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꿈꾸다
AI 교육, 현장의 목소리를 듣다
AI 교육, 현장의 목소리를 듣다
인공지능(AI)과 디지털 기술이 교실 풍경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 도내 학교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경남의 AI 교육 철학을 현장에 구현 중이다. 첨단 기술을 디딤돌 삼아 내면의 성장을 이끌어내는 성장하는 학교 8개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았다.
Part. 1 질문하고 검증하며 사고의 근육을 키우다 
AI 중점학교 김해여자고등학교
알고리즘 설계로 묻고 답을 찾다.
김해여고는 2021년 AI 융합 교육 중심 고등학교를 시작으로 현재 2026년 'AI 중점학교' 운영으로 내실을 다지는 중이다. 1학년 전원이 정보 교과를 이수하며 기초를 다지고, 2·3학년은 인공지능 기초, 데이터 과학 등 심화 과목을 선택해 체계적인 교육과정을 밟는다. 교사들은 학생들이 사소한 질문조차 생성형 AI에 무작정 의존하는 태도를 경계한다. 실습에 앞서 스스로 문제를 분석하고 알고리즘을 짜보는 ‘언플러그드 활동’을 반드시 거치게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단순히 기술을 다루는 데 그치지 않고, 원리를 정확히 이해하여 AI의 결과물을 주도적으로 판단하는 힘을 길러주려는 것이다. 이러한 교육은 실전에서 빛을 발했다. 지난해 경남교육청 해커톤 한마당에 참여한 학생들은 ‘페트병 라벨 자동 분리 로봇’을 구현하는 과정에서 여러 어려움에 직면했다. 하지만 당황하지 않고 기능을 세분화해 단계별로 코드를 수정해 나가는 집중력을 보여주었다. 한 학생은 "과거엔 시험 문제를 위해 개념을 외우는 데 급급했지만, 이제는 '왜 이렇게 될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깊이 있게 탐구하게 됐다"고 말했다. 기술을 단순한 편의 도구가 아닌, 스스로 사고의 한계를 깨고 문제를 돌파하게 만드는 든든한 지렛대로 삼고 있는 것이다.

과학중점학교 김해분성고등학교
AI의 답변을 의심하고 과학으로 검증하라.
논리적 설계가 기본이라면 그 결과를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것은 미래 시민의 필수 덕목이다. '과학중점학교'인 김해분성고등학교는 과학 수업에서 AI를 단순한 검색 도구가 아닌 탐구 과정을 돕는 파트너로 활용한다. 물리학 수업에서는 양자역학의 이중 슬릿 실험이나 터널 효과처럼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을 AI와 코딩 도구로 시각화해 살핀다. 이때 교사는 AI가 내놓은 답을 맹신하게 두지 않는다. "이 설명의 근거는 무엇인가?", "교과 개념과 맞는가?"를 끊임없이 되묻게 하여 학생이 비판적으로 판단하도록 수업을 이끈다. 학생들 역시 이러한 방식에 긍정적이다. 한 학생은 "시뮬레이션 조건을 직접 바꿔보며 내 속도에 맞춰 공부할 수 있어 좋았다"고 전했다. 막연히 이공계를 꿈꾸던 아이들은 이제 물리학, 데이터 분석 등 조금 더 구체화 된 진로를 고민한다. 어떤 문제를 끝까지 파고들 것인지 스스로 묻게 되었다는 한 학생의 변화는 주어진 정답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만의 궤도를 개척해 나가는 아이들의 단단한 성장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Part. 2 아날로그적 관찰과 디지털 상상력의 만남

지능형 과학실 모델학교 성명초등학교
생명의 곁을 지키는 든든한 로봇 조수
성명초등학교의 ‘지능형 과학실’은 아날로그적 관찰과 첨단 디지털 장비가 조화를 이루는 현장이다. 이곳의 탐구는 학교 운동장에서 흔히 발견되는 작은 생명체 ‘도둑게’로부터 시작된다. 아이들은 주변에서 마주친 생물을 관찰하며 "게는 왜 구석으로만 숨을까?"라는 사소한 궁금증을 품는다. 그리고 이를 확인하기 위해 "도둑게는 밝은 곳보다 어두운 곳을 선호할 것이다"라는 가설을 세워 직접 실험을 설계한다. 교과서 속 활자에 갇힌 지식이 아니라, 실제 생명체와 교감하며 스스로 해답을 찾아가는 자기주도적 탐구의 과정이다. 이때 디지털 기술은 탐구의 본질인 '관찰'을 돕는 다정한 조수로 활약한다. 아이들은 디지털 현미경으로 도둑게 다리의 털 하나까지 세밀하게 들여다보면서도 게가 은신처에서 나오기를 묵묵히 기다리는 법을 배운다. 한 학생은 "태블릿으로 AI에게 도둑게가 뭘 좋아하는지 물어봤을 때 과학실에 내 로봇 조수가 생긴 것 같아 든든했다"며 활짝 웃었다. 인간의 감각으로는 한계가 있는 영역을 기술로 보완하자 아이들의 시야는 한층 넓어졌다. 디지털 기술을 생명 탐구의 도구로 삼은 아이들은 이제 학교 화단이나 텃밭의 작은 구멍조차 무심히 지나치지 않는 단단한 관찰자의 시선을 갖게 되었다. 기술을 통해 생명의 온기를 온전히 느끼게 된 아이들. 이들의 따뜻한 시선이야말로 첨단 기술과 대자연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미래를 그려나갈 가장 든든한 기초가 될 것이다.
