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를 만나다
진주 진명여자중학교 ‘잡채’팀
운명같이 시작된 창의력 챔피언 도전
여섯 소녀의 팀워크로 꿈을 이루다
진주 진명여자중학교 ‘잡채’팀

유하원, 백하빈
박가람, 강다교, 김서우, 하지윤
2박 3일간 열린 전국대회 마지막 날. ‘잡채’팀 여섯 소녀들은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첫날 즉석과제에서 제대로 실력 발휘를 못해 큰 상을 기대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최우수상이 발표될 때까지도 ‘잡채’팀은 불리지 않았다. 소녀들의 표정은 굳어 갔다. ‘설마 대상은 아니겠지?’ 그 순간 발표가 났다. “마지막 남은 대상에 ‘잡채’팀!”
‘2024 대한민국 학생창의력 챔피언대회’ 중등부 대상을 수상한 ‘잡채’팀 소녀들과 지도교사를 만나러 진주 진명여자중학교로 향했다.
‘대한민국 학생창의력 챔피언대회’란
초중고 청소년(4~6인)이 팀을 이뤄 지도교사와 함께 3가지 과제를 해결하는 대회이다. 매년 4~5월 표현과제 해결 계획서를 평가하는 서면심사를 통과하면, 5월 시도별 예선대회를 거쳐 7~8월에 열리는 본선대회에 참가한다. 참가자들은 의사소통 능력, 협동 능력, 창의력을 발휘해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대회에서는 2박 3일간 팀별로 즉석·표현·제작 총 3개 과제를 경연을 통해 평가한다. 즉석과제는 현장에서 주어진 재료·도구 등을 이용해 미션을 해결하는 과제이며, 표현과제는 공지된 문제의 상황을 공연으로 표현하는 과제이며, 제작과제는 과학 원리를 이용해 구조물 등을 제작하는 과제이다.
'잡채' 팀 경연 영상 보러가기
“선생님! 그 대회에 나가고 싶어요!”
중2 소녀들은 3학년이 되어 있었다. 전국대회가 지난 8월이었으니 벌써 반년이 흘렀다. ‘잡채’팀은 박가람, 강다교, 유하원, 하지윤, 백하빈, 김서우 등 6명의 학생과 이수민 지도교사로 구성된 팀이다.
대한민국 학생창의력 챔피언대회(이하 창챔)에 ‘잡채’팀 지도교사로 참가한 이수민 과학교사는 “운명같이 시작된 도전이었다. 여섯 학생의 팀워크로 이뤄낸 값진 결실이었다”며 제자들에게 공을 돌렸다.
지난해 3월이었다. 한 2학년 학생이 이수민 교사를 찾아왔다. “선생님! 그 대회에 나가고 싶어요!” 이 교사는 첫 발령을 받은 2016년부터 학생들과 함께 창챔에 나가 첫해 경남대회 금상, 전국대회 장려상, 이듬해 경남대회 금상, 전국대회 우수상, 2018년 경남대회 금상, 2023년 경남대회 은상을 받았다. 코로나·대회축소·인사이동 등으로 불참한 시기를 빼면 참가한 대회 모두 상을 받은 ‘창챔의 신’이었다.
제자의 부탁은 이 교사에게 자극이 됐다. ‘그래, 최고의 팀을 구성해 못다 이룬 꿈, 대상 한번 받자!’ 그렇게 ‘잡채’팀이 만들어졌다.

8분짜리 연극 위해 800시간 넘게 연습
진명여중 2층 도서관에 모인 ‘잡채’팀 여섯 소녀에게 궁금한 점을 물어보았다.
● 여러분들은 어떤 점이 뛰어나 ‘창챔 참가 팀원’으로 뽑힌 것 같나요?
“이수민 선생님이 리더십, 손재주, 글쓰기 능력 등 이 모든 걸 한 사람이 가질 수 없으니 팀원의 조화에 신경 썼다고 했어요.”, “창의성보다는 의외로 인성과 열정(과제 집착력)을 가장 중요하게 봤다고 했어요.”, “공부만 잘한다고 뽑는 건 아니랬어요. 저는 ‘끼’로 뽑힌 것 같아요. 춤을 잘 추거든요.(웃음)”, “팀명을 ‘잡채’로 정한 건, 잡채의 재료처럼 다양한 친구들이 모여 맛있는 결과물을 만들자는 뜻이었어요.”
● 경남대회를 거쳐 전국대회까지 그 과정이 쉽지는 않았을 텐데.
“몇 달 동안 저녁시간뿐 아니라 주말에도 학교에서 과제 고민과 연습을 하느라 힘들었어요.”, “의견 충돌로 입씨름을 하기도 했어요. 어떨 땐 욕도 나왔고요. 그만큼 감정소모가 심한 과제였어요.”, “근데 한번 싸우고 나면 울면서 끌어안고 사과하기도 해서 마치 친자매처럼 더욱 돈독해졌어요.”
첫날 즉석과제를 망친 뒤에 둘째 날 표현과제에서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죠?
“8분짜리 연극을 구성하는 건데, 가장 많은 시간과 공을 들인 미션이었죠.”, “저희 팀은 ‘1건당 456만 원? 고액 알바의 정체는?’이란 제목의 공연을 펼쳤어요. 미술작품 속이라는 가상세계에 들어가는 거였죠.”, “모나리자와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가 겪는 어려움을 해결해 주는 과정을 연극으로 표현했어요.”, “이 8분을 80시간, 아니 800시간 넘게 머리를 짜내 고민하며 연습했다니까요. 어휴~ 그때를 생각하니 눈물 나오려고 해요.”

