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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를 만나다

텃밭과 함께 쑥쑥 자라는 진해여자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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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가꾼다는 것은 그것을 사랑하는 일이기도 하다. 진해여자고등학교 전교생은 올해 봄부터 저마다의 텃밭을 갖고 함께 가꾸는 일을 해왔다. ‘이게 될까싶었던 작은 씨앗은 어느새 주렁주렁 열매를 맺었고, 그 열매를 이웃과 나누며 학생들도 함께 자랐다. 반년간의 텃밭 활동이 학생들에게 남긴 것들을 들어보았다.


 


[9월호] 진해여고 메인사진.jpg


 


 


 


3, 텃밭 프로젝트를 시작하다


 


진해여자고등학교 본관과 급식실 사이에 자리한 텃밭. 330(100여 평) 규모로, 구획마다 어느 반의 텃밭인지 보여주는 팻말이 꽂혀 있다. 반마다 직접 꾸며 꽂은 팻말은 습기와 햇빛에 색이 바랬지만, 그와 반대로 방울토마토며 상추, 가지, 고구마, 허브 등 작물들은 무성하게 자라 있다. 지난 1학기 동안 전교생이 손발 벗고 나서 가꿔온 결과다.


 


김진영(교사)   “올해 인성부장을 처음 맡으면서 학생 인성교육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어요. 학생들의 공동체 역량과 인성 역량을 길러주는 프로그램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왔는데, 마침 학교 내 공터에 텃밭을 조성할 계획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 이거다!’ 싶었죠. 전교생이 다함께 참여하는 텃밭 프로그램을 구상하게 됐고, 제가 과학 교사여서 평소 강조하던 지속 가능한 환경이나 생태 전환 교육, 탄소 중립 등의 가치도 텃밭을 통해 배울 수 있을 것 같았어요.”


 


텃밭 가꾸기 활동을 기다리고 있던 학생들도 많았다. 학생회 그리고 환경조성부 부원들은 2022년도부터 학교 생활 틈틈이 기획을 해오던 일이 었다고 전했다.


 


송다혜(3학년)   “텃밭 공간을 조성하는 데 학생회가 직접 주도하기 어려운 지점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김진영 선생님께서 텃밭 공간 조성부터 모종이나 농기구 주문까지 저희들이 직접 하기 어려운 부분을 맡아서 해줄 테니 함께 텃밭을 가꿔보자고 해주셔서 정말 좋았어요. 제가 초등학생 때 학교에서 텃밭을 가꾸면서 친구들과 추억을 쌓은 경험이 있었고, 고등학교에서도 친구들, 선생님과 또 다른 추억을 쌓아나갈 생각에 설레 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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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텃밭 팻말을 함께 꾸며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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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의 수분 관리를 위해 비닐멀칭을 마친 텃밭


 


 


 


5, 씨앗과 모종을 심다


 


전 학년 28개 학급에 6.6(2) 정도씩 땅이 분양됐다. 학생 들은 학급회의를 통해 재배하고 싶은 작물을 2~3가지씩 선정 했다. 상추, 방울토마토, 당근, 오이, 가지, 딸기, 수박 등 20여 종류의 작물이 텃밭 가득 채워졌다. 수확량이나 효율성이 농사의 목표가 아니라, 학생들의 경험과 과정이 중요했기에 계절에 맞기만 하면 원하는 대로 심게 했다. 덕분에 반별 텃밭마다 작물의 키도 들쭉날쭉, 개성이 넘쳤다.


 


황량하던 땅에 씨앗, 모종이 채워지며 학생들에게도 변화가 생겼다. 텃밭을 관리하는 방식은 반마다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했는데, ‘누가 할까싶었던 일을 누군가는하고 있었다. 일찍 등교해 물을 주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체험학습을 떠난 학년을 대신해 선후배가 텃밭을 가꾸는 일도 많았다. 지금도 학생들은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틈틈이 텃밭을 찾는다.


