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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절기에 담긴 선조들의 지혜와 바른 말
9월, 절기에 담긴
선조들의 지혜와 바른 우리말
2학기가 시작된 9월의 국어 수업 시간. 창문 너머로 제법 선선해진 가을바람이 불어오고 교실 달력에는 '백로(白露)'와 '추분(秋分)'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습니다. 수업을 시작하며 아이들에게 가벼운 질문 하나를 던졌습니다.
“얘들아, 곧 다가올 추석은 음력 8월 15일이지? 그럼 달력에 적힌 백로나 추분 같은 '24절기'는 음력일까, 양력일까?”
순간 교실 안이 조용한 웅성거림으로 가득 차기 시작합니다.
“어? 추석이 음력이니까 절기도 음력 아닌가?”
“아니지, 달력에 날짜가 매년 비슷하게 나오는 거 보면 양력 같기도 한데...”
학생들의 의견이 분분하게 갈리며 머리를 맞대던 중, 한 아이가 나름의 논리를 갖추어 자신 있게 손을 들고 대표로 답합니다.
“선생님, 24절기는 옛날 농경 사회에서 농사지을 때 쓰던 거잖아요. 그러니까 음력인 것 같아요!”
농경 사회의 맥락까지 짚어낸 아이의 훌륭한 추론에 다정하게 고개를 끄덕여 주었습니다. 그리고 기분 좋은 반전을 담아 조용히 한마디를 건넸습니다.
“농경 사회라는 배경을 아주 잘 짚어냈어! "그런데 사실 24절기는 달의 움직임이 아니라 태양의 움직임을 기준으로 만든 절기란다. 그래서 오늘날의 양력 날짜와 거의 일치하지.”
순간 교실 안의 와글거리던 소음이 툭 끊기고, 의아함과 호기심이 섞인 고요가 찾아옵니다. 태양이 1년 동안 하늘에서 지나가는 것처럼 보이는 길(황도)을 기준으로 15도씩 나누어 만든 완벽한 태양력의 체계라는 사실을 차근차근 풀어내자, 그제야 아이들은 무심코 지나쳤던 달력 속 절기들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기 시작합니다. 9월, 가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길목에서 우리가 몰랐던 절기의 비밀과 그 속에 담긴 다정한 우리말들을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우리말 돋보기
가을을 품은 24절기와 바른 우리말
24절기는 왜 음력이 아닌 '양력'일까요?
이유: 농사를 지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달의 모양이 아니라 '계절의 변화(계절의 순환)'입니다. 계절의 변화는 지구가 자전축이 기울어진 채 태양 주위를 공전하기 때문에 생깁니다.원리: 달의 움직임을 기준으로 만든 음력은 한 달이 약 29.5일이라 계절의 주기가 조금씩 어긋납니다. 그래서 선조들은 태양이 하늘에서 지나가는 것처럼 보이는 길(황도)을 360도로 놓고, 15도씩 24등분하여 계절의 변화를 정확하게 반영하는 태양의 움직임을 기준으로 한 24절기를 만들어 농사에 활용했습니다.
9월에 마주하는 가을 절기의 우리말 뜻
백로(白露): ‘흰 이슬’이라는 뜻입니다. 밤 기운이 서늘해지면서 풀잎에 이슬이 방울방울 맺히는 시기로, 가을의 기운이 깊어짐을 알려줍니다.
추분(秋分): ‘가을을 둘로 나누다’라는 뜻입니다.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날로 추분 이후에는 밤의 길이가 낮보다 점차 길어져 본격적인 가을의 중심에 들어서게 됩니다.
가을의 길목에서 짚어보는 맞춤법
알알히 맺히다(X) → 알알이 맺히다(O): 가을 곡식을 묘사할 때 자주 쓰입니다. '알알'이라는 부사 뒤에는 '-이'가 붙는 것이 바른 표기입니다.
가을은 의욕을 돋구는 계절 (X) → 가을은 의욕을 돋우는 계절(O): 선선한 가을이 되어 독서나 학습 의욕, 혹은 입맛을 위로 끌어올릴 때는 '돋구다'가 아닌 '돋우다'가 바른 표현입니다.
글: 홍수진
호암중학교 국어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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