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를 만나다
거제옥포고등학교 강선영 영양사

거제옥포고 급식소는 하루 3식을 조리하고
중식 기준으로 식수 인원이 1,100명에 이를 정도로 급식 규모가 큰 학교이다.
매 순간이 소중한 학창 시절을 보내고 있는 학생들의 ‘소중한 시간과 건강을 지켜주기 위해’
오늘도 급식안전에 최선을 다한다는 거제옥포고 급식 현장에 다녀왔다.

▲ 거제옥포고등학교 강선영 영양사

1일 3식,
맛부터 위생안전까지 챙기려면?
거제옥포고 급식소의 하루는 아침 8시, 식자재 입고와 검수로 본격 시작된다. 당일 중·석식과 이튿날 조식용 식재료를 매일매일 받는데, 세끼 식재료다 보니 그 양도 상당하다. 식재료 입고 때 육류, 수산품, 공산품은 각각 10~20분 정도 간격을 두고 도착하는데, 교차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이후 검수서를 바탕으로 식재료가 주문한 대로 도착했는지 중량부터 상태, 온도, 유통기한, 보관 방법을 점검하고, 재료를 싣고 온 차량 내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되었는지도 온도기록지를 통해 꼼꼼하게 파악하고 정리한다.
이후 과정은 전처리. 학생들의 채소 섭취를 권장하기 위해 매일 상당한 양의 채소를 사용하는데, 그만큼 소독, 세척 등 전처리가 필요한 식재료가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해당 식사 때 필요한 식재료를 용도에 맞게 세척, 썰기까지 마치면 금세 조리 시간이 다가온다.
영양사 2명, 조리사 2명, 조리실무사 12명까지 16명의 급식소 구성원들이 가장 긴장하는 시간. 매일 하루 세끼를 뚝딱 만들어 내는 조리실이지만, 「학교급식법」에 따라 조리부터 배식까지 2시간 이내에 마쳐야 하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긴장감이 넘친다. 잔반을 최소화하기 위해 식수에 맞춰 음식을 준비하고, 그에 맞게 배식하는 것도 필수.
강선영 영양사 “학창 시절 모든 순간이 소중하지만 특히 고등학생들은 학교 생활 전반이 입시와 관련돼 있는 만큼 정말 중요한 시기를 보내는 거잖아요. 만약에라도 식중독 사고가 난다면 그 소중한 시간을 뺏는 것이기 때문에, 급식소 구성원들에게도 이런 부분을 강조하고 있어요. 3식을 하다 보니 메뉴 짜는 일부터 그에 수반되는 과정이 많고 복잡한데, 그러다 보니 구성원들이 체력적으로 힘든 경우가 많거든요. 그런 힘든 상황에서도 위생·안전사고를 방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굉장히 고민을 많이 했어요. 아무리 교육을 해도 스스로 동기부여가 되지 않으면 실천하기 어렵거든요.”



함께 외치며
함께 실천하는 급식안전
거제옥포고는 경남교육청 2023 학교급식 우수사례 공모전 급식위생안전 분야에서 수상한 학교이기도 하다. 이때 강선영 영양사가 공유한 사례들은 지금도 지켜지고 있다. 함께 둘러본 식재료 창고에는 1일 3식을 만드는 학교치고는 식재료 재고가 많지 않아 보였는데, 필요한 만큼만 주문해 유통기한 관리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선입선출은 기본, 식재료 창고에는 ‘D-30’ 코너를 따로 두어 유통기한 임박 제품부터 사용하는 것도 노하우. 냉장실과 냉동실 문에는 ‘다시마 100g’, ‘버터 450g’ 등 보관 중인 식재료의 품목과 양, 유통기한까지 적은 용지를 붙여두고 있어 남다른 식재료 관리 현장을 엿볼 수 있었다.
급식위생안전 분야 우수학교로 꼽힐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무실역행의 힘이 컸다. 손 씻기부터 조리 과정까지 아무리 매뉴얼이 꼼꼼하게 있어도 실천하지 않으면 소용없는 법. 구성원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바로 경각심과 책임 의식이다. 매일 아침 조회에서 당일 꼭 챙겨야 할 사항을 적은 일지를 공유하고, 책임감을 높이기 위해 참석자 모두가 서명을 한다. 이어 위험 예지 훈련을 갖는데, 기초적인 것이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 사항을 구호로 외치며 경각심을 갖는 시간이다. “고무장갑 구분 사용, 좋아, 좋아, 좋아!” “미끄러짐 주의, 좋아, 좋아, 좋아!” 함께 외치다 보면 위생안전 수칙이 몸과 마음에 각인된다. 처음에는 영양사 주도로 진행했던 위험 예지 훈련은 이제 조리사와 실무사가 돌아가며 준비할 정도로 현장에 안착했다. 이 밖에도 스트레칭을 비롯해 서로에게 고마웠던 순간을 서로 어깨를 두드려주며 표현하는 ‘토닥토닥 모먼트’ 등 16명의 구성원이 소통하는 시간을 자주 가지며 안전한 학교급식을 완성해 가고 있다.
김둘례 조리사 “많은 인원이 하루 세끼를 함께 준비하다 보니 소통이 최고의 힘인 것 같아요. 일을 시작하기 전에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한 번 더 생각하고 일하자’라고 서로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정말 실수가 크게 줄어들어요. 최근 2~3년 사이에는 데거나 넘어지는 등 산재도 전혀 없고, 병가를 쓰는 실무사도 거의 없을 정도로 분위기가 좋아요.”
거제옥포고는 급식소위원회를 구성해 정기적으로 학부모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다. 취재 전날 모니터링을 마친 학부모들은 위생안전은 물론 ‘너무 맛있어서 과식 위험이 있다’고 우스갯소리를 할 정도로 높은 만족도를 보이고 있다. 뚝딱 데우기만 하면 내놓을 수 있는 완제품 대신, 학생들에게 가능한 한 건강하고 푸짐하게 음식을 제공하고 싶어 식재료 준비부터 조리까지 급식소 구성원들이 정성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아이들 식사를 준비해 본 학부모들은 한눈에 알아보는 법이다. 거제옥포고 급식소를 찾은 날은 3학년 학생들이 졸업을 앞두고 마지막 급식을 먹는 날이었다. 오랫동안 학교급식을 그리워하게 될 3학년 학생들이 남긴 소감을 듣는다면, 책임자들은 내일도 기분좋게 힘을 낼 수 있지 않을까.
김륜하 학생 “초중고 통틀어서 고등학교 밥이 제일 맛있었어요. 오늘 막국수가 나왔는데 제가 면을 좋아해서 더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아요.
진짜 맛있게 만들어주셔서 감사하고 잘 먹었습니다.”
홍승우 학생 “저는 진짜! 급식 덕분에 살도 안 찌고 머리도 좋아졌다고 생각해요. 공부하는 데 학교밥이 정말 큰 힘이 됐습니다.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 식재료 유통기한을 점검 중인 강선영 영양사

▲ 졸업 전 마지막 급식을 즐기는 3학년 학생들

▲ 재료를 다듬는 데에 손이 많이 가지만 영양 균형을 위해 포기할 수 없는 채소

▲ 학생들의 반응을 듣는 것도 영양사의 주요 임무
글 임승주 사진 백동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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