질문하는 학교 선도학교 함성중학교
데이터와 역사가 빚어내는 노래
'질문하는 학교' 선도학교인 함성중학교는 디지털 도구를 단순한 지식 전달 수단을 넘어, 학생들이 현상을 분석하고 탐구를 확장하는 매개체로 활용한다. 조석 데이터 분석이나 구글 어스를 활용한 지진 탐구 활동이 대표적이다. 학생들은 교과서 속 텍스트가 아닌 실제 데이터를 거시적인 관점에서 살피며 자연 현상을 스스로 추론하는 법을 배운다. 가장 인상적인 사례는 ‘지속 가능한 도시 숲’ 프로젝트다. 학생들은 사전 수업에서 '숲이 사라진 도시'를 상상하며 숲의 존재 이유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이어 탐구 결과를 바탕으로 AI 툴에 구체적인 작곡 방향과 세밀한 프롬프트를 입력하며 자신들만의 철학을 음악적 메시지로 승화시켰다. 캠페인 영상을 제작하며 가사 자막을 넣고 장면 전환 효과를 고민하는 일련의 과정은 숲이 단순한 나무의 집합이 아니라 ‘도시의 필수적인 심장’임을 아이들이 스스로 체감하는 소중한 계기가 되었다. 역사 수업에서도 기술은 과거와 현재를 잇는 공감의 도구로 쓰였다. 생성형 AI로 유관순 열사를 가상 인터뷰하며 "나라를 위해 어떤 선택을 했을까?", "그때 어떤 마음이었을까?"를 스스로 묻고 답하는 과정은 학생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단순히 상상할 때보다 실제로 대화하는 느낌이 들어 몰입이 잘 되었고, 독립운동가들의 마음을 더 깊이 느껴볼 수 있었다"는 학생의 고백처럼, 기술은 아이들이 대한민국 시민으로서 가져야 할 삶의 태도를 스스로 정립하게 만드는 훌륭한 길잡이가 되고 있다.
Part. 3 실패를 딛고 일어서는 초개별화 교실 
수학나눔학교 축동초등학교
오답을 지우고 배움을 그리다.
전체 인원이 5명인 소규모 학급인 축동초등학교 6학년 1반은 '수학나눔학교'이자 '통계 선도학교'로서 학생 개개인의 속도에 맞춘 '초개별화 수업'을 지향한다. 이곳의 아이들은 일방적인 수업을 듣는 대신 각자의 스마트 기기로 자신의 수준에 맞는 문제를 선택해 풀며 학습 주도권을 갖는다. 무엇보다 큰 변화는 실패를 대하는 아이들의 태도다. 과거에는 칠판 앞에서 틀린 답을 숨기기에 급급했다면 이제는 디지털 캔버스 위에서 자유롭게 쓰고 지우며 오답조차 하나의 '배움의 과정'으로 즐기게 되었다. "처음엔 각기둥의 전개도를 그리는 게 헷갈렸는데, 태블릿 앱으로 직접 접어보고 펴보니까 머릿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는 학생의 소감은 이를 잘 보여준다. 이제 아이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신의 화면을 공유하며 서로의 탐구 결과를 나눈다. "수학 시간에 처음 친구들 앞에서 문제를 풀 때는 떨렸는데, 이제는 괜찮아졌다"는 아이들은 정답을 맞히는 성취감을 넘어, 자신의 풀이 과정을 친구들에게 당당히 설명하고 설득하는 '꼬마 수학자'로 성장하고 있다. 수평적인 소통 속에서 수학에 대한 두려움을 걷어낸 자리에, 스스로 증명해 나가는 즐거움이 채워지는 중이다.

AI·디지털 활용 연구학교 진주혜광학교
디지털이 열어준 새로운 소통과 자립의 창
특수교육 현장인 진주혜광학교에서 AI와 디지털 교육은 학생들의 자립 역량을 기르는 핵심적인 열쇠다. 박주연 교사는 "결과의 완성도보다 학생의 생각과 표현을 존중하는 데 가장 신경을 쓴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좋아하는 것을 표현하는 수업에서 오직 치킨 이미지만 가득 채워 넣은 학생의 작품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며 응원했을 때 학생은 친구들 앞에서 자신의 '치킨 사랑'을 자신 있게 발표하며 높은 자존감을 보였다. 디지털 기기는 글을 쓰는 데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에게 세상과 소통하는 든든한 창구가 된다. "글씨를 쓰는 건 어렵지만 터치만 하면 되니까 공부가 더 쉬워졌다"는 학생의 말처럼, 에듀테크는 학습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효과적으로 낮춰준다. 특히 사회 시간에 인터넷 쇼핑으로 장바구니에 물건을 담아보며 "어른이 정해주는 거 말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선택하는 게 더 좋다"고 말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기술이 이들에게 '선택할 권리'를 되찾아주고 있음을 시사한다. 교실에서 연습한 키오스크 주문 활동은 실제 삶의 현장으로도 이어진다. "태블릿으로 가게 놀이를 하면서 직접 고를 수 있어서 재밌었다. 나중에 엄마랑 햄버거 가게에 가면 제가 직접 주문해 드릴 거다"라고 말하는 아이의 눈빛에서 디지털 교육이 일상적 자립을 돕는 든든한 발판이 되었음을 실감하게 된다.
