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를 만나다
농부를 꿈꾸는 19세 소년, 산청고등학교 백영빈
즐겁고 행복한 농부가 될 거예요
산청고등학교 3학년 백영빈
380m 고지. 볕이 좋고 땅심이 좋아 모든 작물이 튼실하게 자라는 마을. 산청군 차황면에는 열아홉 살 농부 백영빈 군이 산다. 아침 일찍 일어나 소 축사를 살피고 학교에 가선 친구들이 수능을 준비하는 동안 농업과 축산업 공부에 열중한다. 하교 후엔 논밭일하고 소 돌보고 동네 할머니들의 부탁이 있으면 언제든 달려간다는 영빈 군. 따사로운 가을볕 아래, 차황면의 논밭이 익어가는 동안 ‘행복하고 즐거운’ 농부가 되겠다는 영빈 군의 꿈도 무럭무럭 자란다. 오늘은 그 꿈을 만나보자.


Q. 영빈 군은 초등학교 5학년 때 농부의 꿈을 정했다고요. 그 이유가 궁금해요.
제가 다닌 초등학교에서 텃밭 가꾸기 활동을 많이했어요. 감자, 상추, 오이 등을 심고 수확해서 다 같이 먹곤 했는데 그 과정이 재밌었어요. 그 전까지는 뚜렷한 꿈이 없었는데 농사가 제 적성에 맞는 일 같았어요. 마침 아버지도 농사를 짓고 계셨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제 꿈이 된 것 같아요.
Q. 처음엔 부모님께서 꿈을 반대하셨다고요.
네. 중학교 2학년 때까지 반대가 심하셨어요. 부모님처럼 제가 고생할까 봐 걱정되셨나 봐요. 그런데 저는 이 일이 정말 하고 싶었기 때문에 꿋꿋하게 두 분의 일을 도와드렸어요. 그 모습을 보고 중학교 3학년 때 허락을 해주셨어요.

01 올해 6월 방영된 인간극장 〈열일곱 일꾼의 탄생〉 속 영빈군1

02 올해 6월 방영된 인간극장 〈열일곱 일꾼의 탄생〉 속 영빈군2

03 올해 6월 방영된 인간극장 〈열일곱 일꾼의 탄생〉 속 영빈군3
Q. 올해 초 영빈 군의 축사가 생겼다던데요?
네. 부모님께서 농사 뿐 아니라 소 축사 운영을 함께하고 계세요. 큰 축사는 집과 떨어진 곳에 있고, 집 뒤편에 안 쓰는 작은 축사가 하나 있는데요. 아버지도 처음에는 작은 축사에서 일을 시작해 소를 하나씩 늘려가셨거든요. 그래서 저도 아버지처럼 이 축사를 수리해서 시작해보고 싶다고 말씀드렸더니 흔쾌히 허락해주셨어요. 처음엔 소 여섯 마리였는데 최근에 두 마리가 늘었고요. 사람이 얼마나 정성을 들이느냐에 따라 소의 성장도 달라지기 때문에 책임감을 갖고 키우고 있어요.
Q. 학교 다니랴, 농사지으랴, 소 돌보랴 하루가 바쁘겠어요. 영빈 군의 하루는 어떻게 흘러가나요?
보통 오전 5시 30분에서 6시에 일어나고요. 7시쯤 축사에 들러서 간밤에 소들이 잘 잤는지, 아픈 데는 없는지 살펴봐요. 그리고 학교에 갔다가 하교하면 논일하고 동네 할머니들 부탁을 들어드려요. 논에 물이 새어나온다 하면 막아주러 가고, 고추에 병들었다 하면 살펴보러 가고요. 주말에는 더 이르게 일어나서 농사일과 축사 일을 본격적으로 하죠. 아직 볕이 뜨거운 오후 한두 시쯤에는 마을회관에 가서 할머니들과 수다 떨면서 놀고 집으로 돌아오면 또다시 일을 하고요. 할머니들과 놀면 뭐가 재미있냐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저에게는 행복이에요.
Q. 영빈 군의 학교 생활도 궁금해요. 고3이면 친구들은 한창 수능을 준비할 때네요.
저도 대학 진학을 고민하던 시기가 있었는데요. 최근에 졸업 후 현장에서 바로 실무 경험을 쌓는 방향으로 결정했어요. 친구들이 열심히 수능 공부를 하는 동안 저는 저에게 필요한 농업, 축산업 공부에 더 마음을 쏟고 있죠. 굴착기 자격증과 드론 1종 자격증도 취득했어요. 6차 산업(농촌 융복합 산업)에는 드론이 필수적이거든요. 현재 담임 선생님이 제가 1학년 때부터 줄곧 담임을 맡고 계셔서 저의 꿈을 잘 이해해주세요. 힘든 건 없냐, 요즘엔 어떤 농사를 짓냐 물어봐주시고 또 응원해주세요.

04 영빈 군의 축사. 매일 소와 교감을 나눈다

05 밥을 주고 축사를 청소하는 것도 영빈 군의 일

06 영빈 군의 밭에서 바라본 동네 풍경
Q. 아버지가 스승님이자 선배님이겠네요. 어떤 노하우를 배우나요?
아버지는 굉장히 부지런한 분이세요. 그 부지런함을 본받아야겠다고 늘 생각해요. 그리고 옆에서 일을 도우면서 하나씩 아버지의 노하우를 습득하죠. 예를 들면 제가 학교에 있는 동안엔 축사에 라디오를 틀어놔요. 소는 겁이 많기 때문에 사람을 친숙하게 느끼도록 계속 사람 소리를 들려주는 거예요. 평소에 소와 대화도 자주 나눠요. 최근에는 아버지께서 오히려 저에게 의견을 많이 물어보세요. 제가 관련 공부를 많이 하거든요. 책도 읽고, 강의도 듣고, 동영상도 많이 찾아보고. 더 큰 규모로 축사를 운영하는 삼촌들을 찾아가 조언도 듣고요. 아버지의 경험과 저의 지식을 결합해서 농법과 축사 운영에서 새로운 걸 시도해보기도 합니다.
Q. 또래 친구도 없고 편의점도 하나 없는 동네가 심심하진 않나요?
심심하고 답답할 때도 있지만 저는 우리 동네가 좋아요. 소가 크는 걸 보고, 논밭에 심은 걸 수확하는 것도 재미있고 매일 달라지는 하늘을 보는 것도 좋고요. 동네 할머니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도 행복해요. 차황면이 산청군 내에서도 가장 빠르게 소멸될 거래요. 제가 자라는 동안에도 돌아가시는 분들이 늘어나서 동네가 점점 비어간다는 걸 느껴요. 그 점이 참 안타까워요. 저는 이 동네를 지키고 싶거든요. 그래서 할머니들께 말씀드려요. 제가 성공할 때까지 오래오래 사셔야 한다고요.
Q. 영빈 군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졸업 후 현장 경험을 풍부하게 쌓고, 공부도 많이 해서 차황면에도 6차 산업에 걸맞은 스마트한 농업을 도입하고 싶고요. 생산뿐 아니라 유통, 판매까지도 제 힘으로 해나가고 싶어요. 그리고 앞으로도 행복하고 즐겁게 소를 키우고 농사를 짓는 사람으로 살고 싶습니다. 그게 제 바람입니다.
글 김달님 사진 백동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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