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꿈꾸다
칠판을 벗어난 수학 놀이터

칠판을 벗어난 수학 놀이터
김해 용산초등학교 최일석 교사
수학은 종종 교실 안에서 ‘포기하고 싶은 과목’ 1순위로 꼽힌다. 눈에 보이지 않는 추상적인 개념과 문제 풀이 위 주의 결과 중심 수업이 반복되면서 아이들은 점차 수학에 대한 자신감을 잃어간다. 하지만 여기, 수학을 ‘두려운 대상’에서 ‘즐거운 탐구 대 상’으로 탈바꿈시킨 교실이 있다. 칠판과 문제집이라는 전통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디지털 도구를 통해 아이들 각 자의 보폭을 맞춰주는 김해 용산초등학교 최일석 교사의 이야기다. 그는 맞춤형 디지털 수업을 설계한 공로를 인 정받아 2025년 12월 최고 영예인 ‘대한민국 수학교육 상’을 수상했다. 기술의 차가움 대신 따뜻한 기다림이 존 재하는 최일석 교사의 ‘수학 놀이터’를 들여다보았다.

추상적 개념의 벽을 허무는 맞춤형 도구
최일석 교사가 디지털 도구를 수업에 도입하기로 결 심한 결정적 계기는 교실 현장의 목소리에 있었다. “선생님, 분수의 개념을 잘 모르겠어요”라며 추상적 인 개념의 벽 앞에서 헤매는 아이와 “저는 다 풀었는 데요”라며 지루해하는 아이. 최 교사는 이 엄청난 학 습 속도의 격차를 줄이고 ‘한 명도 놓치지 않는 수학 수업’을 만들고 싶었다. 교사의 직관에만 의존하던 방 식에서 벗어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과학적이고 개 별적인 맞춤형 학습 환경이 절실했다.
이러한 치열한 고민 끝에 그가 찾아낸 해답이 바로 ‘*에 듀테크(디지털 도구)’였다. 그는 곧바로 경상남도교육 청 플랫폼 ‘아이톡톡’과 ‘똑똑수학탐험대’ 등을 교실에 적극적으로 들여왔다. 효과는 놀라웠다. 평면적인 공 식에 갇혀 있던 도형들은 수학 공학 도구 ‘*알지오매 스(AlgeoMath)’를 통해 생명을 얻었다. 연필로 억지 로 그리는 대신 화면 위에서 직접 도형을 조작하고 변 을 움직여보며 성질을 탐구할 때 아이들의 눈빛은 호 기심으로 반짝였다
*에듀테크: 교육과 기술의 합성어로, 교육에 정보통신기술 기술을 적용함으로써 기존의 교육 서비스를 개선하거나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는 차세대 교육
*알지오매스(AlgeoMath): 한국과학창의재단이 교육부·17개 시·도교육청과 함께 개발해 무료로 보급하는 수학 탐구용 소프트웨어

실수할 자유, 에듀테크가 만들어낸 ‘기다림의 시간’
최 교사는 디지털 도구가 차가운 기술이 아니라 아이들을 ‘기다려주는 강력한 도구’라고 강조한다. 종이 학습지는 틀 리면 지우개로 벅벅 지워야 하지만, 디지털 화면에서는 실 패해도 쉽게 지우고 여러 번 다시 시도할 수 있다. 에듀테 크가 아이들에게 ‘실수할 수 있는 자유’를 준 것이다. 학습 데이터는 실시간 대시보드로 교사에게 전달된다. 진 도가 느리거나 개념을 헷갈리는 아이가 있으면 최 교사는 즉각 다가가 오류를 스스로 수정하도록 유도한다. 정답을 쥐여주는 대신 부족한 개념 영상을 확인하게 하거나 맞춤 형 보충 문항을 제공한다. 기술이 단순 채점을 대신해 준 덕분에 교사는 아이 한 명 한 명과 눈을 맞추며 정교한 피 드백을 줄 수 있는 ‘시간’을 벌게 된 셈이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진 교실은 어떻게 변했을까. 실 제 연구 결과, ‘톡톡수학’을 활용한 학생들의 수학 흥미와 효능감 등 정의적 영역 점수는 86.2점으로 일반 수업 집단(77.0점)보다 유의미하게 높았다. 이제 아이들은 틀리 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정답을 맞힌 개수보다 ‘다시 시도한 횟수’로 칭찬받는다. 기기 활용 초기, 기초가 부족 해지거나 게임만 하지 않을까 걱정하던 학부모들도 스스 로 태블릿을 켜고 과제를 해결하는 아이들의 변화된 모습 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평가도 축제가 되는 교실, 스스로 찾는 성취감
최 교사가 꼽는 가장 기억에 남는 수업은 학생들이 주도적 으로 콘텐츠를 탐구한 뒤 모둠별 프로젝트를 수행했던 ‘*러 닝페어’다. 학생들은 *오조봇(Ozobot)을 활용해 ‘여행하고 싶은 도시의 자율주행 코스’를 짜보고, 경로 간의 길이를 비례식과 정수비로 나타냈다. 통계 자료를 활용해 수학 여행 지 포스터를 만들며 수학이 삶 속에 살아있음을 생생하게 체험했다. 이 모든 과정은 ‘톡톡폴리오’에 영상으로 기록되 었다. 딱딱한 평가가 하나의 축제로 변했고, 아이들은 스스 로 성장의 주인공이 되었다. 수학을 정말 싫어하던 한 아이 가 ‘비밀 암호 풀기’ 활동에 몰입해 마침내 암호를 해독한 뒤, “선생님, 제가 해냈어요!”라며 환하게 웃던 순간. 최 교 사는 그때 ‘배워서 남 주자’는 자신의 교육 신조가 틀리지 않았음을 다시금 확신했다.
*러닝페어: 학생들이 스스로 자료를 조사하고, 전시물을 만들어 프로젝트 학습 결과를 직접 발표하고 공유하는 행사
*오조봇(Ozobot): 색(컬러) 기반 명령으로 로봇을 움직이며 코딩 원리를 체 험하는 교육용 코딩 로봇

사람만이 채울 수 있는 온기, 그리고 새로운 탐험
아무리 디지털 기술이 발달해도 교실을 지탱하는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아이들의 마음을 읽어내고 성장의 방향을 잡아주는 정서적 연결과 가치를 설계하는 것, 그것이 교사의 결정적 인 역할입니다."
가끔 기기가 고장 나거나 로그인 오류로 진땀을 뺄 때면 ‘예전처럼 수업할까?’라는 유혹도 들지만 최 교사는 그 과 정을 이겨내고 새로운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그는 수학 시간에서 증명된 ‘디지털 도구의 힘’을 이제 과학 수업으 로 확장한다. 올해 ‘C.P.R. LIVE 프로젝트’를 통해 학교 주 변의 생태계를 데이터와 연결하고, 아이들이 환경 문제의 주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다. 아이들의 배움이 ‘주어진 정답을 찾는 과정’에서 ‘자신만의 질문을 해결하는 여정’으로 바뀌기를 기대하면서 말이다.
마지막으로 최일석 교사는 막막함을 느끼는 학생들과 동 료 교사들에게 다정한 응원을 남겼다.
"수학은 정답을 맞히는 경주가 아니라 여러분만의 세 상을 그려 가는 하나의 탐험입니다. 여러분의 도전을 응원 합니다. 그리고 동료 선생님들, 에듀테크는 교사를 대신하 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아이들 곁으로 가까이 데려다주는 통로입니다. 선생님들의 용기 있는 시도가 교실의 공기를 바꿀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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