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꿈꾸다
배움의 여정을 잇다. 경남 국제교류단

국경을 넘어 세계시민으로, 배움의 여정을 잇다
경남교육청 국제교류단
한국과학기술고 김콘스탄틴 · 벡마노프 데니스 학생
낯선 나라에서 말이 통한다는 건 생각보다 큰 힘이 된다. 궁금한 것을 묻고, 서로의 학교생활을 설명하고, 이름을 한글로 적어주며 웃는 순간들. 지난 5월, 키르기즈공화국을 찾은 경남교육청 국제교류단에는 그 순간마다 자연스럽게 친구들을 이어준 두 학생이 있었다. 한국과학기술고등학교의 김콘스탄틴 학생과 벡마노프 데니스 학생이다. 러시아어와 한국어를 함께 사용하는 두 학생은 한국 친구들과 현지 학생들 사이에서 말을 잇고, 문화를 잇고, 마음을 잇는 든든한 다리가 되었다. 이번 ‘요즘 아이’에서는 두 학생이 걸어온 언어의 시간, 그리고 국경을 넘어 친구가 된 순간들을 담았다.
두 언어 사이에서 자라온 아이들
두 학생에게 한국어와 러시아어는 오래전부터 일상처럼 익숙한 언어였다. 집에서 쓰는 말과 학교에서 쓰는 말이 달랐고, 가족에게 익숙한 문화와 교실에서 배우는 문화도 달랐다. 컴퓨터응용기계과에 재학 중인 김콘스탄틴 학생은 어린 시절을 중앙아시아에서 보냈다. 부모님은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고려인으로, 집에서는 자연스럽게 러시아어를 썼다. 열한 살 무렵 한국에 온 뒤 그는 학교와 생활 속에서 한국어를 하나씩 익혀갔다. 스마트팩토리과의 벡마노프 데니스 학생도 비슷한 길을 걸었다. 카자흐스탄 국적의 부모님 아래에서 자란 그는 한국어를 ‘들어는 봤지만 뜻은 모르는’ 언어로 기억한다. 한국에 온 뒤 학원과 학교생활을 통해 조금씩 자기 말로 만들어갔다. 한국에서의 학교생활은 단순히 언어를 배우는 일이 아니었다. 수업을 듣고, 친구들과 어울리고, 전공 용어를 이해하고,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는 모든 과정이 한국어로 이루어졌다. 두 학생에게 한국어는 매일 넘어야 하는 문턱이었고, 동시에 세상을 넓혀준 창이었다. 그렇게 쌓인 시간이 이번 국제교류단 활동에서 새로운 의미를 얻었다. 한국에서 언어를 배우며 적응해온 노력이 낯선 나라에서 친구들의 소통을 돕는 일로 빛을 발한 것이다.
키르기즈공화국에서 만난 또 다른 학교
이번 국제교류단은 김해외국어고, 김해경원고, 한국과학기술고 학생 12명으로 구성됐다. 지난 4월 키르기즈공화국 학생들의 경남 방문에 이어 진행된 후속 교류로, 경남 학생들이 직접 현지를 찾아 학교와 가정, 생활문화를 경험하는 일정이었다. 학생들은 현지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급식을 체험하며 한국과 닮은 듯 다른 학교의 분위기를 몸으로 느꼈다. 교실 문을 열자마자 보인 건 한국보다 조금 낮은 책상, 수업 전부터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하던 학생들의 표정이었다. 데니스 학생은 그 편안한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다. 복도를 지날 때마다 먼저 인사를 건네던 처음 보는 친구들의 따뜻한 환대도 오래 기억에 남았다. 콘스탄틴 학생은 놀이공원에서 현지 친구와 함께한 농구가 인상적이었다. 공을 주고받으며 몇 번 웃다 보니 금세 어색함이 풀렸다. 말이 완벽하게 통하지 않아도, 금방 가까워질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된 신기한 경험이었다. 특히 홈스테이는 현지 문화를 가장 가까이에서 경험한 시간이었다. 데니스 학생은 함께 지낸 멘토의 가족들이 너무 좋았다고 연신 자랑을 늘어놓았다. 그래서인지 현지 멘토와는 지금도 연락을 이어가고 있단다. 교류단 활동이 한 번의 방문으로 끝나지 않고 앞으로도 서로의 나라와 일상을 나눌, 마음이 통하는 친구가 생긴 것이다.

