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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를 만나다

<할머니와 나의 사계절 요리학교> 예하, 임홍순 작가


할머니의 요리와 인생을 


배우고 싶어 입학했습니다



〈할머니와 나의 사계절 요리학교〉 예하·임홍순 작가 


 


 


 


 










세상에는 이런 학교도 있다. 할머니가 선생님, 손녀가 학생이 되어 요리와 인생을 배우는 ‘할머니와 나의 사계절 요리 학교’. 그들이 함께 시간을 보내는 부엌과 들판이 교실이 되고, 할머니의 손맛과 경험이 가장 좋은 교과서가 된다. 수업 준비물은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제철 재료. 시험과 성적표 대신 하루 세끼 함께 만들어 먹는 식사가 두 사람의 매일을 따뜻하고 풍성하게 채운다. 여름이 지나가고 새로운 계절과 학기를 준비 중인 임홍순 할머니와 예하 작가를 만나러 진주로 향했다. 서로를 향한 사랑이 똑 닮은 두 사람이 밝게 웃으며 맞아주었다. 


 


 


대학 진학 대신 


선택한 나만의 학교




임홍순 할머니는 진주에서 30년 동안 떡집을 운영했다. 얼마나 맛있었는지 떡집 건물을 빙빙 휘감을 정도로 손님이 많았다. 매일 고소한 냄새와 훈기 도는 떡집 한편에 할머니의 부지런한 삶을 지켜보던 작은 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가 바로 예하 작가다. 어떠한 연유로 태어난 지 한 달 된 손녀를 키우게 된 할머니는 서울에서 진주까지 차를 타고 오는 여덟 시간 동안 한 번도 품에서 손녀를 놓지 않았다. 차가 흔들리면 작은 아기가 놀랄까 싶어서였다. 그렇게 할머니 곁으로 온 아이는 할머니가 입에 넣어주는 음식과 사랑으로 무럭무럭 자랐다. 그 사랑을 기억하는 손녀는 여덟 살에 서울로 돌아간 후에도 방학마다 진주로 내려왔고, 스물두 살이 되자 함께 살겠다고 짐 가방을 챙겨 왔다. 이유는 하나. 할머니의 요리를 배워보고 싶다는 거였다. 




임홍순 할머니 “처음에는 걱정이 많았어요. 여기 와서 무얼 할 수 있을까. 그런데 예하가 하는 걸 보니 요리뿐만 아니라 모든 걸 완벽하게 잘해서 이제는 걱정이 안 돼요.”




할머니 눈에 모든 것이 완벽한 손녀. 예하 작가가 요리 학교에 입학한 나이는 스물둘이다. 그가 또래 청년들이 보편적으로 선택하는 대학 진학 대신 자칭 ‘할머니의 요리학교’에 입학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예하 작가 “저는 대안학교를 다녔는데 그 학교에서도 대학 진학을 하지 않은 유일한 학생이었어요. 불안한 마음도 있었지만 대학은 내가 필요할 때 가도 늦지 않다고 생각했죠. 다른 사람들과 비슷하게 학력과 커리어를 쌓으며 경쟁하는 것보다는 ‘오직 나만이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싶었어요. 그게 저에게는 자신의 이야기를 쓰는 일이었고, 제가 사랑하는 할머니의 삶과, 자연스러운 요리인 채식 요리를 하나로 이어보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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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요리학교의 하루하루 




학교의 하루하루는 계절과 함께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옥상 텃밭과 산과 들, 가까운 시장에서 구해 오는 제철 채소가 음식의 주 재료이기 때문이다. 지금 이 맘때 가장 맛있는 제철 음식을 만드는 하루 세끼는 매번 실전 수업이다. 


 


예하 작가 “오늘은 이 재료로 어떤 요리를 만들어볼지 할머니와 항상 궁리해요. 지난 5월에는 아카시아 꽃으로 튀김을 만들었어요. 아카시아는 매년 그맘때만 볼 수 있어서 입에 넣으면 계절을 입에 머금는 기분이 들어요. 또 요리를 하다 보면 할머니의 편견 없는 시선에 자주 놀라는데요. 예를 들면 간장을 베이스로 한 샐러드 양념을 만드는 과정에서 할머니께서 간을 보시더니 청국장과 청양고추를 넣어보라고 하시더라고요. 생각지도 못한 조합이었는데 먹어보니 정말 맛있어서 놀랐어요.”




예하 작가에게는 ‘요리일기장’이라 이름 붙인 두꺼운 노트 두 권이 있다. 지난 1년간 할머니와 함께 만든 모든 요리 과정을 기록한 노트이다. 완성 레시피뿐 아니라 새롭게 알게 된 재료의 특성이나 요리 과정에서 배운 것과 실패한 것, 할머니와 나눈 대화도 적어두었다. 더불어 예하 작가는 개인 SNS에 음식 이야기를 직접 촬영한 사진과 함께 공유한다. 어느새 600여 개의 게시물이 쌓인 인스타그램의 팔로워는 현재 7만 명이 넘는다. 




