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를 만나다
‘한국사 신동’ 정하랑 학생을 만나다

‘한국사 신동’ 정하랑 학생을 만나다
“한국사능력검정시험 1급 합격
비결은 꾸준한 책읽기”
지난 2021년 김해의 만 여덟 살 어린이가 한국사능력검정시험에서 95점을 받아 1급에 합격했다. 구석기부터 근현대사까지의 역사가 광범위해서 성인도 쉽지 않은시험에 합격한 대단한 아이였다.
하랑이는 네 살 때 아빠가 차 안에서 들려주던 노래 ‘역사를 빛낸 100인의 위인들’을 계속 따라 부르다가 역사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후 자연스럽게 한국사 관련 책을 읽게 됐고, 우리나라의 역사와 인물들 이야기에 푹 빠져들었다. 김해 주촌초등학교 4학년 때였던 2023년 TV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삼일절 특집에 출연해 ‘한국사 신동’으로 불리며 시청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 하랑이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김해서중학교 1학년인 정하랑 학생과 어머니를 만나 한국사 공부와 학교생활 이야기를 들어봤다.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은?
국사편찬위원회에서 우리 역사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높이고 한국사 교육을 강화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한다는 취지에서 지난 2006년에 도입했다. 그해 11월 25일 제1회 시험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급수는 1급부터 6급까지 있으며, 1급·2급·3급은 심화, 4급·5급·6급은 기본으로 문제가 통합되어 시행되고 있다. 학력, 나이, 국적, 신분과 관계없이 응시할 수 있다. 별도의 성적통지서, 인증서를 발급하지 않고 공식 홈페이지, 정부24에서 한국사능력검정 인증서 발급으로 인증서를 출력할 수 있다.
중학생이 되고 나서는 학업 부담도 있을 텐데, 한국사 관련 공부를 계속하는지.
● 정하랑 학생 - 네. 저는 문제를 푼다거나 강의를 듣기보다는 책을 읽고 공부하는 게 제일 편해요. 모르는 부분이 있을 때는 오답노트를 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 나가요. 외우기보다는 역사를 이해하려고 해요. 이 사건이 일어나는 거니까 이런 결과가 생기는 거라고 생각하는 거죠. 한 인물에 대해 공부할 때 그 사람의 일생을 다룬 책 외에도 그 인물의 업적을 다룬 책들을 구해 함께 읽으면 도움 돼요. 다산 정약용 선생 같은 경우에는 위인전뿐만 아니라 목민심서, 경세유표, 흠흠심서 등의 책도 함께 읽는 거죠.
한국사능력검정시험 1급에 합격한 비결은 ‘꾸준한 책읽기’라고 생각해요. 지금도 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에 와서도 책을 많이 봐요. 얼마 전엔 <인간 역사의 대담하고 위대한 질문, 사피엔스>와 <인간 사회의 운명을 바꾼 힘, 총균쇠>를 읽었어요. 요즘 <몽유병자들>이란 책을 읽고 있는데, ‘1914년 유럽은 어떻게 전쟁에 이르게 되었는가’를 주제로 한 책이에요. 제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유럽 열강들의 외교 정책을 다루고 있어요.
또한 영어로 된 역사 관련 책을 보며 영어 공부와 역사 공부를 한꺼번에 하기도 해요. 역사에 관심이 많으니까 영어 공부도 지루하지 않게 한답니다. 또 시간 날 땐 TV의 역사 관련 다큐멘터리를 보곤 해요.

김해서중 도서실에서 포즈를 취한 정하랑 학생
‘유퀴즈’ 출연했을 때 ‘2·8독립선언’에 이어 ‘훈춘사건’과 ‘간도참변’을 강연처럼 했는데.
● 정하랑 학생 - 3·1만세운동에 앞서 일어난 2·8독립선언은 도쿄에서 수백 명의 한인 유학생들이 모인 만세운동이에요. 이 소식을 손병희 선생님이 듣게 되었고 ‘우리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 해서 일어난 게 3·1운동이고요. 독립을 위해 정말 많은 국민들이 참여했다는 걸 새삼 깨달았어요. ‘훈춘사건’이 일어난 계기는 바로 ‘봉오동전투’예요. 이 전투에서 대패한 일본은 분노하게 되고, 마적단을 섭외해 일본 훈춘영사관을 습격하는 자작극을 벌여요. 이로 인해 일본인들을 보호하겠다는 명분으로 2만 병력의 군대를 투입하게 된 거죠.
또 ‘청산리전투’에서 패한 일본군이 간도에 있는 조선인 마을로 쳐들어가서 조선인들을 무참하게 살해한 사건이 바로 ‘간도참변’이었죠. 당시 무차별 학살당한 한국인이 무려 3,700여 명이었다니, 이 사실을 처음 접했을 때 저도 많이 놀랐어요. 그래서 ‘유퀴즈’에 나갔을 때 이 사건들을 꼭 얘기하고 싶었어요.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했을 때 정하랑 학생
한국사 책에 나오는 역사 현장에 직접 가보곤 한다는데.
● 정하랑 학생 - 어릴 때부터 부모님과 역사 여행을 많이 갔어요. 김해국립박물관과 수로왕릉은 물론이고 불국사, 석굴암, 해인사, 오죽헌, 진주성, 공주 공안성, 하회마을, 독립문, 서대문형무소, 경복궁, 창덕궁, 경희궁 등 전국을 돌았어요. 제 조상(나주 정씨)인 정약용 선생님의 업적이 담긴 수원화성에도 가봤고요. 그래도 우리나라 5대 궁궐 중 덕수궁과 창경궁에는 아직 못 가봤어요.
가본 역사 현장 중 기억에 남는 장소와 그 이유는.
● 정하랑 학생 - 제가 어릴 때는 역사여행 장소 선정 등을 부모님이 정해 주셨지만, 초등 고학년이 되고 나서는 제가 먼저 역사여행 장소를 얘기했어요. 제가 가고 싶다고 해서 찾은 곳 중 하나가 수원화성이었어요. 제 조상(나주 정씨)인 정약용 선생님이 기중기를 만들어 성을 쌓은 곳이라 가장 기억에 남아요. 책에서 본 내용을 체험과 연결하고 싶었어요. 배경지식이 될 만큼 기억에 오래오래 남으려면 책만으로는 어려워요. 한국사를 제대로 공부하려면 역사 체험학습은 필수라고 생각해요.

