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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를 더하다
학생들과 수학으로 미래를 꿈꾸는 32년차·28년차 수학교사 이야기

2022년 7월, 한국인 최초로 허준이 교수님이 필즈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은 우리를 감동케 했습니다. 조합론의 오래된 난제들을 대수기하학을 통해 해결한 건데 ‘조합 대수기하학’이라는 비교적 새로운 분야에서 새 지평을 연 쾌거입니다. 이러한 업적은 정보통신, 반도체 설계, 교통, 물류, 기계학습 등 여러 응용분야의 발달과 관련되어 있어 세계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많은 분야에서 수학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수학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다시 한번 더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됐습니다.
오랜 기간 수학교사로 지내고 계신 두 선생님과 수학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허준이 교수님의 필즈상 수상 이후 수학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습니다. 선생님들께서는 수학이 왜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박정숙.
평소 수학은 삶의 패턴을 찾는 학문이라고 학생들에게 이야기합니다.
모든 자연과 예술 속에는 늘 숨어 있는 패턴이 있고 그 패턴의 흐름을 느끼는 순간 우리들은 아름답다는 감동을 받지 않을까요? 패턴을 보는 눈을 가지면 어려움이 생겨도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 힘이 생겨 훨씬 우리의 삶이 아름답고 풍요로워질 것 같아요. 그러한 힘을 수학이라는 학문을 통해 기를 수 있어서 수학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손대원.
“선생님 수학은 왜 배워요?” 라고 질문을 하면 “왜 배울까?”, 선생님이 생각하기엔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서 수학을 배우는 것 같아.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하지 않니?”
사실 실패를 통해서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되고 이런 시행착오 속에 자연스럽게 수학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습니다.
수학실에 소마큐브 조각 7개를 두면 학생들이 몇 번의 시행착오를 통해서 큐브를 만들기도 하는데 이 문제의 핵심은 복잡한 조각을 먼저 조립하고 단순한 조각을 나중에 조립하는 것입니다. 이런 전략과 전술을 생각하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기에 수학이 필요하다고 학생들에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수학에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선생님들만의 노하우가 있다면요?
박정숙.
수업 도입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 단원과 관련된 실생활 또는 역사 속 이야기를 통해 학생들이 그 단원에 대한 흥미를 느끼도록 하고 있습니다. EBS MATH 동영상을 활용한 도입은 학생들에게 매우 큰 효과를 보고 있는데요. 최근에는 하브루타, 교육마술 등을 전문적 학습공동체에서 연수받고 수업에 도입하기 위해 길을 찾고 있는 중입니다.
아울러 교사의 질문에 학생들이 스스로 답을 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 주는 것도 제 나름의 수업 방식입니다.
정리하자면 학생들이 동기유발을 제대로 할 수 있는 도입, 원리를 정확하게 찾는 수업, 그리고 질문에 대해 학생들이 답할 수 있는 시간을 주어 내용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수업입니다.
손대원.
처음에는 교재연구도 열심히 하고 제가 공부하고 생각한 것을 학생들에게 전달하는 전달식 수업을 많이 했습니다. 열심히 교재 연구해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이 나름대로 수학 선생님의 즐거움이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학생들의 참여 열기가 기대에 못 미치더라고요. 그래서 생각 끝에 제가 수업을 리더 하지 않고 학생들이 발표하는 형태로 진행했더니 학생들의 집중도가 높아지게 됐습니다.
예를 들어 최근 몇 년간 3학년 수업을 많이 했는데 학생들에게 발표할 문제를 지정해 주고 다음 시간에 직접 칠판에 나와서 풀게 하거나 미리 학생들에게 교과서의 소단원을 정해주고 5분에서 10분 정도 친구들에게 공부한 내용을 선생님처럼 칠판에 적어가며 간단한 발표 수업을 진행했는데 아이들의 이해력이 달라지더군요. 함께 성장해가는 수업이라고 봐야겠죠.

대부분의 학생들은 수학을 어려워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학생들이 보다 쉽게 수학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수학을 어려워하는 학생들의 공통점은 기초가 약하다는 것입니다. 사칙연산, 분수 계산, 괄호 풀기 등 기본이 약하다 보니 자신감도 떨어지고 집중력도 저하되는 듯합니다. 이런 학생들을 수업에 끌어들일 묘약이 필요한데, 그래서 저는 수학을 어려워하는 학생들을 주로 앞자리에 앉히고 그 옆에는 멘토학생을 배치해요. 교사와 친구 멘토의 도움을 동시에 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여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질문을 자주 하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는 편입니다.