Part. 4 데이터로 살피고, 책으로 세상을 읽다 
AI·디지털 활용 선도학교 철성중학교
LMS 데이터 사이로 아이의 마음을 짚다.
철성중학교는 학습관리시스템(LMS)과 바이브코딩을 활용해 학생 참여형 수업을 설계한다. 교사는 디지털 도구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데 공을 들여 수업 시간이 도구 사용법이 아닌 본연의 탐구와 의사소통에 온전히 쓰이도록 조율한다. 기술이 뒤로 물러날수록 아이들의 생각과 관계가 더 뚜렷하게 드러난다는 것이 이곳의 교육 철학이다. 기술의 도입은 교사를 단순한 지식 전달자에서 '성장의 관찰자'로 바꾸어 놓았다. LMS에 실시간으로 쌓이는 데이터는 겉보기에 큰 문제가 없어 보이던 아이의 오개념이나 이해의 빈틈을 정확히 드러내기 때문이다. 교사는 이 데이터를 살피며 빠른 학습자에게는 심화 과제를 안내하고, 느린 학습자에게는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 따뜻한 개별 피드백을 건넨다. "기존 수업 중에는 보이지 않았던 오개념이 LMS에 저장된 글 안에 그대로 드러난다"는 교사의 말은 기술이 어떻게 개별 학생에 대한 이해의 깊이를 더하는지 보여준다. 교사가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활동지나 서술형 답안지 사이로 수업의 내용이 아이 자신의 언어로 촘촘히 정리되어 있을 때다. 이처럼 기술이 덜어준 행정적 시간은 아이들과 깊이 있게 눈을 맞추는 소중한 소통의 시간으로 치환되어 진정한 의미의 교실 혁신을 완성해 가고 있다.
수업 중심 독서교육 선도학교 창원남산고등학교
북(Book)적이는 채움 수업, 세상을 읽는 힘을 기르다.
정보가 순식간에 요약되는 시대의 흐름 앞에서 창원남산고등학교는 역설적으로 '독서'라는 본질에 집중한다. 이곳에서 문해력은 단순한 지식 습득을 넘어 '나의 의미를 만들어 자신의 삶과 연결하는 능력', 즉 '세상을 읽는 힘'으로 정의된다. 교사는 "AI가 빠르고 정돈된 답을 줄 수는 있지만, 그 정보가 왜 생산되었고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판단하는 '비판적 문해력'은 결코 기계가 대신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공강 시간, 학생들은 스마트폰 영상을 끄고 조용히 책장을 넘긴다. 이 같은 수동적인 정보 소비에서 벗어난 능동적인 독서의 힘은 강력하다. 한 학생은 "알고리즘의 추천으로 스쳐 지나가는 짧은 영상과 달리 도서관에서 직접 책을 고르고 작가의 의도를 탐구하는 과정은 온전히 나의 선택이기에 지식의 깊이와 지적인 성취감이 확연히 다르다"고 고백한다. 지루한 일상 속에서 '고요한 나'를 만나 스스로 자라나는 시간의 가치를 깨달은 것이다. 텍스트 이면의 문맥을 파악하는 훈련은 아이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훌쩍 넓혀놓았다. 학생들은 문맥 속에서 모르는 어휘를 직접 찾아가며 이해도를 높이고, 책 속 문제에 대해 타인과 토론하며 "나와 다른 생각이구나"를 기꺼이 수용한다. 이처럼 활자를 통해 길러진 비판적 사고와 협력적 소통 역량이야말로 기술과 정보가 범람하는 시대를 단단하게 살아갈 미래 시민의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되고 있다.
기술에 인간다움의 가치를 더하다
기술을 도구 삼아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배움의 본질을 고민하는 ‘사람’이 중심에 있을 때 우리의 미래 교육은 비로소 완성된다. 정답을 수동적으로 수용하기보다 반문하며 탐구하는 아이들, 그리고 스스로 길을 찾을 때까지 곁을 지키는 교사들의 노력은 경남 AI 교육을 지탱하는 가장 큰 힘이다. 기술의 편리함 위에 인간다움의 온기를 더해가는 경남 AI 교육의 내일이 우리 아이들의 삶을 더욱 단단하게 지지해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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