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꿈꾸다
밀양동강중학교 학습도움반 ‘오픈하우스’
밀양동강중학교 학습도움반 ‘오픈하우스’
장애와 비장애를 넘어 자연스럽게 하나 되는 우리

밀양동강중학교에서는 점심시간에 문을 여는 ‘오픈하우스’를 통해 장애와 비장애를 넘어 모든 학생이 서로 어울리며 하나 되는 특별한 시간을 마련하고 있다. 때로 우리는 차이를 차별로, 다름을 틀림으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너와 내가 그저 다를 뿐, 그 누구도 틀린 사람은 없다. 그래서 모두가 함께 어울리며 행복하게 웃을 수 있다.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앞두고 장애와 비장애의 벽을 없앤 밀양동강중학교를 찾았다.

마음의 문을 활짝 여는 ‘오픈하우스(OPEN HOUSE)’
밀양 산내면에 자리 잡은 밀양동강중학교는 일반학급과 학습도움반이 함께 운영되고 있다. 장애가 있는 학생들은 개별화 교육이 필요한 과목은 특수교사와 함께 공부하고 나머지 과목 및 행사는 통합학급에서 비장애인 친구들과 함께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지만 처음에는 낯설고 불편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비장애인 학생들은 장애의 특성을 잘 몰랐기 때문에 어떻게 대해야 할지 알지 못했고, 장애인 학생들은 부담을 느끼는 친구들에게 선뜻 다가가지 못했다.
이혜진 특수교사가 부임해 온 2010년에도 그랬다. 학습도움반이 처음 생기다 보니 특수학급과 특수교사를 무척 낯설어했다. 통합수업을 통해 서로 만나고 있기는 했지만, 학생들 사이에 벽이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어떻게 하면 이 벽을 허물 수 있을까?” 고민한 끝에 점심시간을 활용한 ‘오픈하우스’를 계획했다. 이제 밀양동강중학교는 점심시간이 되면 급식실 바로 앞에 있는 학습도움반이 말 그대로 북새통을 이룬다. 식사를 마친 아이들이 학습도움반 문을 열고 들어와 장애인 친구들과 함께 어울려 놀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점심을 먹고 나서 학습도움반에서 함께 어울리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면 자연스럽게 마음의 벽이 허물어질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처음에는 낯설어하던 아이들이 입소문을 타고 점점 더 많이 찾아오게 되고, 이제는 왁자지껄 시끄러운 곳이 되었습니다.”

오픈하우스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 학생들이 함께 어울리며 보드게임을 즐기고 있다.

오픈하우스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 학생들이 함께 어울리며 공놀이를 하고 있다.
작은 변화가 만들어 낸 큰 웃음
교사가 한 것은 그저 학습도움반의 문을 열고 아이들이 어울릴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한 것, 그리고 가끔 간단한 간식을 준비해 준 것이 전부였다. 그 작은 노력은 아이들을 변하게 했고, 그 변화는 큰 웃음을 만들었다.
오픈하우스 프로그램 중에서 가장 인기를 끌었던 것은 모두가 함께 풀 수 있는 ‘난센스 퀴즈 대회’였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학생 모두 열의를 갖고 참여했는데, 모두의 예상을 깨고 장애인 학생이 왕중왕에 올라 큰 박수를 받기도 했다. 난센스 퀴즈 왕중왕을 차지한 장애 학생은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정말 즐거워서, 태어나 처음으로 도서관에서 퀴즈와 관련된 책을 빌려 읽으며 열정적으로 공부했을 정도였다.
가장 먼저 변한 것은 아이들이었다. 통합수업에서는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부족했던 반면, 서로 부대끼고 노는 오픈하우스에서는 이야기도 많이 하면서 서로를 이해하게 됐다. 함께 보드게임도 하고 퀴즈도 풀면서 또 하나의 ‘친구’를 만나게 된 것.
비장애 학생 부모들도 특수학급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 처음에는 특수학급이 생기면서 수업에 방해가 되거나 아이들이 부담을 느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자녀들이 “전교생이 모여 신나게 웃고 떠들 수 있어서 학교가 재미있다”고 말하는 것을 들으며 장애, 비장애 구분 없이 어울리는 모습에 오히려 감동을 느끼게 됐다.
학습도움반 학생들도 처음에는 시끄러운 교실이 낯설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었다. 스스로 만들었던 마음의 벽을 허물고 친구들에게 한 발 다가갈 수 있었다. 장애 학생 부모들도 처음에는 아이들을 쉬게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아이들이 변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마음의 문을 열게 됐다고.
“오픈하우스를 통해 친구들과 놀면서 어울리는 법을 알게 됐고, 자신도 얼마든지 사랑받고 사랑을 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 같아요. 물론 비장애인 친구들도 장애의 특성만 이해하면 얼마든지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생각합니다.”