● 표현과제 해결 계획서를 보니, 발상의 전환뿐 아니라 패러디 등 창의성이 돋보이던데.
“제목의 ‘456만 원’은 오징어게임 ‘456억 원 상금’을 패러디했고, 등장인물 ‘괴도 와치’는 만화영화 명탐정 코난의 ‘괴도 키드’를 패러디했어요.”, “모나리자 작품 속에 들어간 학생들의 몸이 작아지는 건 ‘걸리버 여행기’에서 따왔고요.”, “진주귀걸이가 거대하게 커지는 상황은 풍선을 이용해 표현했어요.”, “괴도가 주는 암호 문장인 ‘라와나다두모’가 무슨 뜻인지 알겠어요? ‘모두 다 나와라’를 거꾸로 한 거예요.”, “15초 정도 숏폼 공연도 있는데 여기서 춤 솜씨를 발휘했죠. 뮤지컬 ‘시카고’의 복화술 장면도 패러디해서 엮었답니다.”, “관객들의 반응이 아주 좋았어요. 소름이 돋을 정도로 너무 잘했다던데요?”
인터뷰를 지켜보던 이수민 지도교사는 “우리 학생들이 표현과제만 자랑했는데, 대회 마지막 날 1시간 30분짜리 제작과제도 멋지게 미션을 성공시켰어요”라며 한마디 거든다.

2024 대한민국 학생창의력 챔피언 대회 중등부 대상을 수상한 진주 진명여중 '잡채'팀과 이수민 지도교사
열정 가득한 경남의 또 다른 인재를 기대하며…
해마다 여름이 되면 여섯 소녀와 선생님은 그날의 기억이 떠오를 것이다. 밤 10시까지 학교에서 열정을 가지고 과제에 매달렸던 기억, 대회 첫날 너무 긴장해 즉석과제를 망치고 멘털이 무너진 기억, 하지만 기적같이 찾아온 대상 수상의 기억들이….
창의력 챔피언대회는 참으로 고약하다. 하지만 대회를 하며 얻는 성취감, 팀원 간 유대감 형성 등 다른 곳에선 얻을 수 없는 값진 경험을 하게 된다고 한다. 앞으로 진명여중 ‘잡채’팀처럼 열정이 가득한 경남의 또 다른 아이들이 창챔대회에 도전하며 미래 인재로 성장해 나갈 것이다. AI(인공지능) 시대에 자라나는 학생들에게는 어쩌면 창의성과 의사소통 능력, 협업 능력이 그 무엇보다 중요해질 테니까.
대회와 관련해 느낀 점이나, 대상 수상 후 학교생활 · 마음가짐 등 달라진 게 있다면.

· ‘잡채’팀으로 호흡을 맞춘 경험을 살려, 박가람 친구와 학생회장·부회장 선거에 러닝메이트로 나가 당선되는 기쁨도 누렸어요. 유하원 학생
· 저는 인간관계에서도 부쩍 성장을 한 것 같아요. 이 감정과 느낌, 미래에 꼭 써먹고 싶어요. 박가람 학생
· 내가 무언가를 끝까지 해내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놀랐고, 창챔을 준비하는 동안 행복했어요. 김서우 학생
· 많은 걸 배우고 느낀 시간이었어요. 중학교 생활 중 가장 먼저 떠오를 일이 될 만큼 좋은 추억이 됐어요. 강다교 학생
· 대회 준비하는 동안의 힘든 기억을 없앨 만큼 값진 경험이었기에 엄청난 자부심을 느낍니다. 하지윤 학생
· 지금까지 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을 꼽으라면 창챔을 하면서 선생님과 잡채 친구들을 만난 것이에요. 백하빈 학생
· 6년 도전의 꿈을 ‘잡채’팀이 이루어 준 거라고 생각해요. 제게도 좋은 추억을 넘어 더 큰 도전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답니다. 이수민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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