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꿈꾸다
아이들이 심는 건 행복입니다
선진유치원의 텃밭 가꾸기
“선생님! 여기 싹이 올라와 있어요!”
“싹 밑에 옥수수 알이 붙어 있는데요?”
“우리가 옥수수 싹을 지켜주도록 해요!!!”

자신들의 손으로 심은 씨앗이 새싹으로 변한 모습에 감탄을 쏟아놓던 아이들이 돌로 울타리를 만들고 비뚤배뚤한 글
씨로 ‘옥수수새싹 밟지 마세요!’라는 경고장을 써놓는다. 여린 새싹이 아이들의 생태적 감수성을 산들바람처럼 건드린
것 같다.
감자밭에서는 아이들이 돋보기를 들고 감자 잎을 관찰한다. 감자잎에 무당벌레가 앉아 있다. 무당벌레를 본 아이가 깜
짝 놀라며 말한다.
“여기 뚱뚱한 녀석이 있어요!”
옆에 있던 아이들이 돋보기를 들고 모여든다. 요리조리 진지한 관찰과 채집이 끝나자 아이들이 말한다.
“감자는 언제 캐요? 감자 먹고 싶어요.”
“작년에 먹었던 토실토실하고 부드러운 맛이 생각나요.”
“우리가 캔 감자가 세상에서 제일 맛있어요!”
아이들이 재잘대는 감자밭 옆에는 부추, 고구마, 호박, 수박, 참외들이 따뜻한 햇볕에 몸을 드러내 놓고 있다. 쑥쑥 자
라 아이들의 행복한 입맛을 채워줄 것들. ‘쑥쑥 건강터’ 텃밭에서 아이들이 심은 건 행복이다.
또 다른 텃밭인 채소밭에서는 채소 따기가 한창이다. 아이들의 손으로 심은 채소들이 텃밭에서 싱싱한 잎사귀로 자
라고 있다. 잘 자란 청상추, 적상추, 쑥갓 잎사귀를 따서 바구니에 담는다. 점심시간 채소 반찬이 되어 식탁에 오를 예
정이다. 일곱 살
장하림 어린이와 고은아 어린이도 다른 아이들처럼 들떴다.
“저는 채소가 좋아요. 상추에서는 시원한 풀 맛이 나요. 맛있는 것을 많이 주는 텃밭을 사랑해요.”
“내가 딴 상추로 싸 먹는 고기쌈이 꿀맛이에요. 텃밭아, 고마워~”
직접 텃밭에서 수확해 먹다 보니 편식이 줄었다. 자신의 손으로 심고 가꾸고 수확하면서 느낀 작물의 소중함과 작은
생명의 경이로움과 수확의 기쁨이 아이들의 입맛을 바꾸어놓았기 때문이다.

텃밭은 자연학습장이다
텃밭 가꾸기는 텃밭 가꾸기로만 끝나지 않는다. 씨앗을 심고 새싹이 돋고 잎이 무성해지고 열매가 맺히고 수확하는 과
정들은 다양한 놀이와 학습으로 연결되어 아이들의 상상력을 늘려간다. 수확한 옥수수 껍질을 벗겨보고 옥수수 껍질로
자유놀이를 하는 시간. 아이들은 꽃, 파, 오징어, 배 등 창의적이고 다양한 작품을 완성해낸다. 옥수수수염으로 콧수염
만들기, 머리카락처럼 붙여보기, 붓 만들기 등 다양한 탐색을 해본다. 그러고 나서 옥수수를 먹으면 아이들의 표현력이
옥수수처럼 여물어져 있다.
“처음 땄을 때는 딱딱했는데 물을 잔뜩 먹었나 봐요.”
꼬물꼬물 기어가듯이 자라는 호박 줄기를 보고는 호기심이 발동한다.
“이건 왜 이렇게 밧줄처럼 생겼어요?”
아이들과 함께 넝쿨 식물을 도감에서 찾아보고 텃밭으로 가서 넝쿨 식물을 관찰한다.
“고구마도 넝쿨이에요?”
“호박도 넝쿨이죠?”
“참외하고 수박도요?”
텃밭은 자연학습장이다. 여기서 시작된 호기심은 아이들을 진지한 탐구로 이끈다. 잎의 모양이 어떠한지, 잎맥의 모양
은 어떠한지, 넝쿨 식물들끼리 생김새가 어떻게 다른지, 텃밭이 아닌 곳에서 자라는 야생마, 나팔꽃 같은 다른 넝쿨 식
물 찾아보기 등으로 한 발 한 발 깊숙이 나아간다. 이렇게 학습한 결과물은 과학 놀이방에 다른 반 아이들이 볼 수 있도
록 전시한다.

아이들 생태적 감수성도 ‘쑥쑥’
아이들과 함께 텃밭을 가꾸다 보면 봄에 난 잎이 나날이 무성해지는 것처럼 아이들의 생태적 감수성도 나날이 무성해
지는 것을 볼 수 있다. 그전에는 몰랐던 자연의 변화를 감지한 아이들이 툭툭 던진다. 모두 다 콘크리트가 많은 곳에서는
느낄 수 없는 생태적 감수성이 진하게 배인 표현들이다.
“이번에 잎이 더 많아졌어.”
“색깔도 더 진해졌어.”
“꽃비가 내려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 같아.”
자연은 텃밭에서 행복한 아이들을 품어 기른다.
이러한 변화는 지난해 실시했던 유아의 놀이성에 미치는 효과를 알아보기 위한 검사에서 수치로도 확연하게 드러났다.
비교를 위하여 사전검사는 6월 3일에, 사후검사는 9월 21일에 두 번 실시하였다. 검사 결과 신체적 자발성은 89.5 →
105.25, 사회적 자발성은 92.75 →123.5, 인지적 자발성은 71.5 → 97.75, 즐거움의 표현은 100.75→ 131.25, 유머감각
은 84.75 → 114.75로 모두 발달했음을 알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학기 초 움직이기 싫어하고 체력이 약했던 아이들의 신체 움직임이 많아지고 체력이 좋아졌다. 또 놀이
하는 과정에서 친구에게 친밀감을 보이고 협력하는 빈도가 높아졌을 뿐만 아니라 웃음과 흥얼거림 같은 비언어적인
표현이 잦아지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지어 상상놀이를 하며, 친구의 이야기를 집중해서 듣는 모습이 많이 관찰되었다.
작은 농담에도 눈물을 흘리며 속상해하던 아이들은 웃어넘기는 여유를 보이고, 자신의 흥미와 요구를스스럼없이 제안
하며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이 자신 있게 놀이를 시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무엇보다도 텃밭 활동이 가지고 온 가장 큰 변화는 사람은 자연의 일부이고 자연은 우리에게 소중한 선물을 준다. 이에
우리는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자연을 돌보아야 한다는 생태적 감수성이 높아지고 작은 생명도 소중하게 여기는 생명
존중의 마음을 갖게 된 것이라 할 수 있다.
행복을 심은 텃밭에서 아이들이 따는 건 행복만이 아니었다. 오늘도 텃밭으로 간 아이들이 행복 말고도 또 무엇을 따
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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