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를 만나다
헌혈은 나눔이라는 것을, 그 소중함을 알리는 친구들
거제 연초고 헌혈 동아리

헌혈이라는 단어는 귀에 익숙하지만 막상 참여하려면 막연한 두려움이 앞선다. 그러나 헌헐 1번으로 3명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면, 헌혈이 곧 나눔이라는 사실을 안다면 그 두려움은 잠시 내려놓지 않을까. 거제 연초고등학교 헌헐 동아리 학생들은 이처럼 두려움에 머뭇거리는 친구들을 위해 스스로 헌혈 캠페인에 나섰다. 생명의 소중함을 아는 참 기특한 친구들을 만나봤다.
“‘황금팔을 가진 사나이’ 제임스 해리슨 할아버지 이야기를 어디선가 읽었어요.
제임스해리슨 할아버지는 성인이 되고 평생 헌혈을 했고 수많은 아기를 살렸어요.
헌혈은 사람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가장 고귀한 행동이라 생각해요.”
거제 연초고등학교(연초고) 도서관에 모인 헌혈 동아리 회원 하지민, 박예니, 정태경, 안은서, 최상규 학생의 얼굴은 밝게 빛났다. 헌혈이 왜 중요한지 묻자 자리 맨 끝에 앉아 있던 최상규 학생이 평생 1173번이나 헌혈하고 240만 명이나 되는 아기의 생명을 살리는데 기여했던 제임스 해리슨 할아버지 이야기를 꺼냈다. 제임스 해리슨 할아버지 이야기가 나오자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소소한 마음 모여 따뜻한 바람 만들다
“사회를 변화시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소소한 마음이 모여서 따뜻한 바람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걸 사회 구성원들이 함께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생명이 위급한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 위해 친구들과 함께 헌혈 캠페인을 시작했지만 모두에게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헌혈 동아리 회장을 맡고 있는 하지민 학생에게 헌혈 동아리 활동과 헌혈 캠페인은 특별한 경험이었다. 무엇보다 가장 보람 있었던 건 지난해 학교 전체 헌혈 참여자가 131명이었는데 올해엔 180명으로 늘었다는 사실. 헌혈차가 오기로 했던 전날부터 헌혈 캠페인을 시작했다. 헌혈에 대한 지식을 담은 포스터를 만들어 붙이기도 하고 헌혈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던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참여를 권유하기도 했다.
“헌혈 동아리에 참여하고 있는 친구들 모두 의료 분야 전문가가 되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어요. 이런 꿈이 마음을 모아 캠페인을 시작할 수 있었던 힘이 되었습니다. 헌혈하기 전날부터 학교에서 적극적으로 헌혈의 중요성을 알리기 시작했어요. 지난해보다 헌혈하는 친구들이 49명이나 늘었다는 건 우리 캠페인이 효과가 있었다는 거겠죠.”

스스로 준비한 캠페인은 꿈을 담는 일
하지민, 박예니, 정태경, 안은서, 최상규 학생의 꿈은 정신과 의사, 신약개발자, 간호사, 소방대원 등 모두 생명을 구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헌혈 캠페인은 이런 동아리 회원들의 꿈을 담은 일이었다. 친구들의 호응이 컸기에 힘을 낼 수 있었다. 헌혈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줄어들고 헌혈에 참여하겠다는 친구들이 늘어날수록 기뻤다. 하지만 헌혈 캠페인을 준비하고 실행하는 동안 어려움이 없는 건 아니었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과제를 정하고 스스로 준비해서 진행하는 창의적 체험활동 캠페인이었기 때문에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두려움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동아리 친구들에게 자신감 있게 말했지만 캠페인이라는 활동을 주도하는 건 처음이라 부담이었습니다. 캠페인을 위해 투자하는 시간과 노력은 아깝지 않았지만 헌혈에 대한 친구들의 인식을 개선하고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는 사실이 꽤 힘들었습니다. 그리고 친구들이 가지고 있던 헌혈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어려움을 다가왔습니다. 학교 구성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더니 ‘헌혈에 대한 무서움’이 있다거나 ‘헌혈에 관심을 가져보지 않았다’는 답변이 의외로 많았습니다.”

