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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를 더하다
‘큰들’ 품에서 크게 자라는 가족

이진관·하은희 부부와 이은우, 이지우
우뚝 솟아난 봉우리들을 지나 산청의 깊숙한 품으로 향한다.
뫼 산, 푸를 청, 산청이라는 이름 그대로 청정한 풍경이 산청읍 내수리까지 이어진다.
이곳에는 ‘산청마당극마을’이라는 이름으로 마을을 꾸려, 먹고사는 일부터
마당극까지 모든 생활을 함께하는 ‘극단 큰들’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다.
산청을 닮은 맑은 표정으로 사람들을 맞이하는 큰들 가족 가운데
이진관·하은희 부부와 은우, 지우 가족을 만나 큰들에서의 삶 이야기를 들어봤다.

01 극단 큰들 가족들이 모여 사는 산청마당극마을

극단 가족에서
진짜 가족이 되기까지
산 아래 비슷비슷 닮은 집이 30여 채 모여있다. 1984년
창단했고, 창작 마당극과 풍물 공연으로 사람들을 웃기고 울리는 ‘극단 큰들’ 사람들이 모여 사는 마을이다. 단
원과 가족들까지, 이곳 산청마당극마을에 사는 사람만
40명이 넘는다. 이 중 부부 단원도 적지 않은데, 이진관,
하은희 부부도 그들 중 하나다. 고등학생 때 풍물을 시
작한 진관 씨는 선배들을 따라 1993년 큰들에 입단해
벌써 30년 차가 되었고, 은희 씨 역시 대학 풍물 동아리
에서 활동하다 큰들과 인연을 맺게 되었다. 여전히 꿀이
뚝뚝 떨어지는 눈빛으로 진관 씨를 보던 은희 씨가 옛
이야기를 시작했다.
엄마 하은희 “제가 먼저 좋아했어요. 처음에는 되게 싫어
하는 선배였거든요. 그랬는데 어느 순간 ‘사람이 인정이
있고 다정하구나’ 싶더라고요.”
아빠 이진관 “처음에는 튕겼죠. 당시엔 연애 생각도 없었거든요. 진주 시내에서 데이트 아닌 데이트를 했는데,
좋아한다는 고백을 듣고도 ‘생각해 봅시다’라고 말했던
기억이 나요. 주변에서 더 난리였어요. ‘네가 뭔데 은희를!’하며 큰들 사람들이 옆에서 많이 도와줬습니다."
이야기를 이어가는 두 사람 사이에 첫째 은우(산청 차황초 2학년), 둘째 지우(산청어린이집)가 쭈뼛쭈뼛 부끄럼 가득한 얼굴로 앉아있다. 2019년 산청으로 이사 오기 전에는 지금보다 더 낯가림이 심했는데, 큰들 가족들과 함께 살기 시작하며 많이 나아진 편이라고 했다.