오픈하우스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 학생들이 함께 어울리며 보드게임을 즐기고 있다.
이해하려는 노력이 친구가 되는 첫걸음
오픈하우스는 이혜진 교사가 동강중학교에 부임한 이듬해부터 운영했으니 벌써 15년째다. 이 긴 시간 동안 오픈하우스를 통해 동강중 학생들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따로 나누지 않고, 그냥 같은 학교에 다니는 여러 친구 중 한 명으로 대할 수 있었다. 그들은 서로의 고민을 나누고, 눈앞에 놓인 어려운 문제를 함께 풀고, 시답잖은 이야기를 하면서 웃고 떠드는 친구들이 되었다.
“동강중학교는 작은 학교 특유의 가족 같은 분위기로, 전 교직원이 물심양면 도와주신 덕분에 학습도움반 학생들도 친구들과 잘 어울릴 수 있었어요. 학생들에게 장애에 관한 특성을 자연스럽게 자주 교육하려고 노력합니다. 장애의 특성과 친구의 성격을 알면 이미 친구가 되어 있더라고요. 여기에 오픈하우스까지 더해지면서 장애인과 비장애인 학생이 ‘절친’이 될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좋은 친구가 되기 위해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장애인과 비장애인도 마찬가지다. 지난 15년간 오픈하우스를 거쳐 간 수많은 장애인과 비장애인 친구들이 증명해 주듯,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만 있다면 누구나 친구가 될 수 있다.

이혜진 특수교사와 학습도움반 학생들

장애와 비장애의 벽을 넘어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다. 서로 부대끼다 보면 마음의 벽이 허물어지면서 장애의 유무는 의미가 없어지게 된다. 그저 나와 조금 다른 친구가 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누구나 약간의 노력이 필요하다. 동강중 오픈하우스가 그렇듯 서로 부대끼는 자리와 시간이 필요하고, 함께하는 동안 장애의 특성을 이해하려는 노력도 필요할 것이다. 그렇게 어려서부터 장애와 비장애가 섞여 자연스럽게 성장하다 보면 우리는 차이와 차별을, 다름과 틀림을 헷갈리지 않게 될 것이다.
오늘도 점심시간이면 동강중 학습도움반 교실이 시끄러운 아이들의 소리로 가득 찬다. 난센스 퀴즈로 실없이 웃기도 하고, 공놀이 하나로도 신나게 떠들 수 있다. 이곳은 장애와 비장애를 넘어 자연스럽게 하나 되는 공간이자, 장애의 특성이 아니라 서로의 이름으로 불리는 공간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좋은 친구가 되는 곳이다.

처음에는 장애인 친구들이 저희와 어울리기 싫어하는 줄 알았는데, 같이 놀다 보니까 다른 친구들과 다르지 않더라고요. 이제 다른 곳에서 장애인을 만나더라도 편견 없이 대할 수 있고, 좋은 친구로 대할 수 있을 것 같아요. _ 김도연
오픈하우스에서 친구들이랑 같이 어울리는 모든 시간이 좋아요. 친구들이랑 함께해서 정말 좋아요. _ 최솔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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