익숙한 말이 누군가에게 힘이 되는 순간
낯선 환경에서 두 학생의 러시아어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다. 현지 학생들이 한국에 대해 궁금한 것을 물을 때, 한국 학생들이 하고 싶은 말을 어떻게 전해야 할지 몰라 머뭇거릴 때 두 학생이 사이에 섰다. 한국 학교생활은 어떤지, 쉬는 시간에는 무엇을 하는지, 이름을 한글로 어떻게 쓰는지. 질문은 소박했지만, 그 질문들이 오가려면 누군가가 두 언어 사이를 건너야 했다. 두 학생은 한글 이름을 써주고, 한국 학교의 분위기를 설명하고, 한국 친구들의 말을 러시아어로 전했다. 통역이라고 부르기엔 조금 더 따뜻한 일이었다. 말을 옮기는 동시에 분위기를 풀고, 어색함을 덜어주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한국어를 배우느라 애썼던 시간들이, 비로소 누군가의 마음을 잇는 힘이 되었다.
한국을 소개하며, 자신을 다시 바라보다
한국을 설명하는 일은 두 학생에게 자신이 살고 있는 한국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당연하게 여겼던 일상이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문화가 되고, 평범한 하루가 다른 나라 친구에게는 궁금한 이야기가 된다. 키르기즈공화국의 생활 문화에 대해서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 현지 음식은 한국보다 기름졌고, 빵을 자주 먹는 점도 달랐다. 말투와 표현 방식에서도 차이를 느꼈다. 데니스 학생은 한국이 차분하고 예의를 중시한다면, 중앙아시아의 문화는 감정 표현이 조금 더 직접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 차이를 우열이 아닌 ‘다름’으로 받아들이고, 그 사이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자연스럽게 발견했다. 한국을 소개하는 일은 곧 자신이 지나온 두 문화의 시간을 설명하는 일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국을 설명하고 키르기즈공화국을 알아가는 사이, 두 학생의 시선도 한 뼘 더 넓어지고 있었다.

다문화라는 이름 너머, 세계시민으로
두 학생의 이야기는 ‘다문화’라는 단어를 다시 바라보게 한다. 두 학생에게 다문화는 특별한 이름이 아니라, 집과 학교에서 자연스럽게 오가는 일상 그 자체였다. 두 언어와 두 문화 사이에서 자라며 어려운 순간도 있었지만, 그 경험이 이번 교류에서는 누군가를 돕는 힘이 되었다. 그리고 이번 활동은 그 사실을 직접 확인한 시간이었다. 한국어가 서툴러서 대답을 못 했던 기억이 있었기에, 말이 막힌 친구가 어떤 마음인지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서 두 학생의 통역은 단순히 말을 옮기는 일이 아니라, 서로가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일이기도 했다. ‘세계시민’이라는 말은 거창하게 들리지만, 시작은 작은 행동에서 나온다. 친구의 이름을 한글로 적어주는 일, 처음 보는 음식을 한 번 맛보는 일, 말이 막힌 친구 옆에 조용히 서주는 일, 헤어진 뒤에도 안부를 주고받는 일. 그런 경험들이 아이들의 세계를 조금씩 넓힌다. 키르기즈공화국에서의 일정은 길지 않았지만, 두 학생에게는 오래 남을 순간들이었다. 다시 만나고 싶은 친구가 생겼고, 자신이 가진 언어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리고 국경을 넘어 서로를 이해하는 방법을 배웠다.
아이들의 세계는 하나의 언어, 하나의 문화 안에 머물지 않는다. 여러 환경을 오가며 배우고, 적응하고, 그 경험을 다른 사람과 나누는 힘을 키워간다. 이번 여정에서 두 학생이 보여준 것도 바로 그 힘이었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두 학생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말하고 있었다. 우리는 서로 다르지만, 그래서 더 많이 배울 수 있다고. 그리고 내가 가진 경험도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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