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를 만나다
어린이가 뽑은 최고의 어른이상, 남해 행복베이커리 김쌍식 제빵사
매일 아침 아이들에게 빵을 나눠주는 제빵사
어린이가 뽑은 최고의 어른이상 수상
남해 행복베이커리
김쌍식 대표·제빵사
남해군 남해읍에 위치한 작은 빵집. ‘행복베이커리’의 하루는 매일 새벽 5시, 빵을 굽는 김쌍식 대표의 부지런함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아침 7시 30분, 학생들의 등교시간이 다가오면 김쌍식 대표는 그날 갓 구운 빵을 ‘행복베이커리’ 앞 매대에 채워놓는다. 어떤 이유로든 아침을 굶고 학교에 가는 아이들이 없도록 무료 나눔을 하기 위해서다. 처음엔 어색해하던 학생들도 이제는 익숙하게 “고맙습니다”라는 인사와 함께 빵을 챙겨 간다. 빵이 줄어들수록 김쌍식 대표의 행복은 차곡차곡 채워진다.

가난해서
배고픈 아이들이 없도록
김쌍식 대표가 처음 제빵 기술을 배운 건 열여덟 살 때다. 남해에서 빵집을 운영하던 외삼촌을 도우면서 일손을 보태던 것이 적성에 꼭 맞았다. 그렇게 시작한 제빵 경력이 올해로 34년이 됐다. 그동안 마트 입점 업체로 빵집을 운영해오던 그가 ‘행복베이커리’의 문을 연 것은 2019년. 개인 가게를 열자마자 김쌍식 대표는 오랫동안 하고 싶었던 일을 시작했다. 바로 등굣길 아이들에게 빵을 무료로 나눠주는 일이었다.
“초등학생 때 집안 형편이 급격히 어려워졌어요. 옷 한 벌을 사 입기도 힘들었고, 배고픔은 말할 것도 없었죠. 그래도 제가 어릴 때는 동네에서 누가 제사를 지내면 이웃과 나눠 먹는 게 자연스러웠어요. 아버지 심부름으로 슈퍼에 가더라도 인사만 잘하면 이웃 어른이 먹을 걸 하나 챙겨주셨죠. 그런 어른들이 있어서 배고픔을 덜 수 있었어요. 지금도 가정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이 많아요. 그 아이들을 도와줄 수 있는 일이 저에겐 빵을 나눠주는 일인 거죠.”
그가 매일 아침 가게 앞 매대에 채워놓는 빵의 개수는 60여 개다. 아이들의 다양한 입맛을 고려해 빵의 종류도 매일 바꾼다. 초반에는 김쌍식 대표가 직접 가게 앞에 서서 아이들에게 빵을 나눠주었다. 이거 다 너희 먹으라고 만든거니까 하나씩 가져가라고 손에 들려주었다. 처음엔 어색해하던 아이들도 하나둘 친구들을 데리고 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빵을 챙겨 가는 아이들은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까지 다양하다.
“빵집이 문을 닫을 때까지는 매일 아침 너희가 먹을 빵을 챙겨놓을 테니
배고플 땐 언제든 눈치 보지 말고 빵을 가져가거라.”
“남해에는 조손가정, 다문화가정, 저소득층 가정 아이들이 많아요. 처음엔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에게 우선적으로 빵을 챙겨주고 싶었어요. 그런데 그런 환경에 처한 아이들은 오히려 빵을 받으러 쉽게 오질 못하더라고요. 그냥 멀찍이 서서 보고만 있어요. 주눅 들어있거나요. 혹시 자신의 형편을 들킬까 봐 걱정하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이제는 제가 나눠주지 않고 아이들이 편하게 매대에서 가져갈 수 있도록 합니다.”