소중하고 아름다운일, 주저하지 않길…
헌혈 동아리 회원 모두이번 헌혈이 처음이었다. 헌혈을 하고 싶어도 저혈압 등 여러 가지 이유로 할 수 없는 경우가 많은 것을 보고 건강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태어나 처음 해보는 헌혈이었지만 나의 헌혈이 생명이 위급한 이를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하면 물러설 수 없었다. ‘1번의 헌혈이 3명의 생명을 구한다’는 적십자사의 포스터 문구가 기억에 남았고, 캠페인을 통해 헌혈이 얼마나 중요한고 아름다운 일인지 설명하며 깨닫는 것이 많았다. 그리고 헌혈을 마치고 헌혈을 위해 학교를 찾은 간호사 선생님에게 감사 인사를 받고 기념사진을 촬영한 것은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만한 일이었다.
“첫 헌혈이라 떨리긴 했지만 저의 헌혈로 다른 누군가를 살릴 수 있다는 사실에 뿌듯하기도 했습니다. 모든 활동이 뜻 깊고 의미 있었지만 주변 친구들이 동아리 활동을 통해 변화하는 모습을 보며 기뻤습니다. 캠페인 활동 후 결과를 분석하고 피드백 과정을 통해 헌혈자도 늘고 다음 헌혈에도 참여하겠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구나 싶었어요. 나중에 헌혈하러 오신 간호사 선생님들께 고맙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기념사진도 찍었고요. 3학년이 되어도 후배들과 계속 헌혈 캠페인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많은 친구들이 헌혈에 참여하도록 할 겁니다.”
‘황금팔을 가진 사나이’ 제임스 해리슨 이야기
1173번 헌혈로 생명살린 아름다운 의인
제임스 해리슨은 14살이 되던 무렵 폐 일부를 절제하는 수술을 받아야만 했다. 수술 도중 출혈이 일어났고 수혈을 받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한 상태였다. 그는 아주 희귀한 Rh-A형이라 수술을 하며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당시 그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선 13리터의 피가 필요했다. 많은 사람이 아직 소년이었던 그를 위해 헌혈에 동참했고 덕분에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
그 후 그는 헌혈을 할 수 있는 나이가 되면 자신도 누군가를 위해 헌혈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고 바로 실행에 옮긴다. 그런데 헌혈 덕분에 그의 피가 아주 특별하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호주에서 매년 수천 명의 아기를 죽게 했던 ‘레서스 용혈성’이라는 희귀병을 앓는 산모들에게 필요한 항체가 그의 혈액에는 다른 사람보다 훨씬 많이 들어있었던 것. ‘레서스 용혈성’은 산모는 Rh-형 혈액을 가졌는데 태아는 아빠로부터 Rh+형 혈액을 받아 산모와 태아 사이의 혈액 불일치로 태아의 세포가 파괴되는 질병이다. 산모의 혈액이 태아의 뇌에 손상을 입히거나 유산에 이르게 한다고.
그는 호주 적십자사에서 일하며 이 병을 앓고 있는 산모와 아이들을 위해 2주마다 헌혈했으며 2018년 80세가 되던 해 마지막으로 헌혈했다. 첫 헌혈을 시작한 이후 1173번째였다. 그의 헌혈로 산모들을 치료하는 ‘안티-D’ 백신을 만들었고 수많은 아기를 살렸다. 그리고 그는 ‘황금팔을 가진 사나이’로 불렸다. 어렸을 때 수술로 헌혈 받은 경험이 다시 많은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아름다운 선(善)으로 이어졌다.
| 글 김규남 사진 김정민, 거제 연초고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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