력도 키울 수 있습니다. 썬더볼트 팀을 보면 그런 성장과 변화가 눈에 보여서 정말 뿌듯합니다.

2025년 5월 17일 광주 드론축구대회
드론 날리며 꿈을 키우는 아이들
드론축구를 시작하고 나서 많은 것이 달라졌지만 가장 큰 변화는 꿈을 갖게 됐다는 점이다. 그리고 노력하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것도 깨달았다.
드론축구 팀원 중 두 명은 드론축구에 두각을 나타내면서, 매주 토요일 버스를 타고 거창까지 나가 배움을 이어가고 있다. 언젠가 드론축구 국가대표가 되어 자유롭게 경기장을 누비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다.
● 6학년 이도경 학생 - 처음 경기에 나갔을 때 큰 점수 차로 진 팀이 있는데, 올해는 그 팀을 만나서 꼭 이겨보고 싶어요. 그리고 나중에 드론축구 국가대표가 되어서 멋진 골을 많이 넣을 거예요!
● 6학년 차효주 학생 - 경기를 하다 보면 팀원끼리 마음이 정말 잘 맞을 때가 있거든요. 그때 정말 기분이 좋아요. 지금 드론축구를 열심히 하는 것처럼 다른 공부도 열심히 하다 보면, 대기업에서 일하고 싶다는 제 꿈도 이룰 수 있을 거예요.
● 5학년 서지유 학생 - 제 드론으로 상대 드론과 몸싸움을 하고, 상대 공격을 잘 막아냈을 때 정말 기분이 좋아요. 드론축구를 계속하다 보면 언젠가 국가대표도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이제는 아이들의 꿈에 어른들이 답해야 할 때. 봉산초는 앞으로 드론축구로 성과를 착실히 쌓아나가면서 아이들이 안전하고 행복하게 성장하는 학교 특색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어달선 교장 - 봉산초에서는 1학년 때부터 드론 관련 몰입 수업을 할 수 있어서 진로 연계도 충분히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드론축구를 넘어서서 코딩과 자율비행, 자격증 취득 등 심화교육을 통해 드론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경험하게 해주고 싶습니다.

작은 학교라고 해서 아이들의 꿈까지 작은 것은 아니다. 봉산초는 아이들이 큰 꿈을 꿀 수 있게 교정에 푸른 바다와 커다란 고래를 그리고 체육관 한편에 경남 최초로 드론축구 정식 경기장까지 조성했다.
아이들의 꿈을 응원하는 교사들의 노력에 답하기 위해 썬더볼트 팀원들은 오늘도 드론을 하늘 높이 띄운다. 꿈의 크기만큼 높이, 높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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