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를 만나다
노벨상 향한 꿈을 키우다
특별한 아이와 특별한 선생님
인재, 미래 사회에 필요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며 공동체 발전에 기여하는 사람을 뜻한다.
지난 연말, 경남에서 두 명의 고등학생이 ‘2024 대한민국 인재상’ 50인에 선정됐다.
경남과학고등학교 졸업생(당시 3학년) 김준오 박현 군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두 학생은 모두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연구 활동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들은 수상 소감에서 입을 모아 “학교와 선생님들의 지원 덕분”이라고 밝혔다.
미래를 이끌어갈 인재들의 성과 뒤에는 어떤 특별한 교육이 있었을까.
진주 경남과학고에서 두 수상자와 정대수 지도교사를 만났다.


“저희 학교 명물인 노벨상 바위 보셨나요?”
선생님은 학교 교문 옆을 가리키며 환하게 웃었다. 잔디밭에는 '노벨상 탑'이라는 별칭의 석탑이 자리하고 있다. 탑에는 ‘미래의 한국 과학자 ○○○, 경남과학고등학교 ○기’라는 푯말이 붙어 있는데, 20년 넘게 아직 그 주인공을 찾지는 못했다. 아마도 미래의 어느날 이 석탑은 노벨상 수상자의 청춘을 지켜보는 조용한 증인이 될 것이다.
미래의 노벨상 수상자를 기다리는 경남과학고는 최근 5년간 매년 대한민국 인재상 수상자를 배출해왔다. 과학고의 특성상 창의적인 인재가 많기도 하겠지만, 매년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수상자를 내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올해처럼 두 명이 동시에 선정된 경우는 이례적인 성과다. 지난 3년간 이들을 지켜봐 온 정대수 선생님은 학생들의 다양한 활동과 창의적인 연구를 선정 이유로 꼽았다.
정대수 선생님 “학교에서도 추천학생 두 명 모두 선정될지 몰랐는데 학생의 열정과 도전정신이 남달라서 선정된 것 같습니다. 학생들 중 연구 활동보다는 내신에 더 집중하는 아이들도 있는데, 준오와 현이는 다양한 활동과 창의적인 연구에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다양한 외부 대회 준비도 자발적으로 하고, 학생회 활동도 중심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3년간 옆에서 지켜보면서 아이들이 연구를 진행하는 걸 지켜봤는데 많은 어려움을 스스로 하나씩 극복해 낸 과정들이 결국 좋은 성과를 낼 수 있게 한 것 아닌가 싶습니다.”


두 학생 모두 자신의 흥미 분야를 통해 공익적인 이익을 추구한 점이 인재상 수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김준오 박현 학생은 각각 재난 불평등 해소와 이상기후에 따른 피해 대응이라는 목표로 교내 다양한 연구와 활동에 임했었다.
김준오 “지도교사 정대수 선생님께서 로봇공학과 AI가 미래를 선도할 때 제 발자취가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씀하시며 인재상 도전을 권해주셨습니다. 이 상의 무게를 기억하며 재난 불평등을 개선하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로봇공학자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포스텍 입학을 앞둔 김준오 학생은 로봇의 정확성을 활용해 재난에 대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꿈 역시 재난과 안전 로봇 분야의 세계 최고 전문가가 되는 것이다.
박현 “고등학교에 입학했을 때 인재상에 도전하는 것조차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지난 3년간 학교에서 지구과학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준 선생님들과 주변 사람들 덕분에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꿈을 크게 가져라. 그래야 깨져도 그 조각이 크다’라는 제 가치관을 잊지 않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끄는 리더가 되고 싶습니다.”
박현 학생은 경북대 지구시스템과학과에서 이상기후 예측 기술을 연구할 계획이다. 현재 기술로 예측하기 어려운 소규모 기상을 정확히 예측하는 모델을 개발해서 보다 더 정확한 날씨 정보를 제공하는 꿈을 가지고 있다.


경남과학고의 R&E(융합과학탐구) 수업은 두 인재의 성장에 큰 밑거름이 됐다. 이 수업은 1학년부터 학생들이 직접 자신의 연구를 시작하는 활동으로, 학생들은 각자 전공별 담당 선생님의 지원을 받아 수업 시간 외에도 연구활동에 몰입할 수 있다. 두 인재 모두 이 수업을 통해 과학자의 꿈을 키웠다고 말했다.
김준오 “R&E 시간을 통해 몇 시간씩 깊이 있게 연구할 수 있는 수업을 처음 경험했습니다. 정말 신기하고 재미있었어요. 그 시간 동안 선생님의 지원을 통해 꿈을 향한 끊임없는 관심과 노력을 쏟을 수 있었고 그 상호작용이 좋은 성과로 이어진 것 같습니다.”

박현 “R&E 수업은 제가 처음으로 연구자로서의 마음가짐을 갖게 해준 수업이에요. 담당 선생님들이 제 생각과 고민에 대해 적극적인 피드백을 해주신 덕분에 다양한 연구와 활동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 수업을 통해서 연구에 대한 많은 자신감을 얻었고, 과학자의 꿈을 키웠습니다.”

이들의 이러한 노력은 많은 성과로 남았다. 김준오 학생은 2022 국제로봇올림피아드 한국대회 본선 금상, 2023 제18회 전국학생로봇경진대회 대상(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상), 2024 제45회 전국학생과학발명품경진대회 우수상 등의 굵직한 성과를 내고, 태양광 패널 관리 장치로 대한민국 특허도 취득했다. 박현 학생은 2022~2023년 한국지구과학올림피아드(KESO) 교육을 수료하고 한국 대표로 선발돼 제16회 국제지구과학올림피아드(IESO)에서 개인전 은메달, 단체전 동메달, 2023년 한국지구과학회 추계학술발표회 최우수상을 수상했으며, 북서태평양 해수면 온도 상승에 따른 태풍 특성 변화를 분석한 연구로 2024년 제70회 전국과학전람회 우수상 수상 등 굵직한 성과를 냈다.
정대수 선생님“R&E 수업은 학생들이 연구 주제 선정부터 결론 도출까지 모든 과정을 경험할 수 있도록 전공 지도 선생님이 지원하는 수업입니다. 아이들이 심도 깊은 연구를 주도할 수 있도록 학교와 선생님들 모두 최선을 다 해 지원하고 있고, 아이들이 이 수업을 통해 미래 과학자로 성장하는 걸 지켜 볼 때 가장 보람을 느낍니다.”

인터뷰 마지막으로 오늘날의 인재들에게 내일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지금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인지 물었다.
김준오 “자신의 관심사를 발견할 기회가 꼭 필요하기 때문에 어린 시절부터 다양한 경험을 통해 적성을 찾는 환경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학교나 사회에서 기회를 많이 주면 좋을 것 같아요.”
박현 “내신 성적 위주의 입시 제도가 개선돼 과학고와 특성화고 등 설립 목적 취지에 맞는 활동이 인정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정대수 선생님 “제가 생각하는 인재란 목표를 향해 도전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열정이 있는 학생입니다. 그런 학생들이 자신의 상상을 구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더 많은 인재들이 나오지 않을까요. 그러기 위해서는 학생이 연구 주제 선정부터 결론 도출까지 모든 과정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과 재정적 심리적 지원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과정에서 아이들이 열정을 잃지 않고 끈기있게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함께 걸어가는 교사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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