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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를 만나다

지리산 산골 분교 꼬마 시인들

지리산 산골 분교 꼬마 시인들


하동 화개초등학교왕성분교 전교생 10번째 시집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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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의 한 산골 학교는 전교생 9명 모두가 시인이다. 병설유치원생 2명을 포함하면 꼬마 시인들이 11명이다.


지리산 자락 화개면에 자리한 화개초등학교왕성분교(교장 홍미순)의 꼬마 시인들은 시집 ‘함께하는 우리’를 발간했다. 10년 전부터 해마다 펴내 왔기에 이번이 왕성분교의 10번째 시집이다.


순박한 산골 아이들이 계곡 물소리와 밤하늘 별빛 소리를 들으며 쓴 시들이 담겨 있다. 자연을 벗 삼아 시를 쓰면서 시와 함께해 행복하다는 왕성분교 ‘꼬마 시인’들을 만나보았다.




 


 


‘산골 시인 프로젝트’ 10년째 계속 제목 없음-1.jpg


 


왕성분교는 학교 특색교육활동으로 ‘산골 시인 프로젝트’를 10년째 이어오고 있다. 벽지학교의 특성을 살린 시 쓰기 활동을 통해 어린이의 정서 함양과 창의성을 길러 주고 있다. 학교에서는 동심에 날개를 달아 주려 해마다 작가와의 만남 시간을 마련하고 있다. 즐겁게 시를 쓸 수 있도록 뒷받침해 주는 선생님들의 열정으로 아이들의 시에는 각각의 빛깔과 향기를 머금고 있다. 


이번 시집에는 왕성분교생이 각 10편, 유치원생이 각 4편, 교직원과 양육자 등이 각 한 편씩 총 124편의 시를 수록했다. 학생들이 시집의 이름을 짓고 표지를 꾸며 더욱 뜻깊은 시집이 됐다. 지난 1월 10일 열린 시집 발간회는 졸업식을 겸해 전시회와 낭송회를 곁들여 특색 있고 의미 있는 행사가 됐다. 


시집 발간에 참여한 아이들은 문지후(1), 김민준(2), 김세인(2), 김주한(2), 박소연(3), 김민현(5), 박성은(5), 김의현(6), 김재현(6) 등 왕성분교생 9명과 박소희, 박수호 등 병설유치원생 2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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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성분교는 지난 2015년 경상남도교육청의 ‘학생 인문 책 쓰기 동아리’ 공모사업에 선정돼 전교생이 참여한 시집 만들기를 시작했다. 


시작은 선생님들이 주도했지만 지금은 아이들이 먼저 연필을 잡아 시를 써 내려간다. 다 쓴 시를 친구들에게 들려주기도 하고 친구의 작품을 감상하기도 한다. 쉬는 시간에도 서로의 시를 주제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이곳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지리산 골짜기 작은 학교 교실에서는 시를 읽는 ‘산골 시인’들의 목소리가 낭랑하다. 아이들은 왕성분교에 입학하면서 시를 처음 만났다.


 




토리 토리 도토리 토리토리 도토리 도토리가 주문을 외운다


토리 토리 도토리토리 토리 도토리 도토리는 마술사


다람쥐들이 못 찾으라고 토리 토리 도토리 토리 토리 도토리


- 김주한(2학년) ‘도토리의 주문’


 




주한이가 사는 용강마을 뒷산엔 도토리가 많다고 한다. 도토리가 다람쥐의 먹잇감이 되는 게 안타까웠나 보다. 그래서 자연 속에서 자라는 아이의 시심은 도토리를 마술사로 만든다.


 




폭포 소리 펑펑펑 물끼리 부딪힌다 큰 바위랑 부딪힌다


살려줘! 떨어진다 물은 아프지 않을까


- 김민준(2학년) ‘폭포’


 




사진과 함께 시를 담은 디카시도 눈에 띈다. 민준이는 친구들과 함께 왕성분교 옆에 있는 계곡에 자주 간다. 늘 놀이터처럼 놀던 곳이기에 느낀 그대로 적은 글이 시가 된다.