01 매일 새벽 5시 그날 판매할 빵을 만든다
나누면 나눌수록
커지는 기쁨
매대 앞엔 김쌍식 대표가 직접 손글씨로 쓴 종이가 붙어있다. 종이에는 “배고프지? 아침밥 굶지 말고 하나씩 먹고 학교 가자. 배고프면 공부도 놀기도 힘들지용.”이라고 적혀있다. 그동안 그가 어떤 보답을 바라며 나눈 것은 아니지만,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분명히 있다. 아이들에게서 사랑을 돌려받을 때다.
“기억에 남는 일이 많죠. 한번은 겨울에 한 아이가 엄마가 주었다며 고구마를 들고 왔어요. 오는 길에 얼마나 추웠는지 손이 빨갰어요. 그 마음이 참 고마웠죠. 또 제가 남해초등학교 축구부 아이들에게 매주 빵을 챙겨주고 있어요. 어버이날이 되면 그 아이들이 카네이션과 함께 편지를 써서 찾아와요. 그리고 가끔 졸업생이 찾아올 때도 있어요. 학교 다닐 때 추억이 생각나서 왔다고, 그때 감사했다는 말을 들으면 그게 저의 가장 큰 보람이 되죠.”
김쌍식 대표는 자신이 조금만 부지런해지면 나눔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시간과 정성 외에도 재료값의 부담이 적지않을 것이다. 게다가 그는 등굣길 빵 나눔 외에도 노인복지관, 장애인복지관, 남해초등학교 축구부 등 6곳에 정기적으로 빵을 전달하고 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매년 재료값만 2,000만 원이 넘는다. 그의 나눔은 코로나19로 매출이 감소해 경영난에 처했을 때도 계속되었다. 이러한 김쌍식 대표의 진심이 조금씩 세상에 알려지면서 2021년에는 LG의인상을 수상하고, TV프로그램 〈유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하게 되었다. 이후 ‘행복베이커리’를 돕겠다는 마음이 전국에서 모여들었다.
“전국 곳곳에서 ‘돈쭐’(돈으로 혼내준다)내러 찾아오시는 손님들이 많죠. 종종 제가 없을 때 저의 직원에게 부탁해 실제보다 더 많은 금액을 결제하시거나, 몰래 기부금을 놓고 가시는 분도 있어요. 선한 마음은 알지만 절대 그러시지 말라고 하는데도 참 난감해요. 그런 돈은 제 돈이 아니기 때문에 모두 기부를 합니다. 이 외에도 한 대형 출판사에서 지속적으로 책을 보내주시거나 요쿠르트 회사에서 1년 동안 아이들에게 나눠줄 요쿠르트를 지원해주셨어요. 저에게 주시는 거라면 안 받았겠지만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라 받겠다고 했죠. 그 외에도 정미소에서 쌀을 보내주거나 제주도에서 귤을 보내주기도 하세요. 그러면 근처 경로당, 읍사무소, 복지시설에 나눠줍니다. 제 것이 아니니까요.”

02 2021년 〈유 퀴즈 온 더 블록〉 출연1

03 2021년 〈유 퀴즈 온 더 블록〉 출연2
아이들이 뽑은
최고의 어른
올해 7월, 김쌍식 대표는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서 수여하는 ‘어린이가 뽑은 최고의 어른이상’을 수상했다. 어린이재단 아동권리옹호단 ‘그린즈’ 소속 어린이를 비롯해 전국 3만 명의 어린이들이 온·오프라인 투표에 참여했다. 초대 수상자는 오은영 박사, 2회 수상자는 연예인 유재석씨였다.
“제가 공황장애가 있어요. 그래서 시상식에 가는 일이 고민이 됐지만, 아이들이 준 상이라 직접 받으러 갔어요. 현장에 300여 명의 어린이들이 있었는데 어린이들의 기운이 밝아서 덩달아 제가 행복해지더라고요. 가길 잘했구나 싶었죠.”
무엇보다 ‘어린이가 뽑은 최고의 어른이상’이라 더 의미가 깊다고 말하는 그에게 좋은 어른이란 어떤 어른이라 생각하는지 물었다.
“아이들 눈으로 바라볼 때 ‘저 아저씨 참 착한 사람, 좋은사람’이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어른. 그런 어른이 좋은어른 아닐까요?”
그야말로 좋은 어른, 김쌍식 대표가 아이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어른들에게 인사를 잘하고, 친구들과 싸우지 말고, 늘 좋은 것만 보고 잘 자라주면 좋겠다. 그리고 빵집이 문을 닫을 때까지는 매일 아침 너희가 먹을 빵을 챙겨놓을 테니 배고플 땐 언제든 눈치 보지 말고 빵을 가져가거라.”

04 등굣길에 빵을 가져갈 수 있게 매대를 채운다

05 행복베이커리 김쌍식 제빵사
글 김달님 사진 백동민 일러스트 황혜영
남해행복베이커리 김쌍식 제빵사 3.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