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꿈꾸다
작지만 ‘맛있는’ 학교의 반란, 창녕 이방초등학교

작지만 ‘맛있는’ 학교의 반란,
창녕 이방초등학교
텃밭에서 식탁까지, 아이들이 배우는 생생한 삶의 지혜
조용하던 창녕의 한 초등학교. 최근 이곳 복도에는 연필 소리 대신 경쾌한 도마 소리가, 차분한 공기 대신 침샘을 자극하는 고소한 냄새가 가득 들어찼다. 교실을 벗어나 앞치마를 두른 전교생이 텃밭에서 직접 기른 채소를 수확하고, 우리 고장의 식재료를 활용해 다채로운 요리를 직접 만들어 맛보는 창녕 이방초등학교의 이야기다. 기존의 천편일률적인 소규모 학교 프로그램에서 벗어나 아이들이 열광하는 ‘요리’를 공교육에 전면으로 끌어들인 ‘글로벌 셰프 푸드학교’. 이 파격적이고 트렌디한 특색 교육은 어떻게 아이들의 마음을 열고, 외부의 시선을 끌어모으며 ‘작은 학교 살리기’의 매력적인 해법이 되었을까? 이방초등학교 송영하 교사를 만나 작지만 알찬 교육의 묘미를 들어보았다.
![[요리]창녕특산물=수제모듬피클2](https://www.gne.go.kr/raonkeditordata/2026/04/20260429_131156319_38981.jpg)
![[요리]텃밭 참외, 블루베리+제철과일=오미자화채1](https://www.gne.go.kr/raonkeditordata/2026/04/20260429_131210396_33364.jpg)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요리가 가르쳐준 협력과 성장
이방초등학교가 ‘직접 가꾼 재료로 요리하기’를 특색 교육으로 삼은 배경에는 지역 사회와의 긴밀한 연결고리가 자리하고 있다. 창녕은 양파의 시배지이자 전국 최대 마늘 생산지다. 여기에 제철 농산물을 기를 수 있는 학교 텃밭이 있었고, 마침 학교 바로 옆에 창녕군과 한 외식 전문 기업이 손잡고 추진한 청년 외식 창업 프로젝트 '산토끼 밥상'이 들어서며 요리에 대한 아이들의 관심도 훌쩍 높아졌다. 이 모든 환경적 요소를 포착한 영양 교사의 제안과 프로그램을 준비하기 위한 노고가 더해져 지금의 특색 교육이 탄생했다. 아이들은 매년 봄이 되면 학급별로 기르고 싶은 작물을 직접 선택해 모종을 심는다. 정성껏 물을 주고 가꾸어 수확한 농작물은 직접 다듬어 요리 시간의 훌륭한 식재료로 쓰인다. 송영하 교사는 이 과정이 곧 살아있는 교육이라고 말한다.
“식물의 성장 과정을 생생하게 관찰하며 과학과 실과 교과의 내용을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경험합니다. 재배의 즐거움부터 수확의 성취감까지, 흙을 만지며 얻는 정서적 만족감은
교과서 밖에서만 얻을 수 있는 귀한 배움이죠.”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요리가 가르쳐준 협력과 성장
요리는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한 종합 예술이다. 전교생이 학년군별로 모여 요리를 하는 동안 아이들은 친구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음식 재료를 나누며 배려와 협력의 가치를 몸으로 익힌다.
“요리를 하면서 친구들과 도란도란 이야기도 나누고, 다 같이 완성한 음식을 나눠 먹는 시간이 제일 재밌어요!”
라는 한 학생의 해맑은 소감처럼, 요리 시간은 그 자체로 아이들에게 즐거운 소통의 장이 된다.
물론 모든 요리가 완벽하게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송영하 교사는 “음식이 까맣게 탄 적은 없지만 타르트나 토르티야(또띠아)처럼 일정한 모양이 나와야 할 때 반죽이 질게 되거나 모양이 망가지는 경우는 종종 발생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교사는 섣불리 대신해주지 않는다. 아이들 곁에 머물며 스스로 바른 방향으로 수정해 나갈 수 있도록 조언할 뿐이다. 실패를 딛고 요리를 완성해 내는 경험은 아이들의 문제 해결 능력을 훌쩍 키워준다.
요리가 가져온 긍정적인 변화는 또 있다. “평소 밥을 먹을 때 버섯이 나오면 다 빼고 먹었었는데, 요리 시간에 직접 버섯을 손질하고 요리해서 먹어보니 생각보다 너무 맛있어서 깜짝 놀랐어요!”라는 한 아이의 고백처럼, 편식 교정에도 탁월한 효과를 보인 것이다. 직접 기른 양파와 마늘의 아리고 매운 향에 거부감을 느끼던 아이들은 채소를 노릇하게 구워 장아찌를 담그며 매운맛이 기분 좋은 단맛으로 변하는 과정을 체험했다. 자신이 흘린 땀방울이 맛있는 음식으로 변하는 순간, 채소와 친해진 아이들의 얼굴에는 뿌듯한 미소가 번졌다. 나아가 서툰 솜씨로 만든 요리를 가족에게 대접하고 긍정적인 칭찬을 받은 아이들은 자존감이 쑥쑥 자라났고 학교생활에 대한 애정도 깊어졌다.

산토끼의 멜로디와 어우러진
100년 학교의 눈부신 부활
이방초등학교의 매력은 요리 수업에만 그치지 않는다. 국민동요 ‘산토끼’를 작사·작곡한 고(故) 이일래 선생이 재직했던 곳으로 ‘산토끼 노래학교’라는 뜻깊은 별칭을 가진 이곳은 산토끼 합창단과 방과 후 피아노 교실 등 풍부한 예술 교육을 자랑한다. 지난 방학에는 8주간의 톡톡 영어캠프를 성공적으로 운영하며 글로벌 인재 양성에도 힘을 쏟았다. 차별화된 교육 과정은 뚜렷한 수치적 변화로 증명되었다. 2025학년도 20명이던 학생 수는 꾸준한 전학 문의와 입학으로 이어져 현재 26명으로 늘었다. 작년에 서울과 대구에서 ‘유학’을 온 학생들 역시 높은 만족도 속에서 매일 웃음꽃을 피우고 있다. 이방초는 멈추지 않고 더 큰 내일을 그린다. 앞으로 지역 특산물 연구소와 협력해 조리법을 전문적으로 고도화하고, 학생들의 활동 결과를 지역사회와 나누는 등 마을과 함께 크는 교육 모델을 구축할 계획이다. 올해로 100회 졸업생을 배출한 역사 깊은 학교. 최근에는 학생들이 직접 설계에 참여한 ‘학교 공간 혁신’을 통해 미적 감수성을 자극하는 알록달록한 교실과 리모델링된 산토끼 도서관까지 갖추며 완벽한 교육 환경을 조성했다.
“크기는 작지만 가장 내실 있는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매력적인 이방초등학교로 오세요!”
인터뷰 말미 송영하 교사가 남긴 다정하고 자신감 넘치는 초대에 경남교육이 나아가야 할 지속 가능한 미래가 오롯이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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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창녕특산물=수제모듬피클2.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