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를 만나다
새와 사랑에 빠진 소년, 창원 경원중학교 최수찬
세상의 모든 새를 만나고 싶어요
창원경원중학교 2학년
최수찬
사랑은 호기심에서 시작된다. 너의 이름이 궁금하고, 너의 모습이 궁금하고, 너의 모든 것이 알고 싶어진다. 보고 있으면 행복하고, 생각만 해도 웃음이 난다. 초등학교 4학년때 처음 새와 사랑에 빠진 열다섯 살 최수찬 군의 마음도 이와 같다. ‘새’에 대한 것이라면 활짝 마음이 열리고, ‘새’를 만나는 일이라면 시간 쓰는 일이 아깝지 않다. 평일에는 학교를 다니는 학생이었다가 주말이면 커다란 망원카메라를 들고 새를 찾아 산과 들로 떠나는 소년. 10월의 어느 주말, 철새 도래지 주남저수지에서 최수찬 군을 만났다.

<주말마다 떠나는 탐조 여행>
수찬 군이 초등학교 2학년이었을 때, 학교에서 북극곰 영상 하나를 보았다. 지구 온난화로 생존 위기에 처한 북극곰 영상에 충격을 받았고 자연스레 자연과 생태 환경에 관심을 두게 됐다. 그러다 초등학교 4학년, 집 근처 봉암 갯벌에 갔다가 우연히 보게 된 광경에 마음을 빼앗겼다. 겨울 철새인 민물가마우지 떼가 상공에서 갯벌로 내려앉는 모습이었다.
“보자마자 너무 멋지다는 생각을 했어요. 어떻게 수천 km를 날아 여기까지 왔는지도 궁금하고, 내려앉는 모습도 신기하고요. 그때부터 새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어졌어요.”
그날 이후 수찬 군은 수시로 봉암 갯벌을 찾았다. 더우나 추우나 쌍안경 하나를 챙겨 들고 철새와 텃새를 관찰했다. 처음 보는 새를 발견하면 쌍안경에 휴대전화 카메라를 대고 사진을 찍고, 도감을 뒤져 이름을 알아냈다. 그렇게 만난 새들이 검은댕기해오라기, 흰목물떼새, 꼬마물떼새 등이다. 그런 수찬 군의 열띤 새 사랑을 지켜본 아버지는 어느 날 아들에게 카메라 장비를 선물로 사 주었다. 수찬 군이 초등학교 5학년 겨울방학 때 일이다.
“아버지 눈에 제가 꽤 진지해보였나 봐요. 덕분에 카메라를 들고 주말마다 탐조 여행을 다녀요. 모임 회원들과 함께 다닐 때도 있고, 혼자 버스를 타고 다니기도 하고요. 주로 진해루나 주남저수지, 창원의 여러 산을 다니지만 가끔은 먼 지역으로도 떠나요. 오늘은 어떤 새를 볼 수 있을까, 카메라에 잘 담을 수 있을까 늘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집을 나서죠.”

01 주남저수지에서 촬영한 오리
<카메라로 새를 기록하는 마음>
책 〈어린 왕자〉에는 이런 문장이 있다. “네가 오후 네 시에 온다면, 난 세 시부터 행복할 거야.” 수찬 군은 탐조 여행을 떠나는 토요일을 기다리며 금요일 밤부터 행복해진다. 카메라 장비를 정리하고 배터리를 충전한다. 현재 국내에서 확인할 수 있는 새는 500여 종. 지금까지 수찬 군이 카메라로 담은 새는 170여 종으로 약 30%에 달한다. 한 마리 한 마리 모두 특별하지만 그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조우의 순간이 있다.
“주남저수지에서 쇠부엉이를 만난 날이 기억에 남아요. 전날에 도전했다가 실패를 해서 못 볼 줄 알았는데 쇠부엉이가 나타난 거예요. 기다린 보람이 있었죠. 부엉이 종류 중에선 처음 보는 것이기도 했고, 생김새도 귀여워서 기분이 엄청 좋았어요.”
그리고 올해 초에는 난생처음 미조(분포권이나 이동 경로 이외 지역에 나타나는 새)를 발견하기도 했다. 지인과 찾은 함안의 어느 산에서 녹색비둘기를 만난 것이다. 녹색비둘기는 동아시아 남부에 주로 분포하는 종으로 우리나라에서 보는 일은 아주 희귀하다. 탐조인 사이에선 평생 한번 있을까 말까 한 조복으로 불리는 일이다. 수찬 군은 녹색비둘기를 사진으로도 담고, 땅에 떨어진 깃털 하나를 챙겨 지금도 간직하고 있다.
“기다리던 새를 사진으로 찍으면 ‘넌 내 거야’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 순간이 정말 짜릿하고 행복해요.”
수찬 군의 휴대전화 사진첩에는 그동안 촬영한 새 사진으로 가득차 있다. 이 중에서 수찬 군이 가장 좋아하는 사진은 무엇일까.
“항라머리검독수리를 찍은 사진이에요. 사진을 보면 독수리의 눈이 저를 향해 있거든요. 내가 이 새를 보듯이 새도 나를 보았구나. 마치 새에게 선택받은 느낌이어서 저에겐 역사적인 사진입니다.”

02 우리나라에서 만나기 힘든 녹색비둘기

03 제비갈매기, 좋아하는 새 사진 중 하나

04 항라머리검독수리와 눈이 마주친 순간
<앞으로도 계속 새를 사랑할 거예요>
평일에도 수찬 군의 새 사랑은 식지 않는다. 등굣길과 하굣길에 낯선 새 소리가 들리면 녹음기부터 켜고, 놓칠세라 휴대전화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둔다. 수업을 듣다가도 교과서에 새 이야기가 나오면 반짝 눈빛이 달라진다. 과목 중에서 과학을 가장 좋아하는 이유도 생물에 대해 공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루는 영어 교과서에 새 사진이 실려 있어서 너무 반가웠어요. 제가 새를 좋아한다는 걸 선생님도 친구들도 다 아니까 저에게 새이름을 물어봤어요. 그래서 신이 나서 알려주었죠. 수업 시간에 종종 새 이야기가 나올 때면 집중력이 높아져요.”
가방에는 새 모양의 열쇠고리를 달고 다니고, 수리부엉이가 프린트된 티셔츠를 좋아하는 수찬 군의 꿈은 확실하다. 한국에 사는 모든 새를 자신의 눈과 카메라로 담는 것. 그리고 조류학을 연구하고, 조류생태사진작가가 되는 것이다. 수찬 군에게 새와 꿈은 결코 떨어질 수 없다.
“최근에는 조류 동정* 방법에 대한 공부를 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더 많은 새를 만나고 싶고, 알고 싶어요.”
늦가을부터 겨울까지는 수찬 군이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다. 우리나라를 찾아온 겨울 철새들을 마음껏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수찬 군은 또 어떤 새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될까. 인터뷰가 끝나고 수찬 군은 주남저수지에서 새를 더 보고 가겠다며 탐조대 쪽으로 떠났다. 새는 날개가 있어 때로 너무 빠르게 날아가 버리지만, 날기 때문에 새가 매력적이라고 말하는 수찬 군. 앞으로도 보고 싶은 만큼, 사랑하는 만큼 ‘찰칵’ 붙잡고 싶은 순간을 많이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05 가을에는 주남저수지로 출사를 자주 떠난다
글 김달님 사진 백동민
경원중학교 최수찬 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