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를 만나다
경남형 미래학교 '행복학교'의 10년을 함께 돌아보다

〈밀양 산내초등학교 유승희 교장〉
행복한 학교는 어떤 학교일까?
저마다 조금씩 다른 학교를 상상하겠지만 결국 바라는 학교의 모습은 하나일 것이다.
학교에 가는 아이의 마음도, 아이와 함께하는 교사의 마음도,
아이를 학교에 보낸 보호자의 마음도 다 같이 행복한 학교. 이러한 학교를 꿈꾸는 것에 그치지 않고
현장에서 함께 실현하기 위해 2015년 경남교육청이 시작한 정책이 있다.
바로 경남형 미래학교 ‘행복학교’다. 올해 10주년을 맞은 행복학교는
그동안 경남교육의 모습을 어떻게 변화시켰을까? 행복학교의 시작을 함께한 사람,
밀양 산내초등학교 유승희 교장과 행복학교의 10년을 되짚어 보았다.

행복학교란?
‘교육 공동체가 배움과 협력의 토대 위에 성찰·소통·공감을 지향하고 행복을 추구하는 경남형 미래학교’를 말한다. 교사는 서로 협력하며 전문가로서의 자긍심을 키워 가고, 학생은 지식의 창조자로서 배움의 즐거움을 느끼며, 학부모는 학교 교육의 적극적인 주체로 참여하며 교육에 대한 믿음을 키워나간다.
Q1. 안녕하세요. 선생님께서는 행복학교 정책 연구부터 함께 참여하셨죠?
네, 안녕하세요. 밀양 산내초등학교 교장 유승희입니다. 저는 1988년 양산에서 교직 생활을 시작했는데요.
교사로 근무하면서 그동안 제가 배운 교육과 현장의 교육이 다르다는 고민이 늘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경기도의 남한산초등학교 사례를 접하게 됐어요. 2001년 처음으로 작은 학교 운동을 시작한 곳이자 최초의 혁신학교인데요. 당시 폐교 위기에 처해 있던 학교를 살리기 위해 선생님과 학부모가 함께 학교를 변화시켜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큰 충격을 받았어요. ‘수업을 고민하고 실천하는 과정에서 교사의 자율성이 저렇게 실현될 수 있구나’, ‘학부모가 교육 과정에 주체적으로 참여해서 학교를 함께 바꿀 수 있구나’ 하는 자각과 함께 ‘우리가 생각하는 학교의 모습이 어디까지 가능하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와 함께 당시 우리나라 교육이 신뢰를 잃은 이유는 아이들에게 모두 똑같은 정답을 요구하는 방식 때문이라는 고민이 깊었어요. 그러한 고민을 나누며 수업과 학교를 바꿔보자는 마음으로 동료 교사들과 혁신학교 공부를 하게 되었고요. 당시 서울, 경기의 혁신학교 사례를 보면서 ‘경남에서도 과연 가능할까?’ 부러워하던 중 2015년 경남에서도 행복학교 정책이 시작된 거예요. 운 좋게 저에게 행복학교 정책 연구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고, 교직 생활 동안 꿈꾸던 학교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치열하게 고민하고 정책 실현을 위해 노력했습니다.
Q2. 행복학교 정책이 도입될 때 현장 반응은 어땠나요?
다른 시도에 비해 늦게 출발했지만 ‘행복학교’를 향한 열망은 훨씬 높았어요. 요청이 있으면 어디든 달려가
민주적인 학교 문화를, 수업과 교육과정 이야기를 함께 나누던 시절이 그립기도 합니다. ‘행복학교’가 빠르게 안착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함께 꿈꾸던 시절이었습니다. 그중 양산 화제초는 폐교 위기의 학교를 선생님과 학부모가 힘을 합쳐서 살린 경험이 있기 때문에 행복학교를 받아들이는 데 거부감이 없었고, 창원 용지초와 진해 제황초도 이미 학교 안에서 변화를 만들고 있었기 때문에 행복학교로의 전환이 자연스러웠습니다.
