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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를 만나다

요즘 아이들의 요즘 언어 사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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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교복사에서 청소년 1,143명을 대상으로 ‘청소년 언어생활 실태 조사’를 벌였다. 평소 올바른 한글을 사용하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묻는 질문에 65.66%(750명)의 학생이 ‘맞춤법은 신경쓰지만 습관적으로 줄임말, 신조어를 사용한다’라고 대답했다. 간편하게 말하는 게 좋아서, 친구들과 쓰는 게 재미있어서, 유행에 뒤처지기 싫어서 ‘요즘 언어’를 쓴다는 아이들. 문화의 다양성으로 바라봐야 할까, 언어 파괴와 소통의 단절로 바라봐야 할까? 네 명의 요즘 아이를 만나 직접 물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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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즘 아이가 요즘 언어를 쓰는 이유


 


 


인터뷰에 참여한 네 명의 아이에게도 ‘청소년 언어생활 실태 조사’ 질문을 똑같이 던졌다. 아이들 역시 ‘맞춤법에는 신경을 쓰지만 습관적으로 줄임말, 신조어를 사용한다’라고 대답했으며 메신저, SNS, 일상 속 대화, 게임 등 일상 전반에서 사용한다고 말했다.




김민지 사용 빈도를 계산하자면 대화의 40% 정도는 신조어·줄임말을 써요. 주변에 대화 절반 이상을 사용하는 친구들도 있고요. 안 쓰는 친구는 없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요즘 언어’의 유행은 어디에서 시작되는 걸까? 정답은 역시 유튜브와 SNS다. 특히 짧은 동영상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청소 년들이 자주 접하는 유튜브 쇼츠, 인스타그램 릴스를 통해 챌린지와 유행어가 빠른 속도로 확산된다. 그래서 청소년들이 주로 사용 하는 ‘요즘 언어’를 살펴보면 그들의 관심사와 문화를 엿볼 수 있다. 네 명의 아이들은 친구들과 어떤 ‘요즘 언어’를 사용하고 있을까?




서민수 “최근 몇 년 동안 10대 청소년들 사이에서 ‘어쩔티비’라는 말이 유행했잖아요. 그 말과 같은 의미인데 줄여서 ‘어쩔’이라고 자주 써요. ‘어쩌라고?, 안 물어봤는데?’라는 의미로 친구들을 놀리고 싶을 때씁니다.”




신유나 “‘요아정’ 들어보셨어요? 원래는 요즘 유행하는 ‘요거트 아이스크림의 정석’이라는 가게 이름을 줄인 말인데요. 꼭 이 뜻으로만 쓰지 않고 상황에 맞게 ‘요즘 아이돌의 정석’, ‘요즘 아저씨의 정석’ 등으로 써요. 그리고 급식 먹을 때 심심하면 친구들에게 ‘잼얘(재미있는 이야기)’ 없냐고 물어보고요. SNS에 기절이라는 말을 쓰고 싶을 땐 ‘KIJUL’로 써요. 기절보다 키절이 의미가 더 잘 전달되 거든요. 아! 놀라는 일이 있을 때 ‘대박대박’을 줄여서 ‘빡빡’이라고도 많이 써요.”




이상현 “저는 메신저로 친구들과 얘기할 때는 맞춤법이나 띄어쓰기를 신경 쓰지 않는 편이에요. ‘ㅇㅇ (응응)’과 같이 초성으로만 대답하는 경우도 많고요. 그래야 빨리 말할 수 있거든요.”




김민지 제가 자주 쓰는 건 ‘억까(억지로 까지 말라는 뜻의 줄임말)’예요. 누군가를 비난하는 이유가 억지스러울 때 “야 억까 하지 마”라고 하고요. 비슷하게 ‘억텐(억지로 텐션을 높이다의 줄임말, 억지로 기분을 좋게 하려는 태도)’도 자주 써요.”




