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꿈꾸다
자연과 함께 숨쉬는 교실, 자연과 아이들이 함께 빚어내는 초록빛 일상

자연과 함께 숨 쉬는 교실,
자연과 아이들이 함께 빚어내는 초록빛 일상
통영 벽방초등학교
봄바람이 살랑이는 통영의 한 초등학교. 쉬는 시간이 되자 아이들이 약속이나 한 듯 교정의 정원으로 모여든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익숙하게 주변의 쓰레기를 줍고, 연못 안 생물들의 변화를 유심히 살피며 웃음을 터뜨린다. 보랏빛 등나무꽃이 흩날리는 교정에서 아이들의 하루는 자연의 속도를 닮아간다. 통영 벽방초등학교는 아이들의 삶과 배움 속에 생태 감수성을 물 흐르듯 녹여내고 있는 곳이다. 교실과 마을을 잇는 프로젝트 수업부터 학교 텃밭과 수로형 연못, 기후 천사단 동아리 활동까지. 자연과 첨단 기술(스마트팜)이 공존하는 공간에서 우리 아이들이 어떻게 ‘행동하는 생태 시민’으로 자라나고 있는지, 정성훈 선생님을 만나 통영 벽방초등학교의 초록빛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위기가 싹틔운 생태 정원,
아이들에게 자연을 돌려주다
추게 된 배경에는 ‘위기를 기회로 바꾼’ 교육 공동체의 단단한 협력이 있었다. 지난 2021년, 학교 건물 내진 보강 공사로 인해 오랫동안 자리를 지켜온 화단을 불가피하게 철거해야만 했다. 원래의 평범한 모습으로 복구할 수도 있었지만, 학교 구성원들은 “아이들이 학교 안에서 자연을 더 가까이 느낄 방법은 없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머리를 맞대었다.
그 결과, 단순히 눈으로만 보는 화단을 넘어 물이 흐르고 작은 수생 생물들이 살아 숨 쉬는 ‘수로형 연못’과 ‘새벗정원’이 새롭게 탄생했다.
"과학 시간에 관찰 도구를 들고 생태 연못을 살피던 3학년 아이가 ‘선생님, 매일 보던 물고기인데 지느러미가 이렇게 생겼는지 처음 알았어요!’라며 호기심으로 눈을 반짝이던
표정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철거될 뻔했던 화단이 아이들의 훌륭한 정서적 안식처이자 생생한 체험형 환경 교실로 눈부시게 바꿈한 순간이었다.

흙을 만지고 땀 흘리며 배우는
‘살아있는 교과서’
벽방초의 생태 교육은 교실 안팎의 경계를 허물며 정규 교육과정 속에 촘촘하게 스며들어 있다. 선생님들은 전문적학습공동체를 통해 식물을 심는 활동 하나도 과학 시간의 관찰 일지로, 국어나 도덕 시간의 환경 토론으로 물 흐르듯 이어지도록 치열하게 연구한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아이들의 배움은 교실을 넘어 자연이라는 더 넓은 배움터로 확장되고 있다. 아이들은 텃밭에서 쪽파를 직접 키우며 흙이 얼마나 소중한 생명의 보금자리인지 스스로 깨닫는다. 연말에 진행되는 ‘환경 요리 교실’ 역시 한 해 동안 땀 흘려 수확한 작물을 직접 요리하며 ‘푸드 마일리지 제로’의 가치를 실천적으로 경험하는 시간이다. 식재료를 직접 조리해 보며 아이들은 저탄소 식생활이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매일 마주하는 우리의 밥상 위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몸소 배운다.
교문을 넘어 가정과 지역사회로
아이들의 성장은 학교 울타리를 넘어 가정으로도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최근 가정과 연계해 진행한 ‘ZERO 피크닉(일회용품 없는 소풍)’ 활동이 대표적이다. 소풍을 준비하며 분리배출과 잔반 줄이기를 주도적으로 제안하고, 텀블러와 손수건을 먼저 챙기는 아이들의 늠름한 모습에 보호자들 역시 깊이 공감하며 동참했다. "환경이라는 공통의 주제로 대화하며 소풍을 즐기니 훨씬 더 뜻깊었다"며 학교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아이들이 훌륭한 ‘환경 파수꾼’이 되어 온 가족의 일상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킨 것이다. 이처럼 학교와 자연, 그리고 일상이 밀접하게 연결되다 보니 교실 안팎에서는 생태계의 경이로움을 일깨우는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탄생했다.
"우리 학교 생태 연못의 물고기들이 갑자기 사라져 CCTV를 확인했더니, 놀랍게도 야생 수달이 학교까지 내려와 사냥을 한 것이었습니다. 어머님들께서 이 이야기를
‘벽방탐정단’이라는 창작 동화책으로 엮어내시기도 했죠."
학교가 자연과 동떨어진 곳이 아니라 야생 생태계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증명한 이 사건은 지금까지도 아이들 사이에서 훌륭한 교육 자료이자 생태계의 신비를 일깨우는 살아있는 에피소드로 회자되고 있다.
첨단 기술과 자연의 공존,
초록빛 미래를 그리다
매일 텃밭을 가꾸고 연못을 살피는 수고로움 속에서도 벽방초 선생님들이 웃을 수 있는 이유는 단 하나이다. 마을의 생태 자원 속에서 자연을 아끼고 사랑하는 법을 배우며 훌쩍 커가는 아이들의 모습 그 자체가 마법 같은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벽방초는 앞으로 아이들이 태블릿으로 디지털 생태 지도를 제작하고, 우리 학교만의 생태 도감 웹앱을 만드는 등 교육 정보 기술(에듀테크)과 환경 교육을 결합한 미래지향적 생태 교육을 구상 중이다. 인터뷰 말미, 기후 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동료 선생님들을 향해 정성훈 선생님이 남긴 응원에는 단단한 울림이 담겨 있었다.
"환경교육을 처음부터 거창하고 완벽하게 시작하려고 하면 주저하게 마련입니다. 교실 창가의 화분 하나, 학교 화단 산책 한 번이 위대한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연 속에서 아이들과 함께 나누는 작은 경이로움이 모여 기후 위기를 이겨낼 큰 힘이 될 것입니다. 경남 모든 선생님들의 아름다운 실천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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