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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꿈꾸다

학교를 따라 삶을 옮긴 두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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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이 가장 짙어지는 계절, 아이들의 웃음도 가장 멀리 번진다. 함양 마천초등학교 운동장을 뛰노는 다섯 아이의 발걸음에는 조금 특별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경기도에서 살던 두 가족이 아이들의 학교생활을 위해 삶의 방향을 바꿨다. 익숙한 도시를 떠나 지리산 자락 함양으로 내려온 선택. 그 중심에는 ‘아이들이 가고 싶어 하는 학교’를 만나고 싶었던 부모의 간절함이 있었다. 김소람 씨와 김진경 씨는 현재 한 집에서 서로를 의지하며 각각 두 딸 이서아(11), 슬아(8) 양과 세 아들 윤성현(11), 성호(9), 성준(7) 군을 함께 키우고 있다. 처음에는 교육을 위해 시작된 이동이었지만, 이곳에서 두 가족은 학교를 넘어 삶의 방식까지 다시 배우고 있다.

 

 

 

월요일을 기다리는 아이들

 

도시에서의 학교생활은 겉으로는 문제없어 보였다. 학원, 예체능, 영어, 태권도까지 부족함 없이 채워 넣었지만 아이의 표정은 달랐다. 특히 김소람 씨의 첫째는 일요일 저녁만 되면 “벌써 월요일이야?”라며 학교 가는 일을 부담스러워했다. 학교생활은 모범적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부모의 눈에는 즐거움보다 피로가 먼저 보였다. 김진경 씨 역시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었다. 첫째의 사교육비만으로도 벅찬 상황에서 둘째, 셋째까지 이어질 교육비 부담은 현실적인 고민이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하지 않으면 뒤처질 것 같은 불안’이었다. 

그 불안을 내려놓게 한 곳이 바로 마천초였다. 두 가족 모두 처음 학교를 방문했을 때의 인상을 “따뜻했다”고 기억한다. 아이들이 억지로 가는 학교가 아니라 스스로 가고 싶어 하는 공간, 학부모를 경계하지 않고 먼저 인사하는 아이들, 교장실 문까지 활짝 열어두는 학교의 분위기가 부모의 마음을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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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보다 먼저 몸으로 배우는 학교

 

마천초의 가장 큰 매력은 아이들이 몸으로 배우는 교육이다. 월요일 마을 탐방 수업과 올해 새롭게 시작된 ‘산·들·강 프로젝트’는 특히 만족도가 높다. 아이들은 길 없는 산을 오르고, 진흙에 넘어지고, 나무에 올라가며 자연을 교과서 삼아 배운다. 김진경 씨는 특히 둘째가 1학년 때 경험한 ‘월요일 마을 탐방 수업’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주말이 끝난 월요일 아침이면 학교 가기 싫어지기 마련인데, 아이는 오히려 월요일을 기다렸다. 수업이 있는 날이면, 마을 곳곳에 핀 꽃 이야기, 개울에 발을 담구고 돌을 주웠던 이야기 등 조잘 조잘 하고픈 말도 많아졌다. 그렇게 아이들은 마을 곳곳을 걸으며 눈으로 보고 피부로 느끼며 자연과 친해졌다. 도시에서라면 비용과 시간의 제약 때문에 쉽지 않았을 활동들이 이곳에서는 학교 일상이 된다. 그래서 부모들은 자연스럽게 사교육에 대한 불안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김소람 씨는 “학원 전기요금만 보태줄 바엔 아름다운 자연과 훌륭한 선생님들의 1:1 교육이 훨씬 좋다”고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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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먼저 말하는 “우리 학교가 좋아”

 

