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꿈꾸다
꾸밈에 진심인 아이들

2025 요즘아이 꾸밈에 진심인 아이들
나를 드러내는 방식, 취향대로 꾸미는 나만의 ‘토핑’
사소한 것 하나도 내 취향에 맞춰서 꾸미는 소비문화, 이른바 ‘토핑 경제’(Topping Economy)가 2025 소비 트렌드로 주목받고 있다. 자신을 표현하고 취향을 드러내는 데 적극적인 요즘 아이들 역시 ‘토핑’ 문화에 적극적이다. 얼굴부터 개인 소지품까지 모두 내 취향대로 꾸미기에 푹 빠진 중학생들을 만나 꾸밈에 진심인 이유를 물었다.

가방 꾸미기에 진심 마산여중 2학년 송희예
다이어리 꾸미기에 진심 마산여중 2학년 서정민
화장과 네일아트로 꾸미기에 진심 성지여중 3학년 권현지
꾸밈에 진심인 아이들
인터뷰를 위해 만난 세 명의 아이는 각자 ‘얼꾸’(얼굴 꾸미기), ‘다꾸’(다이어리 꾸미기), ‘가꾸’(가방 꾸미기)에 빠져 있다고 소개했다. 자신만의 취향을 담은 꾸미기 활동에 관해 이야기하는 아이들의 눈빛은 인터뷰 내내 반짝거렸다.
송희예 책가방에 제가 좋아하는 귀여운 인형들을 달아서 저를 표현해요. 마음에 들게 가방이 꾸며지면, 가방을 멜 때마다 기분이 좋아져요.
서정민 어릴 때부터 다이어리 꾸미기에 진심이었어요. 특별한 날이나 평범한 날이나 그날의 일을 그림이나 스티커로 기록하고 꾸미고 나면 제 하루가 예쁘게 포장되는 것 같아요.
권현지 화장과 네일아트로 저를 더 예쁘게 꾸미는 일에 빠져 있어요. 저에게 맞는 화장법이나 기술을 익혀서 매일 조금씩 다르게 저를 꾸미는 일이 재미있어요.

나에게 꾸밈이란
아이들이 다양한 꾸밈에 빠진 이유는 단순한 유행이나 놀이가 아니었다. 좋아하는 것들로 내 것을 꾸미는 일은 나만의 취향, 적성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송희예 초등학교 4학년 때 가방에 키링을 달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아무거나 많이 달면 예쁘다고 생각해서 지금보다 훨씬 많이 달고 다녔는데 지금은 제 마음에 꼭 드는 아이들로만 선정해서 10개 정도로 꾸며요. 가방에 달린 인형들을 볼 때마다 마음이 몽글몽글 행복해져요.
서정민 어릴 때부터 손으로 그리고 꾸미는 일을 좋아했어요. 초등학생 때부터 다이어리 꾸미기나 컬러링 북을 하면서 기분도 좋아지고 자신감도 커져서, 계속 다이어리 꾸미기를 하고 있어요. 제가 완성한 다이어리를 보면서 스스로 뿌듯하고 성취감을 느낄 때가 많아요.
권현지 어릴 때 어머니께서 어린이 옷 가게를 하셨는데 그때 예쁜 옷을 많이 입혀 주셔서 자연스레 외모를 가꾸는 것에도 관심이 많아졌어요. 그러다 중학교 축제 때 친구가 화장을 해줬는데 달라진 제 모습이 마음에 들었어요. 그때부터 화장과 패션에 관심이 생겼고 공부하면서 직접 꾸미기를 시작했죠. 화장이 잘 됐을 때는 자신감도 생기고 뿌듯함과 성취감도 들어요. 더 잘하고 싶다는 욕심도 생겨서 유튜브 등으로 공부도 많이 하고 있어요.

주변의 다양한 시선에 대하여
꾸미기에 흠뻑 빠진 아이들은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느낄 때가 많다. 스스로 즐거움과 성취감에 마음이 한껏 부풀어 오르다가도 어른들이나 친구들의 불편한 말 한마디에 바람 빠진 풍선처럼 속이 상하기도 한다.
송희예 부모님은 가방에 키링을 치렁치렁 다는 걸 싫어하세요. 몇몇 친구들도 가방이 유치하다며 놀리기도 해요. 사실 부정적인 반응이 다수지만 긍정적인 반응도 있어서 괜찮아요. 모르는 친구들과 가방에 달린 인형 이야기로 친해지거나, 날카로운 제 인상을 바꾸는 데도 도움이 될 때가 많아요.
권현지 처음에는 가족들이 너무 어색하고 불편하게 보셨어요. 물론 지금은 익숙해지셨는지 먼저 잘된 점과 이상한 점을 말해주기도 하세요. 다행히 주변에 화장하는 친구들이 많아서 서로 좋은 제품을 추천해 주거나 함께 화장하며 친해지기도 해요.
서정민 갓 태어난 기린처럼, 뚝딱거리고, 집중을 잘하지 못하거든요. 그런데 다이어리를 꼼꼼하게 꾸민다는 걸 알면 놀라는 친구들이 많아요. 부모님은 다이어리 꾸미는 시간에 공부나 하라며 늘 잔소리시죠.


