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를 만나다
아이로 지킴이

‘우리에게는 매일 등하굣길을 함께하는 멋진 영웅이 있어요, 항상 우리 곁에서 등하굣길을 안전하게 지켜줘요.’ 이 영웅의 정체는 바로 ‘아이로 지킴이’라 불리는 동행 교통안전지도 자원봉사자들이다. ‘아이로 지킴이’는 매일 아침 어린이들을 데리고 안전하게 등하교하는 보행 프로그램으로, 2023년 처음 시행됐다. ‘아이로 지킴이’ 시작을 함께 한 보호자 전시연, 변남경 지도 봉사자, 그리고 여섯 명의 학생과 함께 창원시 진해구 장천초등학교 등굣길을 걸어보았다.

▲ 함께한 사람들
장천초등학교 학생 6학년 박채영·임현민·안소연·이성현 / 5학년 안선우 / 2학년 이채은
아이로 지킴이 교통안전지도 자원봉사자, 경남녹색어머니연합회 장천초 학교회장, 장천초 6학년 박채영 엄마 / 전시연님
아이로 지킴이 교통안전지도 자원봉사자, 장천초 6학년 이성현, 2학년 이채은 엄마 / 변남경님
하나 둘 셋,
3초가 주는 안전 배워요
‘아이로 지킴이’ 교통안전지도 자원봉사자와 아이들을 만난 곳은 진해 장천동의 대각선 교차로 앞. 매일 아침 8시 10분, 지도 봉사자와 동행 등교하는 아이들이 만나기로 약속한 장소다. 장천초등학교는 지난해 1학기 3개 노선으로 시작해 5개 노선까지 아이로 지킴이 구간을 늘렸다. 이 중 1개 노선만 지도 봉사자와 아이들 동행 프로그램으로 운영하고, 나머지 4개 구간은 교통안전 취약 지점에 지도 봉사자를 배치하는 방식으로 운영했다.
보통 교통안전지도 자원봉사자와 동행 등교하는 아이들은 등굣길이 익숙하지 않은 1~2학년 학생들이다. 마트 앞 교차로에서 장천초등학교까지 거리는 약 1km. (학교와 인접해 있는 아파트 단지를 가로질러 가면 800m 정도로 거리가 단축되지만, 아파트 주민들의 민원으로 등교 시간에는 아이들의 아파트 출입이 어렵게 됐다. 이 때문에 아파트 바깥 담벼락을 따라 걸어가야 해 실제 거리는 1km 정도 된다.) 등굣길에는 교차로를 비롯해 횡단보도가 여럿 있는데, 여기서 지킴이의 역할이 빛을 발한다.
전시연 아이로 지킴이 교통안전지도 자원봉사자 “저희가 손으로 누르는 호루라기를 갖고 다니거든요. 아무리 파란불로 신호가 바뀌어도 호루라기 소리가 나지 않는 이상은 건널 수 없게 하려고요. 파란불로 신호가 바뀐 뒤 하나, 둘, 셋을 센 뒤에야 호루라기로 신호를 주고, 깃발로 길을 열어 아이들이 건너게 해요. 1년 정도 하니 아이들도 이제는 파란불로 바뀐 뒤 잠시 주변을 살피다가 건너는 아이들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파란불로 바뀐 후 3초의 여유가 필요하다면, 빨간불로 바뀌기 전 10초도 중요하다. 파란불이 10초밖에 남지 않았을 때는 무조건 기다렸다가 다음 신호에 건너도록 교육하고 있다. 이 외에도 아이들과 등굣길을 함께하며 과속 단속 카메라, 도로와 보도 간 울타리 등 교통안전과 직결된 시설들을 점검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변남경 아이로 지킴이 교통안전지도 자원봉사자 “아무래도 저학년 아이를 둔 맞벌이 부모님들 호응이 높아요. ‘아이 혼자서 어떻게 안전하게 등하교 할까’ 걱정을 많이 하시는데, 저희 학교는 모든 지킴이가 보호자들이거든요. 같은 마음을 가진 보호자가 아이로 지킴이가 되어 아이들을 도와주니 아무래도 더 마음이 놓인다고들 하세요. ‘수고한다’며 간식을 주고 가는 분들도 계시고요. 등하교 안전뿐만 아니라 저희가 있음으로 해서 학교 폭력 예방도 되고, 두루 만족하시는 것 같아요.”


▲ 아이들은 항상 길 안쪽으로 이동하는 것이 원칙

▲ 경남교육청의 통학 안전을 상징하는 가방안전덮개
안전한 통학환경, 결국 어른들의 몫
아이로 지킴이 프로그램은 경남도 내 모든 학교가 운영하는 것은 아니다. 학생 교통사고가 발생했거나, 도로 여건이나 위험 요소, 공사 등의 문제로 통학 안전과 관련해 민원이 다수 발생한 학교가 주 대상이다. 2023년 기준으로 창원, 진주, 통영, 사천, 김해, 거제, 양산, 하동, 거창 29개 학교가 아이로 지킴이 프로그램과 동행했다.
장천초등학교가 아이로 지킴이 프로그램에 함께한 이유에도 아픈 기억이 깃들어 있다. 2023년 4월, 횡단보도를 건너던 5학년 어린이가 시내버스에 치여 중상을 입었고, 치료를 받던 중에 결국 사망한 사건 때문이다. 당시 어린이는 파란불 신호에 맞춰 횡단보도에 진입했지만, 시내버스가 신호 변경를 예측하며 서둘러 출발하는 바람에 빚어진 참사였다. 아이들이 아무리 교통질서를 잘 지켜도, 운전자가 교통 규범을 지키지 않고 안전 시스템이 미비할 때 어떤 문제가 생길 수 있는지 또렷이 보여준 사례였다. 특히 당시 사고가 났던 구간은 내리막길이어서 사고 피해가 클 수밖에 없었고, 평소에도 장천부두를 중심으로 물류센터로 향하는 대형 차량이 많아 예의 주시하고 있던 곳이었다. 이미 과속 단속 카메라 설치가 예정돼 있었지만 행정 처리문제로 설치가 늦어졌고, 그사이 사고가 발생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현재는 내리막길 방향으로 시속 30km 속도 제한 단속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고, 향후 보행자 중심의 대각선 횡단보도 설치로 교통 체계도 바뀔 예정이다.

▲ 선명한 노란색으로 비 오는 날에도 눈에 띄는 안심우산

▲ 경남도 내 통학로 안전지수를 알 수 있는 안전아이로
문혜정 장천초 교감 “또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아이로 지킴이, 녹색어머니회, 그리고 경찰청 소속의 교통안전지킴이와 지자체 소속 시니어 교통안전봉사자 간에 보다 유기적인 협력이 가능했으면 하는 거예요. 통학로 주변으로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가 남아있는데, 기관 간에 유기적인 협력이 가능해지면 적재적소에 지킴이를 배치할 수 있어서 더 효과적일 것 같습니다.”
3월 새 학년 새 학기가 시작되면 다시 아이들의 등굣길이 시작되고, 아이로 지킴이 활동도 재개된다. 매일 아침, 아이의 안녕한 하루를 비는 것과 더불어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통학 환경을 갖춰주는 일. 경남교육청의 통학 안전 3종 세트(가방안전덮개, 안심우산, 안전아이로)와 더불어 ‘아이로 지킴이’가 아이들의 안전한 등굣길을 완성하는 데 힘이 되길 기대한다.
글 임승주 사진 백동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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