그 외에도 유튜브에서 전파된 ‘좋댓구알(좋아요, 댓글, 구독, 알림 설정)’이나 ‘뉴런공유(뉴런을 공유한 것처럼 생각이 비슷한 사람에게 쓰는 말)’, ‘열받는다’라는 말에 ‘열’ 대신 ‘킹(King)’ 을 넣어 열 받았다는 느낌을 강조하는 ‘킹받는다’도 자주 쓰인다. 요즘 아이들이 이러한 신조 어·줄임말을 자주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신유나 “가장 큰 이유는 재미있어서요. 그리고 신조어를 쓰지 않으면 제 감정을 표현하기 어려울 때가 있어요. 화가 날 때도 ‘열받아!’ 보다는 ‘킹받아!’라고 해야 제 감정이 더 정확히 전달되는 것 같아요. 대체할 수 있는 표현이 없는 느낌?




서민수 줄임말을 쓰면 길게 얘기하지 않아도 돼서 편하고요. 친구들이 모두 쓰고 있기 때문에 저만 안 쓰기가 어려워요. 소외되는 것 같고, 유행에 뒤처지는 느낌이 들거든요.” 서민수



 


 


#2 


요즘 언어 사용,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하지만 청소년들의 과도한 유행어 및 비속어 등의 사용은 언어 파괴와 소통 단절의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특히 일부 유행어에 깃든 혐오 표현에 익숙해지거나 문해력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이에 대해 요즘 아이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신유나 저도 자주 쓰지만 웬만하면 쓰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무의식적으로 혐오 표현에 익숙 해지기도 하고 맞춤법을 파괴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예를 들면 요즘 인터넷에서 ‘~돼’를 ‘~되’ 로 쓰는 게 유행인데 그러다 보니 ‘돼’가 맞는지 ‘되’가 맞는지 헷갈릴 때가 있어요. 또 신조어에 익숙해지면서 생각이나 감정을 다양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한계가 생기는 것 같아요.” 신유나




김민지 부정적인 영향도 있지만 본인이 충분히 조절해서 쓰면 된다고 생각해요. 특히 혐오 표현은 유래를 알고 나면 자제하게 되거든요.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말은 장난이어도 쓰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김민지




이상현 저도 동의해요. 유행어는 계속해서 있어 왔고 저희가 쓰는 말들도 지금 10대들의 문화를 나타내는 새로운 언어일 뿐이라고 생각해요. 나쁜 의미로 사용하지만 않는다면 충분히 써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상현




그렇다면 친구들이 아닌 어른들과 소통할 때 느끼는 어려움은 없을까?




이상현 어른들과 대화할 때는 저희가 쓰는 언어를 최대한 쓰지 않기 때문에 소통이 안 된다고 느낀 적은 없고요. 저는 가끔 부모님께 유행어 뜻을 알려드리거든요. 그러면 ‘그런 의미였구나, 나쁜 의미가 아니구나’라고 이해해 주세요.” 이상현




신유나 아버지께서 요즘 유행하는 신조어를 쓰신 적이 있어요. 그 모습이 너무 재미있었고 저와 대화하고 싶어 하시는 것 같아 좋았어요. 그래서 저도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신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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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순우리말의 아름다움




10월 9일은 한글의 우수성을 기리기 위한 국경일인 한글날이다. 그래서 우리에게 ‘요즘 언어’를 알려주러 온 네 명의 아이에게 깜짝 퀴즈를 내보았다. 오래된 우리의 고유한 언어. 한글의 아름다움을 알려줄 순우 리말의 뜻을 맞혀보는 퀴즈였다. 시나브로, 온새미로, 가람, 새별 * 이라는 단어를 처음 본다는 아이들은 각각의 뜻을 들려주자 신기하다며 감탄했다.




서민수 가람이 강을 뜻하는 줄 몰랐어요. 우리말 중에 이런 예쁜 말이 있구나 신기해요.” 서민수




김민지 ‘시나브로 가을이 왔다’라고 말하니 문학적으로 들려요. 언젠가 한국 문학에서 한글로 쓴 표현을 외국어로 번역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들었어요. ‘누렇다’를 번역하면 ‘Yellow’가 되어서 한글의 다양한 표현을 전달하지 못한대요. 그때 한글이 정말 멋지다고 생각했었거든요. 친구 들에게 ‘시나브로*’를 알려줘야겠어요!” 김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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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나브로 :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조금씩


* 온새미로 : 언제나 변함없이 


* 가람 : 강 


* 새별 : 새벽녘 하늘에 빛나는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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