특히 행복학교가 도입되면서 강조된 가치가 바로 ‘배움 중심’인데요. 칠판 앞에서 주입식으로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수업이 아니라 선생님과 학생이 머리를 맞대고, 친구들과 경쟁이 아닌 협력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수업. 그 과정에서 학생 스스로 배움이 일어나도록 선생님이 지켜봐 주고 도움을 주는 경험을 거치면서 아이들이 수업의 변화를 훨씬 더 빨리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현장에서 느꼈던 학부모들의 열정과 지지도 말로 표현할 수가 없고요. 아무래도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 바로 선생님들이신데요. 현장에서 정책을 실행하는 가장 중요한 주체이기 때문에 시행착오를 겪기도 하고, 동료 교사들과 끊임없는 협의를 거칠 수밖에 없습니다. 이 과정을 비효율적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교육은 효율성의 잣대로 따질 수 없는 것이잖아요. 이 과정은 지금도 현장에서 끊임없이 겪는 것이고, 그렇게 한 걸음씩 나아간다고 생각합니다.



밀양 산내초등학교 유승희 교장
Q3. 행복학교 10년, 그동안 행복학교가 학교의 모습을 어떻게 바꿔왔다고 생각하시나요?
학교는 살아서 움직이는 유기체라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하지만 그 변화가 피부로 느껴질 만큼 빠르게 오는가 했을 땐 그렇지 않아요. 어떤 분들은 기대한 만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하시지만 저는 10년 동안 정말 많이 달라졌다고 생각하거든요. 우선 저는 행복학교를 실험학교라고도 부르는데요. 교사와 아이들이 계속해서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경험하고 변화를 만들어갈수 있도록 자율성이 확보된 학교예요. 그 속에서 학생도, 교사도 자기 생각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고 다양한 의견이 존중받는 민주적인 학교 문화를 만드는 데 행복학교가 큰 기여를 했다고 생각하고요. 교사가 수업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업무지원팀을 정책으로 확산시킨 것도 행복학교 덕분이죠. 저도 교직 생활을 하면서 수업과 아이들에게만 몰입할 수 있다는 게 상상이 되질 않았는데 업무지원팀, 전문적학습공동체 등 정책 시행을 통해 그 상상을 가능하게 해준 거죠.
그동안 많은 교사가 ‘내가 과연 교육의 전문가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많이 하셨을거라 생각하는데요. 교사에게 수업이라는 본연의 일을 되찾아 주고, 당신이 전문가라고 이름을 붙여준 것도 행복학교라고 생각합니다. 그 외에 주제 중심의 프로젝트 수업, 성장 중심의 평가 방식, 교육공동체의 다모임, 초등학교 교무행정원 배치, ‘한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를 증명한 마을교육 과정을 확대한 것도 행복학교가 바꾼 학교의 모습이죠.
Q4. 만족도 조사 결과를 보면, 교사·학생·학부모의 만족도가 높은데요.
행복학교 10년을 이끈 가장 큰 힘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행복학교 현장에 가면 ‘너무 힘들다’고 말씀하시는 선생님들이 많아요. 그런데 그 힘들다는 일을 다음 날이 되면 또 열정적으로 하고 계세요. 그런 선생님들을 보면서 저들의 열정을 끌어내는 힘은 뭘까 하는 물음을
지금도 스스로에게 하곤 해요.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면 선생님이 느끼는 자긍심인 것 같아요. 교사의 자율성이 그렇게 쉽게 나오는 것이냐 되물을 수도 있지만 신뢰와 존중이 쌓이고 교사로서의 전문성을 인정받을 때 자율성과 자발성은 자연스럽게 생겨 나는 것이라고 보거든요. 그 과정에서 아이들과 나의 성장을 확인한 교사는 포기하지 않고 묵묵하게 나아갈 수 있는 것 아닐까요?
