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재미를 더하다

동백의 붉은 마음이 호국의 다짐으로, 6월 호국보훈의 달에 다시 찾는 거제

제목 없음-3 복사

 

동백의 붉은 마음이 호국의 다짐으로,
6월 호국보훈의 달에 다시 찾는 거제


6월이 오면 거제의 바다는 유독 깊고 푸른빛을 띤다. 눈부신 윤슬이 반짝이는 거제는 누군가에게는 아름다운 쉼을 내어주는 휴양지이지만, 그 이면에는 나라를 지켜낸 숭고한 호국의 역사와 근현대사의 아프고도 찬란한 시간이 묵묵히 새겨져 있다. 임진왜란의 통쾌한 첫 승전보를 울린 바다부터, 일제강점기의 뼈아픈 상흔을 묵묵히 품어낸 섬, 그리고 비극 속에서 평화의 의미를 묻는 유적지까지.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한려해상의 절경 속에서 치유를 얻고 지난 역사의 무게를 되짚어보는 거제의 세 가지 명소를 걸어보자.

스크린샷 2026-05-26 오후 3.07.03

냉전의 아픔을 넘어 평화의 산 교실로,
거제포로수용소유적공원


거제 중심부인 고현동 일대에 자리한 거제포로수용소유적공원은 한국전쟁이라는 민족의 비극이 생생하게 멈춰 있는 공간이다. 1951년부터 설치된 이곳은 인민군 15만 명, 중국군 2만 명 등 최대 17만 3천 명을 수용했던 거대한 역사의 현장이다.
당시 이곳은 단순한 수용 시설을 넘어 반공포로와 친공포로 간의 유혈 사태가 끊이지 않았고 1952년에는 수용소 사령관 돗드 준장이 납치되는 등 그야말로 ‘냉전 시대 이념 갈등의 축소판’이었다. 1983년 경상남도 문화재자료로 지정된 이곳은 현재 일부 잔존 건물과 막사, 사진, 의복 등 생생한 기록물을 품은 유적공원으로 다시 태어났다. 치열했던 이념의 대립과 팍팍했던 수용소의 일상을 재현한 공간들을 걷다 보면, 전쟁의 참혹함과 평화의 무게가 가슴 깊이 다가온다. 상흔을 마주하는 일은 쓰라리지만, 역설적으로 그 길 끝에서 우리는 평화를 지켜내야 한다는 단단한 다짐을 안고 일상으로 돌아오게 된다.

스크린샷 2026-05-26 오후 3.06.48

아픈 역사를 붉은 동백으로
품어낸 마음의 섬, 지심도


비극의 시간을 지나 생명의 치유를 얻고 싶다면 일운면 지세포 동쪽 바다의 지심도로 향해보자. 하늘에서 내려다본 섬의 모양이 ‘마음 심(心)’ 자를 닮아 이름 붙여진 이곳은 국내에서 상태가 가장 잘 보존된 동백나무 군락지다. 한낮에도 어두컴컴한 동백숲 동굴을 걷노라면, 바닥을 수놓은 붉은 꽃송이들이 여행자의 발길을 다정하게 이끈다.
하지만 울창한 숲이 내어주는 그늘 속에는 서늘한 슬픔이 숨어 있다. 조선 현종 때부터 주민들이 터를 잡고 살았던 평화로운 섬은 1936년 주민들이 강제이주하게 되었고, 광복 직전까지 일본군 1개 중대의 요새로 쓰였다. 지금도 섬 곳곳에는 포진지와 탄약고 등 뼈아픈 일제강점기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오랜 기간 국방부 소유였다가 2016년 거제시로 반환된 지심도는 이제 그 아픈 상처를 지워내지 않고 대자연의 품으로 끌어안았다. 여름밤의 반딧불이, 황홀한 일몰, 그리고 상처 입은 진지 위로 뚝뚝 떨어져 내리는 붉은 동백꽃은 마치 시련을 극복해 낸 선조들의 마음처럼 아름다운 힐링을 선사한다.

스크린샷 2026-05-26 오후 3.07.13

스크린샷 2026-05-26 오후 3.06.55

눈부신 바다 위에 새겨진 승리의 긍지,
옥포대첩기념공원


가슴 시린 근현대사를 돌아보았다면, 이제는 자랑스러운 호국의 역사를 만날 차례다. 유서 깊은 옥포만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옥포대첩기념공원은 1592년 임진왜란 당시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왜선을 격파하고 첫 승전보를 울린 역사적인 장소이다. 가파른 언덕을 따라 조성된 공원에 들어서면 하늘을 향해 웅장하게 솟은 30m 높이의 기념탑이 벅찬 감동을 안겨준다. 이순신 장군의 위패를 모신 효충사에서 묵념을 올리고 팔각 정자 ‘옥포루’에 오르면 눈부시게 푸른 옥포 바다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공원에서는 매년 6월 16일을 전후해 옥포대첩기념제전이 성대하게 열린다. 4백여 년 전, 화포 소리와 함성으로 가득했을 이 앞바다는 이제 한없이 평화로운 윤슬만을 반짝인다. 거친 바다 위에서 나라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바친 선조들의 숭고한 용기를 상상해 보는 시간. 그 위대한 승리의 기억은 우리에게 다시 나아갈 수 있는 뜨거운 긍지를 불어넣어 준다.


거제에서 배우는 것

거제의 바다는 거창한 말로 애국을 강요하지 않는다. 아름다운 파도 소리 뒤에 숨겨진 옥포의 승리, 지심도의 상처, 포로수용소의 비극을 찬찬히 걷고 매만지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6월, 동백의 붉은 마음이 깃든 거제의 길을 걷다 보면 아픈 역사는 아물어 새살이 되고, 선조들의 용기는 내일을 살아갈 든든한 위로가 되어 우리의 마음에 조용히 스며들 것이다.

첨부파일
담당자 정보
  • 담당부서홍보담당관
  • 전화번호055-278-17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