02 서로에게 '진짜 가족'이 되어주는 큰들 사람들
“우리는 이모, 삼촌이
30명이에요”
‘극단 큰들’은 예술공동체를 지향한다. 한 마을에 살며
농사를 짓고, 점심, 저녁을 함께 지어 먹으며, 마당극 연습부터 공연까지 직업인으로서의 삶도 공유하고 있다.
진관 씨는 농사팀장이자 배우이고, 은희 씨는 극단 큰들
단장이자 배우. 큰들 사람들 모두가 각자 역할을 갖고
‘큰들’이라는 하나의 바퀴를 함께 굴려 나가고 있다.
개인주의가 많은 사람들의 삶의 태도로 자리 잡은 지금,
기꺼이 큰들이라는 공동체를 택한 이유가 궁금했다.
엄마 하은희“큰들은 예전부터 사람을 귀하게 생각하다
보니 ‘어떻게 하면 우리가 같이 예술 활동을 하면서 잘
살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어요. 극단 생활이 녹록지만
은 않으니까요. 그 과정에서 기본적인 것이라도 같이 해결하다 보면 더 나은 답을 찾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죠.
밥 한 끼를 먹어도 각자 사먹는 것보다 식재료를 사서
함께 만들어 먹는 게 더 저렴하고 건강하고 다정한 것처럼요. 지금도 ‘어울려 사는 삶이 궁금하다’라며 단원이
되고자 찾아오는 사람들도 있어요.”
함께 사는 삶, 아이들은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2019년
이주 당시 은우, 지우는 아주 어릴 때이지만 ‘바로 옆집에 친구가 살고, 그 옆집에 누구 삼촌과 누구 이모가 살
거다’라는 사실에 들떴던 것만은 기억나는 모양이었다.
이사 온 뒤에는 산청마당극마을 전체가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었음은 물론이다.
은우, 지우 남매와 단짝인 리안이까지, 세 어린이는 매일
매일 마을이 떠나가라 크게 웃으며 거칠 것 없이 뛰논다.
코로나19 기간을 제외하고, 연 100회 이상 공연을 펼치며 왕성하게 활동하는 극단이다 보니 엄마, 아빠 모두가
자리를 비울 때도 종종 생긴다. 은희 씨는 1팀, 진관 씨는
2팀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두 사람의 공연이 겹쳐 아이들을 돌보지 못할 때는 수많은 이모, 삼촌이 아이들의 부모가 된다. 춤, 노래, 종이접기, 요리 등 각자가 가진 재능을 백분 발휘해 아이들을 돌보니 가끔은 ‘이모, 삼촌이랑 노는 게 더 좋다’라는 반응이 나오기도 한다.
엄마 하은희 “도시에 살 때는 아이들이 엄마, 아빠와만 함께 있으니까 더욱 내성적인 편이었어요. 여기 와서 많이
바뀌었죠. 무엇보다 아이가 마음껏 나가서 놀 수 있고,
부모 입장에서도 불안하지 않아서 좋아요. 단원 이모, 삼촌이 다 살아있는 CCTV라서 아이들이 지금 어디 있는지 금세 파악할 수 있고요. 아무 걱정이 없죠.”



03 마당극 <최참판댁 경사났네>출연 당시 04마당극 <오작교 아리랑>중 한 장면 05삼촌, 이모가 많아서 좋다는 은우와 지우
지금처럼만,
건강하게만
큰들은 올해 ‘학교로 찾아가는 문화예술전문가’ 예술단체로 선정되며, 직접 학교를 방문해 공연을 펼치는 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공연 전 전통 놀이나 악기를 통해 우
리 것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내고, ‘효자전’ 등 마당극 공연으로 예술체험의 기회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은우가 다니는 산청 차황초등학교는 전교생 수가 적다
보니 다른 학교와 연합으로 여러 차례 엄마, 아빠, 이모,
삼촌의 공연을 관람했다. 마당극이 생활인 곳에 살다 보
니 은우, 지우도 연기나 음악에 관심을 갖지 않을까, 궁금했다.
아빠 이진관 “아이들에게 꿈을 묻지 않으려고요.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게 돕는 것 뿐이죠. 지금 아이들의 표정이 너무 좋아서 뭔가를 해라 마라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요.”
엄마 하은희 “아이들에게 정말 복인 것 같아요. 마을 사람들과 가족처럼 잘 어울려 지내는 것 자체가요. 밝게 많이
웃으면서 마을의 구성원으로서 많이 누리고 건강하게
지금처럼 지냈으면 좋겠어요.”
은우, 지우네 집 마당에 서니 멀리 지리산 천왕봉이 보였다. 천왕봉 아래 산줄기를 따라 수많은 봉우리가 마을을
지켜주듯 길게 길게 이어져 있다. 그 든든한 풍경이 은
우, 지우를 지켜주는 큰들 가족들을 꼭 닮아 있었다.
글 임승주 / 사진 백동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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