 




간다. 시간이 간다. 청춘이 간다. 추억이 간다. 왕성이


간다. 내 모교 간다. 간다.다시 만날 수 없는 시간.


그리울 거야.근데 간직할 거야. 나와 우리 아들의 왕성.


- 양육자 김양수 ‘마지막 시’


 




시집 발간 당시 6학년인 의현이의 아버지는 졸업하는 아들과 왕성분교를 추억하며 ‘마지막 시’라는 제목의 시를 시집에 남겼다. 자신도 왕성분교를 다녔기에 모교에 대한 그리움과 세월의 흔적까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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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꽃 놀이터’ 공책엔 습작 시가 가득제목 없음-1.jpg


 


왕성분교 아이들은 해마다 각종 시 쓰기 공모전에 출품해 많은 학생들이 상을 받았다. 자연 속에서 다양한 글감으로 즐겁게 글을 쓴 때문인지 각종 시 쓰기 공모전에서 상도 많이 받았다. 2024년 한 해에도 남대우 문학기념 전국학생백일장에서 장원 1명 등 전교생 9명 모두 수상했다. 또한 진주시조백일장, 경남학생문예작품공모전, 경남 어린이 글쓰기 큰잔치, 경남독서한마당 등에서 여러 명이 입상했다.


교과 수업 안에서 다양한 체험학습을 하고 난 뒤에도 아이들은 시를 쓴다. 아이들마다 갖고 있는 ‘말꽃 놀이터’라는 공책엔 연필로 삐뚤빼뚤 쓴 습작 시와 ‘생각 그물’이 가득하다. 아이들이 시를 수확하는 글밭인 셈이다.


“제가 시를 계속 써서 한강 작가님처럼 노벨문학상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1년 동안 10편보다 더 많이 쓴 것 같아요. 쓰기 싫을 때는 안 써요. 그래도 쓰고 나면 기분이 좋아요.”


아이들은 아이답게 거창한 꿈도 서슴없이 얘기하고, 시를 쓸 때의 어려움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시집 발간 과정을 얘기할 때 아이들의 눈은 햇살처럼 반짝인다. 저마다의 생각을 시로 담아 시집까지 펴낸 꼬마 시인들의 보람을 엿볼 수 있다. 학교와 학교 밖, 동네 어디든 왕성분교 아이들이 바라보는 모든 것은 글이 되고 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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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육자 등 공동체 구성원도 시인이 되다제목 없음-1.jpg


 


양육자 김여진 씨는 “우리 딸 세인이가 시를 짓는 모습을 보며 저도 저절로 시인이 되었나 봐요. 제가 쓴 ‘새 신발’이라는 시도 이번 시집에 실렸거든요”라며 활짝 미소 짓는다.


양육자뿐만 아니라 왕성분교 교장, 교감, 교사, 유치원 교사, 유치원 방과후교사, 조리사, 시설주무관, 통학운전주무관, 통학버스 보호탑승자까지 학교공동체 구성원이 시집에 시를 올렸다. 이러한 인적 구성은 전국 어느 학교에서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독특한 시집이다. 


우은실 지도교사는 “이번 시집의 제목과 표지 그림은 학생들이 직접 짓고 그림을 공모해 선정된 것이라 더욱 특별하다”고 말했다. 


시를 쓰지 않을 땐 아이들은 운동장에 옹기종기 모여 숲속에서 챙겨온 나뭇잎들과 솔방울, 나뭇가지를 놀이도구 삼아 즐겁게 논다. 새 학기에는 6학년 아이 두 명이 왕성분교를 떠난다. 새로운 꼬마 시인이 될 신입생들이 들어오면 좋을 텐데, 아쉽게도 올해 입학생이 없어 다음 시집은 지금 남은 아이들이 만들어 가야 할 것 같단다.


요즘 아이들은 대부분 스마트폰에 갇혀 자연에서 느끼는 감성을 모르고 살아간다. 시를 쓰는 시간이 얼마나 귀한지 모른 채.... 이곳 산골 작은 학교 꼬마 시인들은 오늘도 시와 함께하며 특별한 선물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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