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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를 만나다

<희망이룸> 오케스트라

 


희망을 이루는 사람들


희망이룸오케스트라 단원들과


정지선 대표


 


저는 오케스트라에서 비올라를 연주하고 있는 조상래입니다. 이번 무대는 꿈과 희망을 노래한 가수 인순이 씨의 곡, ‘거위의 꿈을 바이올린 이승우 단원의 연주로 들려드리겠습니다. 많은 박수 부탁드립니다.” 조상래 단원의 곡 소개가 끝나자 익숙하면서도 따뜻한 선율이 창원한마음병원 로비를 가득 채운다. 매주 수요일 오후 1시에 펼쳐지는 이 오케스트라 공연은 희망의 빛을 따라 발달장애인 오케스트라를 만들어 온 이들이 완성한 장면이어서 더욱 눈부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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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레미파솔라시도에서 교향곡까지


벌써 3년째 매주 수요일 창원한마음병원 로비에서 열리고 있는 정기공연. 이날은 라데츠키 행진곡으로 시작해 조용필 메들리로 막을 내렸다. 치료와 돌봄으로 지쳐있던 환자와 보호자, 의료진은 바쁘게 움직이던 발을 멈추고 잠시 음악에 귀를 기울였다. 몇몇은 이 시간을 기다렸다는 듯 1시가 되기도 전에 찾아와 공연 내내 자리를 지키기도 했다. 그 사이에서 가장 크게 박수를 치는 사람, 희망이룸 정지선 대표다


희망이룸은 장애인의 일자리 사업, 재활교육, 직업훈련 프로그램 등을 진행하는 사단법인으로, 2012년 정지선 대표가 설립했다. 창원한마음병원 오케스트라와 창원시 장애인오케스트라는 모두 희망이룸 오케스트라에 뿌리를 두고 있다. 대학에서 피아노를 전공한 정지선 대표는 발달장애를 가진 4학년 아이의 피아노를 가르치며 특수교육과 음악치료에 관심을 갖게 됐고, 오랜 공부 끝에 한마음 오케스트라를 꾸리게 된다. 멜로디언, 실로폰이 전부이던 합주팀은 플루트, 첼로, 바이올린 연주자가 채워지며 챔버오케스트라가 되었고, 어느새 수십 명의 단원과 예비 단원을 가진 관현악 오케스트라로 성장했다


특히 창원한마음병원 오케스트라는 전국 최초 기업형 장애인 오케스트라로 20216월 창단 당시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정지선 대표가 장애인도 예술을 직업으로 삼을 수 있다는 믿음으로 수많은 기업의 문을 두드린 결과 이뤄낸 성과였다. 단원들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정해진 시간에 출근해 악기 연습을 하고, 1회 정기공연을 펼치는 진짜 직장인이 되었다. 월급과 4대 보험은 물론 병원 할인 등 복지 혜택도 받는다.




정지선 대표 기존 장애인 일자리는 단순 생산직이 주로 많았거든요. 문화예술형 일자리가 사회에서 받아들여질까 걱정도 많았지만 병원을 비롯해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어요. 더 많은 곳에서 장애인들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하고 사회구성원으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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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이올린을 연주한 지 3년 만에 독주도 가능해진 이승우 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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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원들과 앞으로도 하고 싶은 일이 많다는 정지선 대표


 


 


 