손대원.
충분한 시간을 주고 친구가 친구에게 설명해 주게 합니다. 아마 선생님보다는 친구를 아주 편하게 느끼나 봐요. 제가 설명하면 못 알아듣지만, 친구가 설명하면 잘 알아듣더라고요. 또 수학도 미술, 음악, 체육처럼 충분한 훈련과 연습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일정한 시간이 지났을 때 적당한 피드백이 주어진다면(훈련한다면) 쉽게 받아들일 것 같아요. 그래서 요즘은 멘토·멘티와 같은 학생활동에 관심이 많은데 다른 과목보다 수학은 멘토·멘티 활동을 하기 제일 좋은 과목인 것 같습니다.
친구나 멘토멘티가 학생들 수학 수업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하셨는데, 혹시 수학으로 재미있게 활동한 사례(놀이, 매쓰투어 등)는 없나요?
박정숙.
경남에서 수학체험전 관련 활동을 하다가 2011년부터는 자카르타한국국제학교에 근무하게 되어 학교 축제기간 동안 제가 근무한 학교 학생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 현지 학교 학생과 교사들에게 K-MATH를 소개한 한 적이 있습니다. 수학동아리 학생들이 직접 만든 교구와 포스터를 이용하여 수학체험을 할 수 있도록 했는데 체험을 통해 원리를 알고 찾아가는 수업이 인도네시아 학생과 교사들에게 신선한 충격이었고 현지에서 한국 수학의 새로운 장면을 소개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2019학년도부터는 동진중학교에 근무하면서 동료 수학교사들과 함께 축제기간 중 교내 수학체험 부스를 운영하면서 학생들뿐만 아니라 학부모님들의 호응을 많이 얻었습니다. 코로나 시국이던 2021학년도에도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소마큐브 만들기 및 활용을 통한 수학체험전을 개최했는데 큰 호응을 얻었고요. 이 축제이후 해마다 수학체험전을 하자는 의견이 많아 동진중학교 신입생들은 해마다 수학체험전을 할 수 있도록 기획하고 있습니다.
손대원.
연구회 선생님들과 함께 통영 Math Tour를 개발했는데 ‘통영 Math Tour는 수학이 없어야 한다.’라는 취지로 개발했어요. 예를 들어 통영 남망산 공원에는 정의비, 통과가능 입방체, 유치환 시비, 김용주 화비, 김상욱 시비, 망산, 열무정, 관계항과 같은 조각품이 있는데 이런 작품을 인문학적 느낌으로 설명하고 약간 가벼운 수학을 입혀서 Math Tour 내용으로 개발합니다. 라파엘로 소토 작품은 천정에 줄이 주렁주렁 달려있는 작품인데 이 작품은 ‘점’-‘선’-‘면’-‘입체’로 발전하는 수학의 확장을 설명하기 아주 좋은 작품입니다.
정의비와 관련된 내용을 개발하면서 여성가족부 홈페이지에서 위안부 피의자 생존자의 수를 조사하게 되었고 연도별 생존자수를 그래프로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 아이들과 부모님들에게 수학교사로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박정숙.
교직생활 32년 차인 제가 학생들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선생님 어떻게 하면 수학을 잘 할 수 있을까요?”입니다. 학교나 학원에서 수학 수업을 받은 후 얼마나 스스로 연습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는지 체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연습 없이 수학을 잘할 수는 없습니다. 특히 수학 수업 이후 짧은 시간이나마 복습을 꼭 하는 습관을 가지라고 당부하고 싶습니다.
손대원.
수학은 수학을 전공하는 교수님들조차 어려워합니다. 학생들이 배우는 수학교과서의 내용이 아무리 줄어들더라도 학생들은 수학을 어려워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수학의 필요성과 수학의 신비로움, 수학의 아름다움을 느낀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최근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라는 영화를 보면서 감명 깊은 대사가 생각납니다.
“문제가 안 풀릴 때는, 화를 내거나 포기하는 대신에 ‘문제가 참 어렵구나. 내일 아침에 다시 풀어봐야겠구나’ 하는 여유로운 마음. 그것이 수학적 용기다.”
우리 아이들이 수학을 마주할 때 조금은 여유 있는 마음을 가졌으면 참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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