정하랑 학생의 역사여행
중학생이라 독서에만 빠져 있을 수는 없는데, 친구들과 어떤 놀이를 하며 노는지.
● 정하랑 학생 - 학교에선 축구를 좋아하는데 주로 수비를 맡아요. 친구들에 비해 실력이 부족해 공격수엔 못 끼지만, 수비는 열정과 투지로 해낼 수 있는 포지션이거든요. 학교에서 친구들과 놀 때는 제가 고안한 ‘세계사 전략게임’을 5~10명이 어울려서 해요. 부루마불 세계여행과 비슷한 게임인데, 놀이처럼 재미있게 함께하면서 세계사를 공부할 수 있어 친구들도 좋아해요.
‘한국사 신동’이라고 불려, 부담되거나 진로 설정에 고민되지는 않나요?
● 정하랑 학생 - 제가 역사만 좋아하는 아이라고 생각하시겠지만, 다양한 영역에 관심을 가지고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찾기 위해 다양한 경험을 했어요. 그중 과학탐구 토론대회와 대학교 영재원 활동을 통해 과학 분야에서도 관심과 흥미를 발견했어요. 앞으로 꿈은 우리 역사를 세계에 알리는 한국사 전문가가 되고 싶어요. 외국인들이 한국 문화를 좋게 생각하도록 한국사를 알리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유퀴즈’에 나왔을 땐 ‘선생님’이 꿈이라고 했는데, 지금은 교수가 되는 게 꿈이에요.
● 정하랑 어머니 - 하랑이가 성장하면서 더 다양한 진로를 탐색하게 되겠지만, 역사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를 체험하면서 스스로 진로를 결정할 거예요. 함께 책을 읽고, 그 과정에서 대화를 나누면서 관심 분야를 좁혀 가려고 해요. 그렇게 중등 시기를 보내다 보면 지금보다는 조금 더 구체적인 꿈을 가지게 되겠죠. 다양한 경험을 통해 스스로 적성과 흥미를 발견하고, 저는 가이드 역할을 하되 최종 선택은 하랑이가 할 수 있게 해야죠.


초등 5학년 때 제104주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기념식에 초청받아 참석한 정하랑 학생
하랑군의 독서교육을 어떻게 유도했는지, 그리고 독서교육에 대해 학부모들에게 전해줄 꿀팁이 있다면.
● 정하랑 어머니 - 저는 하랑이가 늘 좋은 생각을 하고, 행복하다고 느끼면서 좋은 행동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다양한 오감 활동과 다양한 독서를 하게끔 해주려고 노력했어요. 제가 하랑이를 위해 지금까지도 하고 있는 것이 바로 책 읽어주기예요. 엄마가 책을 읽어주면 어려운 내용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대화에서는 배울 수 없는 고급 어휘들을 알 수 있거든요. 엄마가 책을 읽어줄 때는 생활어가 아닌 학문과 문학, 개념어를 이야기해 주면서 알려주기 때문에 엄마가 책을 많이 읽어준 아이들은 또래보다 고급 어휘를 훨씬 더 다양하게 많이 아는 장점이 있어요.
아들 하랑이에게 바라는 점이나 하고 싶은 말은.
● 정하랑 어머니 -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하랑이가 기특해요. 행여 그 목표를 이루지 못해도 좌절하지 않고 어떤 점이 문제였는지 살펴보면서 다음 도전을 계획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합니다. 그렇지만 힘든데 더 잘하려고 너무 애쓰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책방에서 공부하고 있는 정하랑 학생
이 시대를 살아가는 어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정하랑 학생 - 물론 역사가 재미없고 지루할 수도 있지만, 우리 역사는 꼭 알아야 되는 것 중 하나예요. 그 역사가 아픈 역사라도 모르고 살 수는 없으니까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어른들도 역사에 많은 관심을 가져줬으면 해요. 많은 분들이 노력한 덕분에 대한민국이 생겼다고 봐요. 그래서 조금 불평불만을 해도 되지만, 독립운동가들이 열심히 세우신 우리나라를 버리진 않았으면 해요. 역사는 되풀이된다고 하잖아요. 역사를 잊은 민족한테는 미래가 없다고 하고요. 특히 나쁜 역사는 반복되지 않도록 배우고, 되새기며, 꾸준히 공부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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