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를 만나다
학생(어린이) 주도 재난안전훈련 진주 도동초등학교

“불이야! 현재 본관 1층 과학실에서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7월 4일 목요일 오전 9시 40분. 진주 도동 초등학교에 화재를 알리는 비상벨이 울렸다. 실제 화재 상황을 대비한 합동 소방훈련이 시작되는 소리 였다. 곧이어 대피 안내 방송과 함께 안전모와 조끼를 착용한 5학년 3반 학생들이 신속하게 교실을 빠져나갔다. 질서유지, 응급처치, 화재진압 등 각자 역할을 맡은 학생들이 직접 전교생의 대피를 돕기 위해서였다. 위급 상황 속에서 나와 우리의 안전을 함께 지키는 훈련. 진주 도동초등학교의 학생(어린이) 주도 재난안전훈련 현장을 찾아가 봤다.

소화기를 사용해 불을 끄는 화재진압팀
학생이 주도하는 재난안전훈련
매년 학교는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자체적으로 재난안전훈련을 실시한다. 대부분 재난안전훈련은 어른들의 주도로 진행되지만 올해 도동초등학교는 학생 스스로 재난훈련을 준비하고 이끄는 ‘학생(어린이) 주도 재난안전훈련’을 실시했다. ‘학생(어린이) 주도 재난안전 훈련’은 교육부와 행정안전부가 협업하여 2016년부터 추진해 온 사업으로 학생이 학교생활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재난 상황에 대처 능력을 스스로 기를 수 있도록 전문가와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올해는 도동초등학교를 포함해 전국 유치원, 초·중·고, 특수학교 등 500여 학교가 참여 학교로 선정되었다.
“안전 교육은 학생들이 몸으로 직접 경험하는 훈련이 중요하기 때문에 ‘학생(어린이) 주도 재난안전훈련’이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 생각했고요. 도동초등학교는 5주 동안 심화훈련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학교로 선정 되었습니다.” - 박혜은 도동초 안전담당교사
‘학생(어린이) 주도 재난안전훈련’의 핵심은 학생(어린이)비상대책반 구성, 훈련 시나리오 작성, 현장훈련 및 역할체험 등 계획부터 실시까지 학생(어린이)이 훈련 전반을 주도하는 것이다. 그를 위해 도동초등학교는 현장 대피 훈련에 앞서 5학년 3반 학생들을 중심으로 4주 동안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했다. 매주 목요일 1·2 교시를 활용해 경남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안전 강사와 함께 UNDRR 재난 이해 교육-안전매핑 활동-대피 지도 그리기-모의 대피훈련 준비과정을 거쳤다. 그중 학생들은 대피지도 그리기 활동을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으로 꼽는다.
* 안전매핑 : 학생 스스로 교내의 안전정보 및 위험정보를 발굴하고 발견한 정보는 사진과 영상으로 수집한 후 GPS 지도 정보로 공유하고 활용하는 활동이다.
“교내에 화재가 발생했을 때 위험 요소는 없는지, 효과적으로 대피할 수 있는 이동통로는 무엇인지 학생들이 현장 조사를 해서 재난 대피지도를 만드는 시간을 가졌어요. 학교 곳곳을 다니면서 소화기가 오래됐다거나 대피 경로에 장애 물이 있다거나 평소 저는 무심코 지나쳤던 것들을 세심하게 찾아내는 걸 보고 감명 깊었습니다.” - 박혜은 도동초 안전담당교사
“우리가 몰랐던 걸 발견하게 돼서 깜짝 놀랐어요. 소화전에 깨져 있는 부분이 있다거나 쓰레기가 버려져 있기도 하고요. 실제로 불이 났을 때 작동이 안 되면 어떡하지, 어디로 대피해야 하지? 걱정이 됐는데 미리 확인을 해서 안심할 수 있었어요.” - 김수진 5학년 3반 학생

다친 학생을 치료하는 응급처치팀
머리가 아닌 몸으로 기억하는 안전
7월 4일 현장 훈련(합동 소방훈련) 당일. 오전 9시 40분 훈련 시작을 앞두고 교실에 앉아있는 5학년 3반 학생들의 얼굴에 긴장감이 묻어났다. 학생들은 대피유도팀, 질서유지팀, 구조팀, 응급처치팀, 화재진압팀, 상황전파팀으로 나뉘어 대피 시나리오에 따라 전교생의 안전한 대피를 맡았다.
9시 40분. 교실 스피커로 훈련 목적을 알리는 상황전파팀 학생들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곧이어 과학실에 불이 났다는 방송과 함께 비상벨이 울리자 5학년 3반 학생들이 신속하게 교실을 빠져나갔다. 대피유도팀은 교실에 있던 학생들이 빠르고 안전하게 운동장으로 대피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질서유지팀은 안전라인을 설치했다. 화재진압팀은 화재가 발생한 과학실(화재 사진으로 표시) 창문을 향해 소화기를 뿌려 초기 진화에 성공했다.
학생들의 탄성이 터진 건 다음 순서였다. 상대119안전센터의 협조로 출동한 소방관이 직접 화재를 진압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이후 부상당한 학생을 부축해 임시구호소로 옮기고, 마네킹을 이용해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는 것도 구조팀인 학생들의 몫이었다.
"평소에 영상으로만 보고 배웠던 소화기 사용법, 소방차의 화재진압 과정, 응급환자 조치와 이송 과정을 직접 보고 배움으로써 주도적으로 진행한 우리 반 학생뿐만 아니라, 함께 참여한 도동초등학교 전교생들에게 훈련의 현장감도 높이고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더 크게 느낄 수 있는 계기가된 것 같습니다.” - 조현명 5학년 3반 담임교사

대피방송을 듣고 운동장으로 대피하는 학생들
이날 훈련은 훈련을 주도한 학생들도, 대피에 참여한 학생 들도 자신의 역할을 잘 수행한 덕분에 예상보다 빠르게 종료되었다. 그러자 심폐소생술을 맡은 구조팀의 학생이 기쁜 목소리로 외쳤다. “와, 나 오늘 좀 멋졌다!”
“안전은 지식이 아닌 습관이라는 말이 있죠. 지식으로 반복해서 배웠던 것보다 주도적으로 재난안전훈련을 진행한 지금의 한 번이 학생들에게는 더없이 큰 배움의 기회가 되고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또한 실제 재난 상황이 발생한다면 본인의 안전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안전까지 책임질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 조현명 5학년 3반 담임교사
“실제로 해보니까 힘들지만 뿌듯했고, 실제로 불이 나면 당황하지 않고 잘 대피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이 훈련의 목적이라고 느껴졌어요. 다음에 이런 일이 생긴다면 오늘 한번해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그리고 그때는 선생님들도 우리를 적극적으로 도와주실 것이기 때문에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또 소방관들이 우리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정말 용감하고 멋있었어요.” - 양준형 5학년 3반 학생
이날 훈련을 앞두고 경남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안전 강사는 학생들에게 강조했다. 재난 사고는 오늘 훈련처럼 예고하고 찾아오지 않는다고. 그러니 위급 상황 때 바로 행동할 수 있도록 몸으로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그의 말처럼 재난 사고는 예기치 못한 순간에 찾아온다. 하지만 그 사고를 미리 대비할 수는 있다. 나와 우리의 안전을 함께 지키는 훈련. 더 많은 학교에 ‘학생(어린이) 주도 재난안전훈련’이 필요한 이유다.

심폐소생술을 마친 마네킹을 구급차에 싣는 학생

상대119안전센터에서 출동한 소방차와 대원들

글 김달님 사진 백동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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