예하 작가 “많은 분들이 어머니와 할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편안하게 느끼시더라고요. 그 그리움을 채워드릴 수 있어서 좋고, 덕분에 채식을 시작했다는 반응을 볼 때는 기뻐요. 가끔 어떤 댓글은 할머니께 읽어드리는데 감동에 눈물짓곤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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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 요리학교에서


보내는 두 번째 가을




지난 7월, 두 사람이 함께 보낸 요리 학교의 1년을 담은 책 <할머니와 나의 사계절 요리학교>(수오서재, 2023)가 출간됐다. 출간 소감을 묻자 쑥스러워하는 할머니 곁에서 예하 작가가 슬쩍 알려주었다. 한동안 여기저기 전화를 걸어 자랑을 많이 하셨다고. 




임홍순 할머니 “아주 꿈같지요. 열심히 살고 보니까 이런 날이 있구나 싶어요.”




예하 작가 “책을 엮고 나니 요리학교 1학기가 마무리되었다는 생각이 들고, 이제는 다른 것도 해보라며 책이 저에게 말을 거는 것 같아요. 다음 학기는 어떻게 흘러갈지 정한 것은 없지만 시장에서 만나는 할머니들의 이야기도 담고 싶고, 언젠가는 제가 선생님이 되어 그동안 배운 것을 다양한 형태로 전해보고 싶어요.”




그리고 예하 작가는 요리뿐 아니라 할머니에게 배운 인생의 소중한 지혜를 나눠주었다.




예하 작가 “스스로 채우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여겼는데 할머니와 지내면서 비우는 게 더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어요. 요리로 설명하자면 10만 원짜리 트러플 소금이 아니라 10년 묵은 기본 소금으로도 값진 요리를 만들 수 있어요. 그 지혜를 잊지 않고 살고 싶어요.”




유독 무더웠던 여름이 지나가고 가을이 다가왔다. ‘할머니와 나의 사계절 요리학교’에서 맞는 두 번째 가을은 또 어떤 음식과 이야기로 채워질까. 곡식이 익어가는 계절, 임홍순 할머니와 예하 작가가 나누는 사랑도 여전히 따뜻하고 풍요로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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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요리학교에서 수능을 앞둔 


수험생들에게 추천하는 힘나는 음식 세 가지 




1. 따뜻한 콩물


식물성 단백질이 풍부한 콩물을 먹으면 몸도 마음도 든든해진다. 따뜻한 콩물의 매력을 느껴보기를.


▶ 재료: 백태, 물, 소금



  1. 콩이 충분히 불어나도록 5시간 이상 불린다

  2. 끓는 물에 불린 콩을 넣은 다음, 한 번 끓어오르면 콩을 건진다

  3. 최대한 곱게 갈아 살짝 식었을 때 소금을 넣는다

  4. 취향에 따라 땅콩, 콩가루를 곁들여 따뜻하게 먹는다




2. 무나물


가을 무는 산삼보다 좋다는 말이 있다. 기관지에도 좋고 사계절 중 가장 맛이 좋을 때이니, 충분히 챙겨 먹기를.


▶ 재료: 가을 무, 콩나물, 양파, 볶은 참깨, 쪽파 약간, 소금, 물 

  1. 채 썬 무와 양파, 콩나물을 냄비에 넣는다

  2. 아래쪽이 자작하게 잠길 정도로 물을 넣은 후 소금을 뿌린다

  3. 뚜껑을 닫고 중약불로 10분 정도 끓인 뒤 불을 끄고 살짝 뜸들인다

  4. 마무리에 송송 썬 쪽파와 볶은 참깨를 뿌려 마무리한다




3. 무말랭이만두(책에 없는 특급 레시피)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면 예하와 무얼 먹고 싶냐는 질문에 홍순씨가 만두라는 대답을 했다. 그만큼 온갖 사랑이 쏟아진 메뉴가 만두다. 선명한 사랑과 응원이라는 뜻이다.


▶ 재료: 생만두피, 무말랭이, 두부, 양파, 김치, 들기름, 볶은 깨, 소금, 후추

  1. 무말랭이를 물에 불린 후 다져준다

  2. 두부는 살짝 데친 후 으깨어 면포에 짜준다 

  3. 들기름에 다진 양파와 김치를 함께 볶아준다

  4. 1,2,3번을 한데 넣은 다음 들기름, 볶은 깨, 소금, 후추로 밑간을 한다

  5. 만두피를 얇게 밀어준 후 만두를 빚어 10분 정도 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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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달님 사진 백동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