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꿈꾸다
2025 요즘 선생님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말이 있던 시대에서 이제는 교사와 학생이 함께 성장하는 시대로 변했다. 1963년 처음 제정된 스승의 날이 올해 62번째를 맞았다.
급변하는 교육환경 속에서 1년 차부터 36년 차까지, 다양한 경력의 네 명 선생님들이 모여 교직에 대한 생각과 변화하는 학교 현장에 관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눴다. 동료이자 선후배로서 서로 공감하며 나눈 대화를 들어보았다.
● 아이들과 친해지고 싶어서 기타 치고 노래하는 과학 선생님 - 진해동진중 이정환 36년 차
● 아이들을 책 읽는 사람으로 만들고 싶은 국어 선생님 - 김해 율하고 박하나 12년 차
● 미술로 아이들과 마음을 나누고픈 새내기 선생님 - 함양고 윤수경 1년 차
● 순수하고 예쁜 아이들이 좋은 ‘남고 체질’ 영어 선생님 - 김해분성고 이미진 20년 차

요즘 선생님들에게 스승의 날은 어떤 의미일까. 선생님들은 김영란법 이후 달라진 문화로 부담이 줄었으며, 아이들의 마음을 담은 표현 하나에 큰 힘을 얻는 날이라고 말했다.
박하나 스승이라는 단어가 선생님과는 다른 의미입니다. 과연 내가 스승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사람인가 생각하게 되는 날 같아요. 졸업생들에게 스승의 날 연락을 받으면 스스로 영 나쁘진 않았나 싶어 기분이 좋아지기도 하죠.
이정환 30년 전에는 아이들 전부 선물을 가져왔는데, 받는 선생님들 마음도 편치 않았습니다. 지금은 그런 문화가 없어지면서 오히려 홀가분합니다. 정성과 마음이 담긴 아이들의 손 편지 한 장이 제일 좋죠.
이미진 10년 전까지는 아이들이 교실에서 이벤트하는 날이었지만, 지금은 하지 않아 오히려 편하고 좋아요. 지금도 물질적인 것이 아닌 마음을 표현해 주는 아이들이 있어 고맙습니다. 스승의 날이 공휴일로 지정되면 제일 좋겠어요.(웃음)
윤수경 아직 스승의 날을 겪어본 적은 없지만, 동료 교사들 이야기를 들으면 아이들 표현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더라고요. 아마 저를 되돌아보게 되는 날이 되지 않을까요.


선생님들이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일까. 선생님들은 수업 시간 아이들의 웃음소리, 복도에서 마주치는 밝은 얼굴, 그리고 졸업한 제자의 반가운 연락과 깜짝 방문에 교직생활의 모든 피로가 풀린다고 말했다.
이정환 아이들이 1년 동안 수업을 끝내고 진급이나 진학 후 다시 찾아와 ‘선생님 덕분에 과학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초창기 제자들이 찾아올 때도 너무 기쁩니다. 물론 제가 나이가 들었다는 것도 동시에 느끼죠.(웃음)
박하나 신규 때 수업했던 제자가 작년에 교사가 되었다고 연락왔어요. 제 문학 수업을 이야기하며 자신도 그런 국어 교사가 되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저 또한 신규 때 제 은사님께 그런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있어요. 시대가 변해도 사제 간에 이어지는 연결이 재미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교실 풍경도 많이 달라졌다. 분필가루 날리던 칠판이 전자 칠판으로 바뀌었고, 아이들의 개성과 다양성을 중요시하면서 일방적인 강의식 수업은 소통하는 쌍방향 수업으로 전환됐다.

박하나 코로나19 때 아이들이 학교에 못 나오고 원격수업을 하면서 학교 현장이 정말 혼란스러웠고, 가장 많이 바뀌었습니다. 그때 20대 선생님들이 태블릿PC를 가져와 활용법을 주도적으로 알려주고, 퇴직이 얼마 남지 않은 선생님들이 하나씩 배우는 모습이 감동적이었어요. 그 이후 수업 방식이나 콘텐츠가 많이 바뀌었습니다.
이미진 요즘은 태블릿으로 수업을 진행해요. 아이들이 시각화 수업에 훨씬 집중을 잘 합니다.
이정환 저도 코로나 시절 줌(zoom)을 배웠어요. 급변하는 교육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계속 배워야 하는 건 부담이지만 보람입니다. 최근에는 부족하지만 인공지능을 활용한 과학수업을 합니다. 저도 아이들과 함께 배웁니다.

박하나 10년 전보다 아이들이 정말 솔직해졌어요. 본인의 의사를 정확하게 표현해서 놀랄 때도 있죠. 또 단체보다 개인이 더 중요해진 것 같습니다.
이정환 선생님 역할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옛날에는 학부모와 학생들이 선생님을 신뢰하고, 그 교육 철학에 따랐어요. 반면 지금은 선생님보다 학생 개인의 성격과 학부모의 교육 철학이 더 중요해졌습니다. 요즘은 아이들을 교육하기 위해 내 수업을 바꿔야 한다고 많이 생각합니다. 학부모님들이 원하는 교육이 무엇인지, 서로 소통해야 하는데 그것도 잘 안 돼서 교육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것 같습니다.

이미진 옛날 사람 같겠지만 제 초임 시절에는 체벌도 있었어요. 무작위로 때리진 않지만,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매를 들었죠. 너무 아프지 않으면서도 약간의 효과가 있는 매를 고르러 다녔던 때가 생각납니다.
박하나 체벌 금지 후에는 주로 학교에서 교실에 남기거나 청소를 시키는 분위기예요. 지금은 아이들끼리 자율적으로 규칙을 정하고 벌금제나 벌칙을 만들기도 합니다.


같은 교사지만 연차별 이들의 고민은 천차만별이다. 초임 선생님에게는 자신만의 수업을 만드는 일이 가장 큰 고민이고, 10, 20년차 경력 교사들은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를 고민한다. 베테랑 교사는 아이들과 친해지는 일이 어렵다.
윤수경 처음엔 수업 하나에도 마음이 들쑥날쑥했고 교실은 우당탕탕 작은 실험실 같았어요. 학생과의 관계 설정부터 분위기가 좋지 않은 반의 수업을 이끌어가는 일도 너무 힘들었습니다. 아이들 한마디가 큰 의미로 다가오기도 했고요. 3개월이 지나니 이제 조금 더 여유를 갖고 수업을 바라볼 수 있게 됐습니다.
박하나 단순히 공부를 가르치는 것보다 아이들의 가장 중요한 시기를 함께하는 어른으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합니다.
이미진 아이들이 스스로 행복한 사람이 되길 바랍니다. 그래서 저도 교사로 성장하면서 개인의 삶을 충실히 살아가는 모습을 학생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요.
이정환 연차가 쌓이면서 아이들과 소통하는 게 저에게 가장 큰 숙제입니다. 수업 변화에 발맞추기 위한 노력도 계속하고, 아이들과 친해지려고 학교 축제 때 기타도 치고 노래도 부릅니다.

이정환 행복한 아이들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선생님 자신입니다. 실제로 근무하면서 마음이 아픈 분들도 봤고, 그런 분들이 힘든 마음으로 아이들을 만나면 좋을 수 없습니다. 자신을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고 행복한 마음을 항상 가지도록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
윤수경 저는 너무 뻔한 말이지만 서로 존중하는 마음을 가지고 싶어요. 요즘 아이들은 친구들끼리도 서로 심한 말을 하고 존중하지 않는 것 같아요. 타인을 존중하고 나아가 자신을 인정하고 존중하면 선순환으로 모두 행복해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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