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꿈꾸다
아이의 속도에서 배움의 길을 찾다
마음의 문을 두드리는 맞춤형 진단
아이의 속도에서 배움의 길을 찾다
진주특수교육지원센터 김지민 선생님
글자를 읽는 일이 유난히 어렵거나, 수업에 오래 집중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다.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만 보면 노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 이면에는 인지적·정서적·환경적 요인이 복잡하게 얽혀 있을 수 있다. 진주교육지원청 특수교육지원센터에서 근무하는 김지민 선생님은 진주 관내 유·초·중·고등학교의 일반학급에서 통합교육을 받는 특수교육대상학생을 찾아간다. 1대1 수업과 상담, 기초학습과 진로직업교육 등 학생의 요구에 맞춘 순회교육을 지원하는 것이 그의 역할이다. 이와 함께 경상남도교육청 학습종합클리닉센터의 핵심교원으로 활동하며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이 자신에게 맞는 배움의 방향을 찾을 수 있도록 종합심리검사도 진행한다. 아이의 마음을 조심스럽게 살피고, 각자의 속도에 맞는 배움의 길을 함께 설계하는 김지민 선생님을 만났다.
노력하지 않는 아이는 없다
“학생들은 노력하지 않는 것도, 노력이 부족한 것도 아닙니다.
배움을 향해 나아갈 여력이 없었던 것입니다.”
김지민 선생님이 처음 만나는 아이들은 표정이 굳어 있거나 긴장한 경우가 많다. 잦은 실패로 위축되고, 또다시 평가받는다는 생각에 수동적이고 방어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그 모습 앞에서 김지민 선생님은 검사보다 먼저 아이를 안심시키고 닫힌 마음을 여는 일부터 시작한다. 현장에서 확인한 학습의 어려움은 결코 한 가지 이유로 설명되지 않는다. 경계선 지능이나 읽기 곤란, 우울과 불안, ADHD, 가정환경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지적 능력은 평균 또는 그 이상이지만 우울이나 가족 문제 등으로 학습할 에너지가 고갈된 아이도 있고, 인지 기능의 특성에 따라 자신만의 속도로 배워야 하는 아이도 있다. 중요한 것은 ‘왜 못했는가’를 탓하는 일이 아니라 ‘무엇이 배움을 어렵게 했는가’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다.

수치 너머, 아이의 ‘시작점’을 찾다
“아이의 삶을 변화시킬 첫 매듭을
찾아내는 마음으로 검사 결과를 살핍니다.”
경상남도교육청 학습종합클리닉센터의 종합심리검사는 아이의 인지 기능과 정서·행동 특성, 일상생활 적응 기능 등을 종합적으로 살핀다. ‘이 아이는 어떤 이유로 배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가’를 입체적으로 이해하고, 아이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함께 고민하기 위한 과정이다. 검사에 앞서 김지민 선생님은 15~20분 동안 아이와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눈다. 아침을 먹었는지 묻고 좋아하는 게임이나 캐릭터 이야기를 들으며 긴장을 풀어준다. 이 시간이 아이를 평가하고 지적하는 시간이 아니라 스스로를 이해하는 과정임을 설명하고, 검사 중에도 정답보다 시도와 노력에 초점을 맞춰 격려한다. 아이가 지친 기색을 보이면 언제든 쉬어갈 수 있도록 속도를 조절한다. 검사 결과에서 가장 주의 깊게 살피는 것은 ‘시작점’이다. 아이가 지닌 강점은 작은 성취를 시작하게 하는 디딤돌이 되고, 여러 어려움이 얽힌 실타래를 풀어낼 첫 매듭이 되기도 한다. 부족한 점만 바라보면 막막함이 커지지만, 강점과 핵심 단서를 찾으면 비로소 아이에게 실제로 도움이 되는 성장의 길을 설계할 수 있다.
진단에서 지원으로 이어지는 징검다리
검사 결과는 아이를 규정하는 꼬리표가 아니라 실제 수업과 지원의 방향을 찾는 출발점이어야 한다. 김지민 선생님은 검사 후 보호자와 담임 선생님을 직접 만나 수치나 진단명보다 현장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설명한다. “작업기억 점수가 낮다”는 말에 그치지 않고, “한 번에 여러 가지를 지시하기보다 한 가지씩 짧게 안내해 주세요”라고 구체적인 전략을 제안하는 방식이다. 학습 의욕이 낮고 대집단 수업에 거의 참여하지 못했던 한 아이도 있었다. 종합심리검사와 담임 선생님·보호자 상담 결과, 배움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우울·불안과 ADHD가 의심돼 지역사회 전문기관에서 진단과 치료, 상담을 받을 것을 권유했다. 보호자와 담임 선생님은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아이의 행동을 새롭게 이해하게 됐다. 학교 역시 학생 맞춤형 통합 지원과 연계해 필요한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진단을 통해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고, 맞춤형 지원의 방향을 함께 찾아가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종합심리검사는 진단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아이의 특성에 맞는 학습코칭과 정서·심리 치료 등 필요한 지원을 적절한 시기에 연결하는 징검다리가 된다. 진단에서 맞춤형 지원까지 촘촘하게 이어지는 과정은 배움의 어려움을 아이 혼자 감당하게 두지 않는 기초학력의 안전망이기도 하다.

느린 걸음도 근사한 여정이 되도록
“스스로에게 다정한 친구가 되어 마음을 돌보면,
느린 걸음은 더 큰 나를 만나는 근사한 여정이 될 수 있습니다.”
배움이 느린 아이에게 공부는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는 오르막길과도 같다. 이때 필요한 것은 느린 자신을 탓하는 마음이 아니라, 지금의 속도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스스로를 다정하게 돌보는 힘이다. 김지민 선생님이 이 일을 계속하게 하는 힘도 수치와 데이터가 ‘이해와 희망의 언어’로 바뀌는 순간에 있다. 아이에게서 문제를 찾던 보호자와 담임 선생님이 “그래서 그랬구나”라고 이해하고,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요?”라며 함께 방법을 고민할 때 새로운 길이 열린다.
배움의 속도가 다르다는 이유로 누구도 소외되어서는 안 된다. 숲 전체를 바라보는 안목과 나무 한 그루 한 그루를 살피는 세심함으로 진단에서 맞춤형 지원까지 이어지는 촘촘한 교육 안전망을 만드는 일. 이는 아이 한 명 한 명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각자의 속도에 맞는 배움을 책임지는 교육의 출발점이다. 그렇게 단 한 명도 놓치지 않는 따뜻한 책임교육 속에서 저마다의 속도로 자란 아이들이 당당히 뿌리내리고, 마침내 푸른 숲을 이루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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