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꿈꾸다
행복을 물려주는 가족

행복을 물려주는 가족
경남 제1호 ‘자원봉사 명문가’ 민기·지민이네 이야기
김해 수남중학교 2학년 민기와 관동초등학교 5학년 지민이네 가족은 2023년 경남 제1호 ‘자원봉사 명문가’로 선정되었다. 산청에서 이웃을 위해 봉사해 온 할아버지 박주영 씨와 할머니 윤숙이 씨, 교사로 학생들과 재능기부를 이어가는 아버지 박현성 씨와 어머니 구은복 씨, 그리고 어릴 때부터 부모님을 따라 봉사 현장을 누빈 민기와 지민이까지. 3대가 쌓은 봉사 시간은 벌써 6,000시간을 넘어섰다. “재산을 물려주는 것보다 삶의 행복을 물려주자.” 는 이들의 가훈처럼 한 세대가 심은 나눔의 씨앗이 다음 세대로 이어져 더 많은 사람에게 번져 가고 있다. 세대를 건너 행복을 물려주는 민기·지민이네 가족의 따뜻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봉사의 씨앗을 심다.
산청 작은 마을에서 시작된 할아버지·할머니의 나눔
“처음부터 대단한 일을 하겠다고 시작한 것은 아니었어요. 마을에 도움이 필요한 일이 생기면 함께 나섰고, 그러다 보니 봉사가 자연스러운 일상이 됐지요.”
가족의 봉사는 산청의 작은 마을에서 시작됐다. 할아버지, 할머니는 마을에 큰 행사나 어려운 일이 생기면 항상 내 일처럼 발 벗고 나섰다. 바르게살기운동을 통해 지역 활동에 참여했고, 적십자 봉사단 활동으로 봉사를 실천해왔다.
할머니는 퇴직 후 지금까지도 생초초등학교 차량 탑승 봉사와 지역 봉사를 이어가고 있다. 두 사람이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산청에 큰 산불이 났던 날이다. 주민들이 대피하고 식당마저 문을 닫은 상황에서 적십자 봉사자들은 현장을 지키는 소방관들의 식사와 뒷정리를 도왔다. 불길과 맞서다 얼굴이 검게 그을린 채 겨우 한 끼를 먹는 소방관들을 보며 할머니 윤숙이 씨는 가장 힘든 순간 누군가의 곁을 지키는 것이 봉사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단다. 평소 두 사람은 자녀에게 봉사를 강요하지 않았다. 봉사는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라 스스로 마음이 움직여야 오래 이어갈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대신 도움이 필요한 곳으로 묵묵히 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 뒷모습을 보고 자란 아들 박현성 씨의 마음에도 자연스럽게 한 가지 다짐이 자리 잡았다. 자신도 언젠가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마음이었다. 
봉사를 교육으로 잇다
학생들과 재능을 나누는 아버지·어머니
김해신안초등학교 교사인 박현성 씨는 교직에 들어선 뒤 육아원 학습 봉사를 시작했다. 아이들에게 조금 더 즐거운 시간을 선물하고 싶어 마술을 배웠고, 꾸준히 새로운 기술을 익히며 재능기부를 이어갔다. 관동초등학교 교사인 아내 구은복 씨도 그 길에 함께했다. 봉사로 가까워진 두 사람은 부부가 되었고, 이제는 같은 마음으로 학생들과 나눔을 이어가고 있다. 두 사람은 자신들이 느낀 봉사의 기쁨을 더 많은 아이와 나누고자 ‘상상을 현실로 사제동행봉사단’을 만들었다. 봉사단 이름에는 아이들이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고 나누며, 언젠가는 꿈꾸는 삶까지 현실로 만들어 가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학생들은 마술을 배우고 연습해 지역아동센터, 돌봄교실, 장애인시설, 노인복지시설 등을 찾아 공연을 한다. 자신이 익힌 마술을 또래 친구나 어린 동생에게 가르쳐 주기도 한다.