 


모종을 심은 지 3주쯤 지나, 상추와 깻잎을 처음으로 수확했 다. 첫 수확물은 특별 제작한 스티커까지 붙여 예쁘게 포장한뒤 담임과 부담임, 지킴이 선생님에게 선물했다. 이어서 학생들이 순서대로 집에 가져가기도 하고, 학교를 방문하는 보호자에게도 선물하며 수확의 기쁨을 나눴다. 물론 모든 작물이 문제없이 쑥쑥 자라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김주연(2학년)    “저희 반은 당근을 많이 심었는데요. 키우기 쉬울 것 같아서 당근으로 정했는데, 생각보다 까다롭더 라고요. 학생회에서 텃밭 상황을 공유하면서 당근을 잘 키우는 방법을 연구했는데, 씨앗을 심는 깊이부터 물 주는 주기까지 싹 바꾼 끝에야 잘 키울 수 있었어요. 당근을 솎아내는 것도 굉장히 중요한 작업이었는데, 처음에는 반에서 한두 명 정도만 관심을 가졌지만, 결국에는 반 친구들 다 같이 당근 키우 기에 진심이 되는 모습에 뿌듯했어요.”


 


일명 딸기 도난 사건도 있었다. 3학년의 한 학급에서 애지중지 길러 비로소 결실을 맺은 딸기 두 알, 그중 한 알이 하룻밤새 사라진 사건이었다. 평소 순하기만 했던 학생들은 딸기 도난에 크게 상처를 입었고, 반장이 대표로 김진영 선생님에게 장문의 문자를 보내 텃밭 유의사항을 공지하도록 한 뒤에야 사태가 마무리됐다. 학생들이 텃밭을 그리고 작물을 얼마나 소중히 생각하는지 깨닫게 한 사건이었다.


 




수확물 포장.jpg


▲직접 수확한 방울토마토와 상추 등을 포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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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는 시간 틈틈이 텃밭을 관리한 학생들


 


 


 


7, 텃밭 채소를 이웃과 나누다


 


여름방학을 앞둔 7월에는 인근 ‘500원 식당에 수확물을 기부하며 지역사회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500원 식당은 블라썸여좌사회적협동조합에서 방학 동안 끼니를 거르기 쉬운 학생들에게 단돈 500원에 한 끼를 제공하는 착한 식당. 김진영 선생님과 학생들은 텃밭 프로젝트 기획 단계에서부터 식재료 기부를 계획했고, 식당 영업 개시일에 맞춰 상추, 깻잎, 방울토마토 등을 듬뿍 기부할 수 있었다.


 


김진영(교사)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진짜 기부를 할 수 있을 만큼 수확할수 있을까 싶었는데, 정말 날마다 싱싱한 작물들이 자라서 신기하고 뿌듯했어요. 기부 활동을 통해 학생들이 사회와 연결되어 있다는 실감을 하게 된 것도 큰 수확이었 고요. 아이들이 등교 후에 자율적으로 물을 주고, 작물을 정말 사랑과 정성으로 키우는 모습을 보면, 내면적으로도 분명 많이 성장했을 거라 생각합니다.”


 


학급 텃밭 가꾸기 활동은 보호자들 사이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보호자 대상 인성 교육 프로그램 만족도 설문조사결과 벚과 함께 플로깅’, ‘힐링 버스킹등도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역시 텃밭 프로그램이 압도적으로 많은 표를 받은 것이다.


 


텃밭 이야기는 2학기에도 계속된다. 가을, 겨울에는 어떤 작물을 키울지, 학생들은 이번에도 자율적으로 결정해 책임감을 갖고 키워나가게 될 것이다. 텃밭 한편에 심어둔 고구마는 겨울 군고구마 이벤트를 위해 아껴둔 상황. 따끈따끈한 군고구마를 전교생이 나눠 먹고, 텃밭이 만들어준 추억으로 학생들은 또 한 차례 쑥쑥 성장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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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원 식당’에 수확물 기부하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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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 활동과 함께 먹거리의 중요성도 배운 학생들


 


 



임승주  사진 백동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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