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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를 더하다
향을 디자인 하는 사람, 조향사 김은지
우연한 경험이 인생에 큰 변화를 주기도 한다. 김은지 조향사의 경우가 그랬다. “저는 사실 향수를 싫어하는 사람이었어요.” 만들어진 향은 인위적이여서 싫었고, 조향사라는 직업은 당연히 생각해 보지 못했다. 하지만 2018년 향초를 만들어 보면서 나만의 향기를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2020년 조향사 자격증을 취득해 4년 차 조향사로 일하고 있다.

향기와 함께하는 삶
많은 기억은 향기를 동반한다. 봄날의 추억은 벚꽃 향이라든지, 학창 시절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급식실의 밥 냄새와 등굣길에 맡았던 비 냄새 같은 것들 말이다. 조향사가 하는 일이 바로 여기서 시작한다. 향의 이미지를 구체화하여 상품에 적용하고 고객들이 원하는 향을 구현해 향수로 만들어 낸다.
김은지 조향사
“시각적으로 본 기억보다 후각적으로 남은 기억이 더 오래간다고 해요. 향은 기억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자신의 기억을 기반으로 한 향은 선명하고 뚜렷해서 설득력을 가질 수가 있어요. 저는 고등학교 3년 내내 미술 공부를 했어요. 그렇다 보니 학창 시절을 떠올리면 물감과 연필의 흑연 냄새 같은 것들이 떠올라요.”
디자인을 전공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미술 공부에 전념하던 고등학생 시절은 뚜렷한 향으로 기억에 남았지만, 당시에 조향사라는 꿈은 생각지도 못했다. 오히려 인위적으로 만든 향수 냄새를 싫어할 정도였다. 사회생활을 하다가 우연히 향초를 만들어 보면서 조향사라는 직업에 눈을 뜨게 됐다.
김은지 조향사
“저희 내부에서는 ‘향기 디자이너’라는 별칭을 많이 써요. 향수나 향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첫 기획부터 디자인, 유통 등 전반적인 작업을 다 해야 하거든요. 그리고 실생활에서 만나는 향 제품들에는 모두 ‘조향’이라는 작업이 들어가요. 예를 들면 섬유 유연제나 머리를 감을 때 쓰는 샴푸 같은 목욕용품 등 향이 있는 제품의 작업은 모두 조향사들이 합니다.”
향을 세밀하게 그려나가는 일
향수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김은지 조향사는 90가지가 넘는 향료부터 저울, 시향지 등 향수를 만들 때 필요한 준비물들을 작업대 위에 올려놓았다. 재료들 중 의아한 것이 하나 있었는데 원두였다. 향수를 만들 때 수많은 향을 맡아 코가 지치면 원두 향으로 잠깐 휴식을 취한다.
김은지 조향사
“조향을 하는 사이에 원두 향을 맡아줘요. 원두의 향이 친근해서 코가 쉰다고 느끼거든요. 향수 하나를 만드는 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려요. 머릿속에 만들고 싶은 향을 떠올리면서 향을 조합해 나가는데요. 예를 들어 저의 학창 시절의 향을 만든다면 물감과 연필심 냄새가 떠오르거든요. 그리고 향을 조금씩 구체화하면서 활기찬 느낌으로 시작해서 끝에는 흑연 냄새를 남겨야겠다는 생각으로 조합을 마무리해요.”
향을 구체화할때는 일차적으로 다양한 향을 만들어 시향해 본다. 시향하는 과정에서는 주변 사람들에게 선호도 조사도 하고 향의 지속력도 점검한다. 이런 식으로 계속해서 보완하는 과정을 네 차례 정도 거치면 하나의 제품이 나온다.
김은지 조향사
“눈에 보이지 않는 향을 매력적으로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기억력도 좋아야 하지만 인내심도 있어야 해요. 기억하기 어려우면 메모해 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고요. 그리고 향료부터 조향과 관련한 용어는 대부분 영어로 되어 있어서 영어를 잘하면 도움이 많이 돼요.”

1) 김은지 조향사가 추천하는 타바코 향
2) 향수를 만드는 사이사이 코를 쉬게 해 주는 원두
3) 향수를 만들 때 필요한 향료, 시향지, 베이스
향을 만들고 가르치다
김은지 조향사는 조향 관련 수업도 진행한다. 전문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조향사 자격증 수업과 함께 교육부 진로체험기관 인증을 받아 학교에서 강의를 하기도 한다. 학교 단체 수업을 통해 학창 시절 자신은 알지 못했던 조향사라는 직업에 대해서 알려주고 있다.
김은지 조향사
“학교 강의는 주로 향수 만들기를 진행해요. 학생들에게 처음에 어떤 향인지 알려주지 않고 향을 맡아보게 합니다. 그리고 선호하는 향을 고르고요. 나중에 자신이 고른 향을 알고 나면 무척 놀라는 반응이 많아요. 평소 장미 향을 안 좋아했는데 장미를 골랐다는 학생도 있고요. 그러면서 향에 대한 편견을 깨고 흥미도 가지게 되더라고요.”
향기는 오롯이 개인 취향이고 자기만의 개성을 표현하는 방법이다. 비교가 아닌 다름을 확인하는 과정을 통해 나만의 향을 경험하는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다. 학업에 지친 고등학생들은 조향 수업을 통해 활력을 찾기도 한다고.
김은지 조향사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마다 학생들의 반응이 달라서 재밌어요. 학생들은 향에 활력을 얻지만 저는 학생들의 활기에서 힘을 얻는 것 같아요. 가장 기억에 남는 건 고등학생 때 수업으로 만났던 아이가 대학생 성인이 되어서 찾아오고, 조향사라는 직업으로 창업을 꿈꾸기도 하더라고요.”
조향사란? 여러 향료를 섞어 새로운 향을 만들거나 이를 필요한 상품에 적용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고객들에게 어울릴 만한 향을 찾아주고 화장품, 비누, 치약 등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제품의 향을 만들어냅니다. 조향사는 크게 화장품류의 향을 개발하는 향료 조향사와 먹을 수 있는 향을 만드는 식품 향료 조향사로 나뉩니다.
조향사가 되려면? 1) 향을 구분할 수 있는 능력과 풍부한 상상력과 기억력이 필요합니다. 수천 가지 향을 기억하고, 머릿속으로 구현한 향을 표현해 내기 위해서는 인내심도 필수입니다. 2) 향료 이름, 조향과 관련한 전문 서적이 대부분 영어로 이뤄져 있어 영어 학습도 중요합니다. 3) 화학물질인 향료를 다루므로 화학 관련 전공이 유리합니다. 조향사 자격증 시험을 통해 1급부터 3급까지의 자격증을 취득할 수도 있고 조향학을 공부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
글 화유미 사진 홍순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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