“봉사는 시간을 채우는 활동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재능으로 누군가를 웃게 하면 아이들은 ‘나도 소중한 사람이고, 다른 사람도 소중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배우게 됩니다.”
박현성 씨는 이를 ‘1석 2조의 행복’이라고 말한다. 나누는 사람은 재능을 키우며 성장하고, 그 재능을 받은 사람은 웃음과 기쁨을 얻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마음에 상처를 입은 교사와 학생들이 봉사 안에서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자존감을 회복하도록 돕는 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봉사가 일상이 되다
따라가던 아이에서 나누는 아이로 자란 민기·지민이
민기와 지민이는 아주 어릴 때부터 부모님을 따라 육아원과 아동센터에 다녔다.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생일잔치에서 케이크를 먹고 친구들과 어울려 놀았던 기억도 선명하다. 어린 시절에는 그저 가족과 함께 떠나는 즐거운 나들이처럼 느꼈지만, 자라면서 그 시간이 누군가에게는 기다려지는 위로였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물론 봉사를 가는 일이 늘 반가웠던 것은 아니다. 친구들이 집에서 게임을 하거나 쉬는 주말, 먼 곳까지 따라나서는 것이 귀찮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자신이 보여준 마술에 동생들이 활짝 웃고, 자신이 가르친 친구들이 다시 다른 아이들에게 마술을 전하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달라졌다.
“제가 가르쳐 준 마술이 친구들을 거쳐 어린 동생들에게 전해진다고 생각하면 뿌듯해요. 그럴 때 제가 꼭 필요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현재 봉사단 학생회장을 맡고 있는 민기는 학교 친구들에게 마술을 가르치며, 친구들과 함께 지역아동센터와 돌봄 교실을 방문해 꾸준히 봉사를 이어가고 있다. 지민이도 가족과 함께 봉사하며 다른 사람의 생활을 헤아리는 마음을 배웠다. 돌봄 교실이나 센터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는 동생들을 만나면서 자신이 가족에게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지도 새삼 깨달았다. 두 아이가 가족에게서 배우는 것은 봉사만이 아니다. 가족은 한 달에 두 번씩 산청의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찾아간다. 손주들이 오는 날이면 일정을 미루고 기다려 주는 조부모의 따뜻함 속에서 아이들은 사랑과 효도를 배운다. 가족이 함께한 여행과 일상을 담은 앨범만도 스무 권이 넘는다. 이 가족에게 나눔은 먼 곳의 이웃을 돕는 일뿐 아니라 가장 가까운 사람을 다정히 돌보는 마음에서 시작된다.
함께할수록 커지는 행복
3대가 이어 가는 우리 가족의 약속
경남 제1호 ‘자원봉사 명문가’라는 이름은 이 가족에게 자랑인 동시에 새로운 약속이다. 지나온 봉사 시간을 기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앞으로도 더 책임감 있게 나눔을 이어가겠다는 다짐. 그래서 가족이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상을 받던 날보다 함께 봉사했던 평범한 하루들이다.
온 가족이 공연을 준비하고, 아이들과 웃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날의 이야기를 나누던 시간. 누군가가 즐거워하는 모습을 함께 바라보며 봉사가 이웃뿐 아니라 가족의 마음까지 더 가까이 이어 준다는 사실을 알았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산청의 작은 마을에 심은 나눔의 씨앗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교실에서 자랐고, 이제 민기와 지민이의 손을 통해 더 많은 사람에게 전해지고 있다. 긴 시간 봉사를 이어오며 도움을 준 것보다 받은 것이 더 많다고 가족은 말한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삶의 보람을 발견하고,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며 함께 성장한 시간이 모두 봉사가 건넨 선물인 것이다. 아마도 이 가족이 다음 세대에 전하고 싶은 가장 큰 유산은 나누는 사람도, 그 마음을 받는 사람도 함께 행복해진다는 믿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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