또한 앞선 답변에서도 말했지만, 학부모들의 지지도 큰 원동력이에요. 아이들의 변화를 느낀 학부모들은 학교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교육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세요. 초반에 행복학교를 경험했던 분들이 이제는 행복학교 학부모 강사단으로 활동하면서 학부모 대상 강연과 연수를 맡고 계시죠. 결국엔 현장에서 학교의 긍정적인 변화를 느낀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지지와 열정이 행복학교의 10년을 이끌어온 가장 큰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Q5. 학교에서 어떻게 행복학교의 가치를 실현하고 계시는지,
학교의 변화를 직접 느끼시는지 듣고 싶습니다.
산내초는 2015년 행복맞이 학교로 시작해 지금은 행복학교 7년 차입니다. 저는 2020년 공모형 교장으로 산내초에 오게 되었고요. 내가 바라는 교장의 모습을 얼마만큼 실현할 수 있을지 실험해 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학생도 교사도 자기 의견을 서슴없이 말할 수 있는 민주적인 학교문화 조성을 위해 노력 중이에요.
교장의 자리에 있으면 피드백을 받는 일이 어려운데요. 2022년 외부에서 학교 민주주의 지수를 조사한 일이 있었는데 우리 학교의 민주주의 지수가 거의 만점에 가깝더라고요. 그 결과를 보면서 그래도 내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다른 교장 선생님들께 아침맞이를 꼭 권하고 싶은데요. 등교하는 아이들을 반갑게 맞아주고 한 명 한 명 이름을 한번 불러봐 주세요. 아이들 표정이 달라질 거예요. 그렇게 얼굴이 익숙해지면 매일 아이들 컨디션이 다르게 보이거든요. 오늘은 기분이 안 좋구나, 어디가 아프구나 같은 게 파악되고 필요하면 담임 선생님에게 귀띔을 해줍니다. 그러면 선생님도 아이들과 더 세심하게 만날 수 있어 요. 그런 모습을 지켜보는 학부모들은 자연스럽게 학교를 신뢰할 수밖에 없겠죠. 사실 서로 신뢰할 수 있다면 학교에서 발생하는 갈등도 훨씬 줄어들지 않을까요?
Q6. 지난해 ‘행복학교 3.0’이 시작되었는데요.
앞으로 바라는 행복학교 모습과 선생님께서 정의하시는 ‘행복학교’는 어떤 학교인가요?
코로나19를 비롯한 시대의 흐름이 교육 현장에도 급격한 변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미래교육에 대비하기 위해 AI, 모바일, 빅데이터 등 에듀테크의 중요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지요. 지금보다 더 교육과 정보통신기술이 융합한다면 어떤 모습으로 수업이 이루어질지 상상을 초월하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시대가 변한다고 하더라도 교육의 본질은 바뀌지 않아야 합니다. 교육의 본질은 기술이나 도구를 잘 다루는 것이 아니라 ‘내 삶을 포기하지 않고 단단하게 살아 내는 힘’을 기르는 곳이어야 합니다. 행복학교의 본질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행복학교란, 성장 과정에서 실수도 하고 실패도 겪겠지만 좌절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힘을 키워주는 학교입니다. 학교 안에서 아이들이 존중받고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게 무엇인지 배울 수 있는 학교. 아이들뿐 아니라 선생님도 학부모도 함께 성장하는 학교. 그리고 지금의 모습이 완결점이 아니라 끊임없이 실험하고 도전하는 학교라고 생각합니다. 10 주년을 맞은 지금, 행복학교가 걸어온 길을 되짚어 보며 성찰하는 시간을 갖는다면 어떻게 나아갈지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행복학교 3.0으로 행복학교가 다시 한번 도약하기를, 20년·30년 지속 가능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교육혁신을 넘어 미래교육으로!
행복학교 10년, 걸어온 길 걸어갈 길


글 김달님 사진 백동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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