꾸밈을 위한 투자와 고민
상품이든 외형이든 무언가를 꾸미기 위해서는 돈과 시간, 에너지가 필요하다. 용돈 내에서 꾸밈 활동을 해야 하는 아이들은 신중하게 소비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권현지 지금까지 화장품을 서른 개가량 구매했어요. 용돈을 아껴서 조금씩 조금씩 구매했는데 약 30만 원 정도 사용한 것 같아요. 제가 화장을 신경 써서 하면 1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것 같은데, 중요한 일이 있거나 약속이 있을 때만 시간을 내서 제대로 화장을 해요. 화장하면서 걱정되는 건, 성장기이다 보니까 화장으로 피부가 좀 안 좋아질 때가 있다는 거예요. 피부 관리를 꾸준히 하고 피부 상태가 좋게 유지되도록 하는 게 고민이에요.
송희예 가방 꾸미기를 위해 용돈 대부분을 쓰는 것 같아요. 인형 뽑기 게임은 안 하고, 구경하다가 꼭 마음에 드는 것들만 사요. 집에 인형이 100개 가까이 있는데, 그날 기분이나 상황에 맞게 배치해서 꾸미고 다녀요.
서정민 다이어리 꾸미는 데는 돈보다는 시간이 많이 들어요. 1년에 한 번 다이어리를 살 때 1~2만 원이 들고, 그다음에 소소하게 스티커나 필기구를 사면 되니깐요. 어른들이 다이어리 하는 시간에 공부하라며 걱정하시는데, 다이어리를 꾸미면서 스트레스를 풀어야 공부에 더 집중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웃음)

다채로운 ‘토핑’ 문화를 위하여
아이들은 또래의 다양한 꾸밈 문화가 더 확산하길 바란다. 자신의 취향을 찾아 고민하고, 친구들과 함께 각자의 취향을 공유하는 일이 즐겁고 보람 있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송희예 남들 눈치를 안 보고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것들을 만드는 친구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 옛날엔 꾸미는 파츠나 스티커, 고리 같은 것도 많이 없었는데 요즘은 또 많이 생기고 있잖아요. 앞으로 더 많은 친구가 꾸밈의 즐거움을 알게 되길 바라요.
권현지 지금 친구들은 자신을 꾸미는 일에 가장 관심이 많은 거 같아요. 화장을 한다거나, 머리 스타일을 바꾼다거나, 가방에 좋아하는 아이돌 명찰을 달거나 키링을 달아 자신이 원하는 대로 꾸미기도 해요. 대부분 친구가 용돈의 지출을 꾸밈비용에 많이 쓰는 것 같아요. 여러 가지 경험을 하며 나에게 맞는 방식을 찾아가는 과정이라서 좋다고 생각해요.
어른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
꾸미기가 단순한 멋 내기가 아닌 자신을 드러내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하는 아이들. 이들이 어른들에게 바라는 건 하나다. 꾸밈 활동을 통해 성장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편견 없이 지켜봐 주는 것이다.
송희예 각자 개인의 취향이 있잖아요. 다른 나라에서는 자유롭게 개성을 드러내고 인정하는 분위기가 많다는데, 우리나라는 조금만 튀어도 이해하지 못하고 이상하다고 짓밟는 문화가 있다고 생각해요. 무조건 맞고 틀린 것으로 정의하지 말고, 어떤 문화라도 ‘그럴 수 있지 멋지다’라는 말이 먼저 나올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면 좋겠어요. 조금 특이한 취미를 가졌더라도 진정한 나를 드러냈을 때 모두가 괜찮은 사회를 꿈꿔요.
권현지 어른들은 보통 이때(청소년기)가 제일 예쁘다고 이야기하시잖아요. 그러니깐 ‘제일 예쁠 때 열심히 꾸미는구나’ 생각하고 응원해주시면 좋겠어요.
서정민 매일매일 꾸미기를 하지만 학업이나 제가 할 일에 소홀하지 않아요. 괜한 걱정이나 참견보다는 믿고 지켜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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