무엇보다 이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가장 먼저 증명하는 건 아이들의 표정이다. 아이들은 함양 생활의 좋은 점으로 하나같이 학교에서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시간을 꼽았다. 철봉을 타고 산을 오르며 노는 일이 즐겁다는 서아, “전교생 모두와 신나게 논다”고 말하는 성현, 쉬는 시간이 30분이라 모래놀이를 할 수 있어 좋다는 성호의 말에는 지금 학교가 아이들에게 얼마나 넓은 하루를 주고 있는지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집으로 돌아와서도 즐거움은 이어진다. 다섯 아이는 마당 있는 집과 집 앞 계곡, 맑은 공기 속에서 계절을 온몸으로 느끼며 논다. 도시에서는 시간을 내야만 가능했던 자연이 이곳에서는 일상이 되었다. 아이들이 “학교가 좋아”, “함양에 와서 행복하다”고 말하는 이유는 특별한 한 가지가 아니라, 하루 전체가 놀이와 배움으로 이어지는 삶 그 자체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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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남매처럼, 함께 자라는 집

 

두 가족의 아이 다섯은 이제 한집에서 먹고 놀고 배우며, 서로를 형제자매처럼 부르는 진짜 식구가 됐다. 처음 남편들의 인연으로 알게 됐고, 첫째 아이를 5일 차이로 낳으며 육아의 시간을 함께 통과했다. 그 시간 속에서 쌓인 신뢰는 함양 정착의 가장 든든한 기반이 됐다. 남편들이 도시에서 일하며 주말에만 함양에 오지만 두 엄마는 함께해서 그 빈자리를 크게 느끼지 못한다. 아이들도 서로를 사촌처럼 대하는 수준을 넘어 정말 다섯 남매처럼 살아간다. 큰 아이들이 함께 동생들을 챙기고 돌본다. 삼형제만 있던 집에 여자 형제들이 생기자 분위기도 달라졌다. 와일드하던 형제가 다정하게 “오빠가 도와줄게”를 말하게 됐고, 형제 중심이던 관계는 배려와 돌봄의 폭이 넓어졌다. 무엇보다 엄마들에게는 “같은 마음으로 공감해주는 사람이 한 공간에 있다는 것”이 큰 힘이 된다. 아이가 아픈 날, 한 아이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다른 아이들을 자연스럽게 돌봐주는 공동육아의 힘은 타지 정착의 불안을 단단히 붙잡아 주었다. 

 

 

 

작은 학교가 가르쳐준 가장 큰 가치

 

함양에서의 시간은 아이들도 조금씩 바꾸고 있다. 등교를 힘들어하던 아이는 이제 월요일 수업을 기다리고, 학원 스케줄에 쫓기던 삼형제는 자기 속도로 공부하고 놀며 더 밝아졌다. 형의 그늘에 있던 둘째는 자신을 표현하기 시작했고, 의젓함 속에 감정을 숨기던 막내는 이제 마음껏 울고 말하는 법을 배웠다. 부모들은 그것을 “아이들이 더 어린이다워졌다”고 표현했다. 두 가족이 이곳에서 얻은 교육의 가치는 결국 하나로 모인다. 나의 속도를 찾고,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힘이다. 작은 학교는 아이 한 명 한 명을 주인공으로 세우고, 서로 다른 학년과 성향을 품어주며, 경쟁보다 관계를 먼저 배우게 한다. 도시에서는 얻기 어려웠던 ‘함께 자라는 경험’이 이곳에서는 매일의 일상이 된다.

 

언젠가 아이들이 성장해 바쁜 삶에 지칠 때가 오더라도, 함양에서의 기억은 오래 남을 것이다. 천왕봉을 바라보던 아침, 학교 수업이 끝나면 계곡으로 달려가던 여름, 전교생이 한집에 모여 놀던 오후, 그리고 월요일을 기다리게 만든 학교. 배움이 꼭 책상 위에서만 자라는 것은 아니다. 함양의 작은 학교는 두 가족에게 조용히 증명하고 있다. 아이의 행복은 더 많은 것을 채워 넣는 데서가 아니라, 아이의 속도로 자랄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하는 데서 시작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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