우리도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요


희망이룸오케스트라에는 청소년부터 성인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연주자들이 한 가족이 되어 하나의 화음을 낸다. 돈을 벌기 위해 공장으로 출근하면서도 곧 돌아올 테니 내 악기 버리지 마라고 말했던 김진환 단원은 오케스트라와 함께 마음껏 클라리넷을 연주할 수 있게 되었고, 초등학교 때 정지선 대표와 인연을 맺었던 김태윤 단원은 어느새 반장 역할을 맡을 만큼 훌쩍 성장했다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이승우 단원은 성인이 되어서야 발달장애 판정을 받았고, 처음에는 하고 싶은 악기가 없다며 핸드벨 연주도 어려워했지만, 지금은 독주도 가능할 정도의 실력이 됐다. 또 눈에 띄는 장면 하나. ‘희망이룸오케스트라는 더 이상 발달장애인 오케스트라임을 전면에 내걸지 않는다. 발달·뇌병변 장애 여부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것도 있지만, 이들의 연주실력이 성장했다는 자신감의 반증이기도 하다. 실제로 연주 실력은 물론, 서로 간의 소리, 지휘자와 호흡을 맞춰가는 일도 익숙해지며 단원들은 음악적 한계도 넘어섰다. 이제는 관객 반응을 복기할 만큼 여유도 생겼다. 박수 소리가 평소보다 작거나 앵콜 요청이 없는 날에는 돌아오는 차 안에서 이유가 뭘까머리를 맞대는 모습이 이들의 무한한 성장을 상상하게 한다. ‘월급 받는 예술인이 되며 단원들의 삶도 많이 달라졌다. 월급날이면 서로 네가 쏴라장난을 치기도 하고, 공연 날 입을 옷을 사러 함께 가기도 한다. 내 손으로 번 돈으로 내 일상을 꾸려가는 평범한 삶을 누리며, 이들은 장애인이라는 껍데기에서 벗어나 조금씩 더 자유로워지는 중이다.




정지선 대표 처음 희망이룸을 시작했을 때 우리 사회는 영화 말아톤이었거든요. ‘우리 아이에겐 장애가 있어요울부짖는 엄마의 모습이 우리 사회가 장애인을 보는 인식을 대변했다면, 최근 2년 사이에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그리고 우리들의 블루스라는 드라마가 나왔잖아요. 사실 장애인이라는 존재는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인데, 이들을 보는 시선이 바뀐 것만으로도 우리는 많은 것을 해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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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주 수요일 오후 1시, 공연이 열리는 창원한마음병원 로비


 


 


 


우리가 여전히 희망하는 것들


희망이룸 가족들은 학교, 기업, 단체 등의 초청으로 그 어느때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연주 실력과 함께 장애예술인 고용 모범사례로 꼽히며 전국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덕이다. 이들의 공연을 보며 나도 악기를 연주해보고 싶다는 장애인과 가족들의 문의는 물론, 기업이 먼저 장애인 오케스트라를 만들고 싶다며 도움말을 구하는 일도 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제주도교육청으로, 단원 10명으로 시작하는 직영 장애인오케스트라를 꾸리고 있다.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울고 웃은 지 벌써 13. 정지선 대표는 어느새 다음 발걸음을 고민하고 있다. 연주자들의 나이가 50대가 넘어갔을 때를 대비해 평생직장을 만들어 주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그래서 새로운 장애예술인을 꾸준히 발굴, 육성하는 한편, 기존 단원들이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고 있다.




정지선 대표 지금의 단원들과 함께 장애 전담 어린이집을 만들어 보고 싶어요. 경상남도교육청에서 진행하는 장애 인식 교육 일환으로 학교에 방문한 적 있었는데, 장애 학생들을 보는 단원들의 시선이 비장애인과 확실히 다르더라고요. 복도에서 뛰는 아이를 보고 나도 옛날에는 저랬다공감하기도 하고, 또 갑자기 놀라는 아이를 보고 자동차가 갑자기 지나가서 그래요라고 하더라고요. 비장애인이 볼 수 없는 것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이해의 폭이 넓은 친구들이고, 그런 점에서 장애 전담 어린이집도 충분히 가능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여전히 정지선 대표와 단원들은 새로운 꿈을 꾼다. 장애인들이 할 수 있는 일, 장애인들이 설 수 있는 곳이 많아지기를. 언젠가 학교에서 장애인 단원이 직접 장애 인식 개선 강사로 활 동하는 일도 가능해질까. 그래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통합교육은 물론, 그 모습을 보는 또다른 장애인도 희망을 가질 수 있기를, 그 꿈이 이뤄지는 날을 희망이룸가족들은 꿈꾸고있다.




 



임승주  사진 백동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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